12일 오전 9시경, 서울 대치동의 전시관 세텍(SETEC)에는 오랜만에 활기찬 반려견들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국내 최대 규모로 손꼽히는 반려동물 박람회 ‘케이펫페어 서울’을 찾은 반려견과 반려인들이 길게 줄지어 서 있던 것이었습니다. 지난해 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 많은 박람회가 취소돼 반려인들이 안타까워했죠. 그만큼 반려인들의 기대를 모은 이번 케이펫페어 현장에서 동그람이가 포착한 인상깊은 장면들을 지금부터 함께 만나보겠습니다.
#1. 코로나도, 미세먼지도 반려인들을 막을 순 없었다
이날 서울의 미세먼지는 85㎍/㎥으로 ‘나쁨’ 수준이었습니다. 이로 인해 수도권 미세먼지 저감 조치가 이틀 연속 시행됐죠. 더군다나 코로나19로 인한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도 유지되고 있습니다. 물론 박람회를 진행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반려인들이 불안감에 행사장을 많이 찾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예상도 일부 있었습니다.
하지만 반려인들은 박람회장 입구를 가득 메웠습니다. 박람회 시작 시간이 10시인 것을 감안하면 한 시간 전부터 자리를 지키고 있었던 것이죠. 그렇게 자리를 찾은 반려인들이 대략 100명을 웃도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관람객이 많이 찾아올 것을 예상한 듯 박람회 주최 측의 대비도 나름 철저했습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유지되는 만큼, 입장을 기다리는 관객들에게 마스크 착용과 1.5m 거리두기를 준수해 달라는 안내 요원들의 팻말을 곳곳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입구에는 열 감지 센서와 손소독제가 마련돼 있어, 방역에 만반의 준비를 갖춘 것으로 보였습니다.
반려인들도 방역 수칙을 철저히 유지하면서 박람회를 즐기는 듯한 모습이었습니다. 반려인들은 누가 시키지도 않았지만, 입구에 비치된 손소독제를 사용한 뒤 1회용 비닐장갑을 착용하고 박람회장에 입장했습니다. 반려견들끼리도 서로 냄새맡으며 인사를 나누는 게 오랜만인 듯, 신나게 꼬리를 흔들고 있었습니다. 반려견끼리 인사를 나누면 반려인들도 자리에 서서 “(반려견이) 몇 살이에요?”라고 물으며 담소를 나누곤 했죠.
#2. 높아진 반려동물 관심도에 정치권도 주목
최근 들어 국회에서 반려동물 관련한 법안이 잇따라 발의되고, 법무부에서도 ‘동물은 물건’이라는 조항을 삭제하는 민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반려동물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매우 높아졌다는 걸 의미하겠죠. 정치권에서도 이를 인식한 듯, 몇몇 국회의원들이 박람회 현장을 찾았습니다.
이날 오전 10시, 박람회가 열린 세텍에서 국민의힘 국회의원 반려동물 동아리 ‘펫밀리’ 소속 의원 6명이 케이펫페어를 주최한 한국펫사료협회와 간담회를 가졌습니다. 펫밀리 소속 허은아(비례대표) 의원은 인사말을 통해 “반려동물 산업을 키워가는 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함께 반려동물 문화를 발전시킬 수 있도록 고민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김기현(울산 남구을) 의원은 “동물이 사람의 행복지수를 높인다는 측면에서 동물복지는 또한 사람 복지이기도 하다”며 제도권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날 자리에서는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을 넓히는 차원의 아이디어도 나왔습니다. 한국펫사료협회 김상덕 부회장은 “반려동물이 사람과 공존하며 ‘좋은 시민’이 되었으면 좋겠다”며 ‘펫티즌’(펫+시티즌)이라는 슬로건을 함께 만들어보고 싶다고 의원들에게 제안했습니다. 의원들 사이에서는 “좋은 아이디어인 것 같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간담회를 마친 의원들은 박람회에 참여한 부스를 둘러보며 현장 관계자들의 설명을 들었습니다. 특히 반려견 ‘쫑이’, ‘몽이’와 함께 현장을 찾은 허 의원은 반려견을 위한 간식과 옷, 가방을 구입하기도 했죠. 펫밀리 소속인 강민국(경남 진주을) 의원은 관람객들의 반려견과 인사하며 동물과의 친분을 보이기도 했는데요, 강 의원은 “평소에도 집에서는 반려견과 한시도 떨어져 있지 않는다”며 반려동물에 대한 애정을 과시했습니다. 국회의원들의 이 같은 행보가 반려동물 복지와 반려문화가 한층 더 발전하는 방향으로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3. 사료가 다는 아니다… ‘쉬운 기부’에 ‘동반 숙박’까지
‘반려동물 박람회’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역시 ‘사료’입니다. 특히 많은 사료를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은 반려인들이 박람회를 찾는 이유이기도 하죠. 하지만, 요새 박람회는 단순히 사료나 간식을 싸게 구입하는 곳만은 아닙니다. 올해 열린 케이펫페어 역시 사료와 간식 외에도 다양한 아이디어 상품과 서비스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반려견을 키우는 가족이라면 한 번쯤은 고민해 봤을 질병 중 하나가 바로 ‘슬개골 탈구’입니다. 그만큼 걸리기 쉬운 질환이죠. 반려동물 보조기 업체 ‘포베오’는 반려견 슬개골 보호대를 이번 박람회에서 선보였습니다. 포베오 관계자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동물병원 원장들과 수의대 교수들로부터 자문을 구했다”며 “몇몇 동물병원에서도 쓰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반려동물 온라인 복지 플랫폼 ‘펫웰’은 이벤트를 통해 반려인들을 대신한 기부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펫웰은 그동안 ‘반려동물 등록’과 ‘책임보험 가입’ 캠페인을 전개해 왔습니다. 이번 박람회에서 펫웰은 자사 플랫폼에 이벤트 신청을 하면 자동으로 1,000원을 유기동물 보호소에 기부하는 행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펫웰의 전지환 대표는 “반려동물과 관련한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동물등록과 책임보험 가입 등 사회적 인프라에 반려인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며 앞으로도 반려인들 입장을 고려하는 아이디어를 내놓겠다고 밝혔습니다.
반려동물 산업 중 최근 ‘신사업’으로 주목받고 있는 사업 중 하나는 바로 숙박?여행입니다. 당장 해외여행을 갈 수는 없지만, 국내 여행은 어느 정도 할 수 있는 만큼, 여행업 중에서도 숙박업계는 반려동물 동반 숙박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대형 업체인 소노호텔앤리조트(옛 대명리조트)도 케이펫페어에 참여했습니다. 현재 소노호텔앤리조트는 경기 고양시에 위치한 ‘소노캄 고양’과 강원 홍천군에 있는 ‘비발디파크’에 반려동물과 함께 숙박할 수 있는 서비스를 운영 중입니다. 소노호텔앤리조트 관계자는 “반려동물 숙박에 뛰어든지 1년도 되지 않은 만큼 반려인들에게 서비스를 알리기 위해 부스에 참여했다”며 “숙박권 등 다양한 경품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4. “대형견도, 장애견도 박람회 즐길 수 있어요”
최대 규모로 손꼽히는 반려동물 박람회인 만큼 반려견 종류도 다양했습니다. 특히 리트리버, 진돗개, 허스키 등 다양한 품종의 대형견도 만나볼 수 있었죠. 사실 ‘무서워 보인다’는 일부 편견 속에 지내는 대형견이지만, 이날 박람회장에서는 모두 사람을 반갑게 맞이하는 등 특유의 발랄함을 뽐냈습니다.
수원에서 온 시베리아허스키 루나와 하루의 반려인 유예은씨는 반려견의 간식과 하네스 등 산책용품을 구하러 박람회를 찾았다고 했습니다. 유씨는 “미세먼지와 코로나19처럼 어려움도 있었지만, 반려용품 상당수가 할인을 하는 만큼 관심을 갖고 오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생각보다 사람이 많아서 좀 정신이 없었지만, 오랜만에 반려견들이 많은 친구를 만나 반가웠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박람회에서는 휠체어를 탄 강아지도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SBS ‘TV 동물농장’에서 교통사고로 뒷다리를 다친 사연이 알려진 강아지 ‘오봉이’였는데요. 오봉이는 평소 할머니와 함께 생활하지만 오늘 박람회는 손녀인 정서영씨가 데려왔습니다. 정씨는 “오봉이가 휠체어를 타는 만큼 영양제와 기저귀가 필요해서 오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다양한 부스에서 다양한 이벤트가 있는 걸 보니 반려동물도 가족처럼 느껴진다는 말이 실감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오봉이에게 다른 친구를 만나게 해주고 싶었다”며 “이런 박람회에 장애가 있는 친구들도 함께 즐길 수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다”고 전했습니다.
최근 반려동물 박람회를 가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 매번 볼 때마다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그만큼 반려동물 산업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발전하고 있다는 뜻일 텐데요. 요즘 반려동물을 어떻게 키우는지, 그 트렌드를 알고 싶다면, 여러분들도 한번 찾아보시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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