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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라보는 재미가 있다... '막장 트로이카' 김순옥 문영남 임성한의 귀환

입력
2021.03.16 04:3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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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주말극 '오케이 광자매'는 문영남표 가족극과 미스터리 스릴러의 만남으로 화제를 모았다. 화면 캡처

KBS 주말극 '오케이 광자매'는 문영남표 가족극과 미스터리 스릴러의 만남으로 화제를 모았다. 화면 캡처


드라마 팬들에겐 전무후무한 일이 지난 주말 벌어졌다. 욕하면서 보는 드라마, 이른바 막장계의 트로이카로 불리는 김순옥(SBS '펜트하우스')·문영남(KBS '오케이 광자매')·임성한(TV조선 '결혼작사 이혼작곡') 작가의 작품들이 한날 연달아 안방을 찾은 것. 불륜과 복수 등 낡고 뻔한 소재들에 자극적인 양념을 뿌린 후 새롭게 포장해 내놓은 이들 작품은, 동시에 감추고 싶은 현실과 욕망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는 공감도 사고 있다. "김순옥 드라마는 완전히 딴 세상 얘기 같은데 자꾸 보게 되고, 문영남 드라마는 나하곤 상관 없는 일 같지만 이웃집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반면 임성한 드라마는 별 거 아닌 것 같은데 내 얘기 같다.(윤석진 충남대 국문과 교수)"는 분석. 여하튼 저마다의 재주로 시청자를 홀리는 데는 성공한 것처럼 보인다.


미스터리 스릴러와 만난 문영남표 가족극

13일 첫 방송된 '오케이 광자매'는 2회 만에 시청률 26.0%를 기록했다. 미니시리즈 '왜그래 풍상씨(2019)' 이후 2년 만에 KBS 주말극으로 돌아온 문영남표 가족극이라는 점에서 놀랍진 않은 결과다. '소문난 칠공주(2006)'와 '왕가네 식구들(2013~2014)'을 통해 각각 44.4%, 48.3%라는 경이로운 시청률을 기록한 문 작가는 KBS 주말극에서 더한 위력을 발휘해왔다. 전형적인 가족드라마의 문법에 비껴서 한 가족 내부의 갈등을 다루는 데 특출난 그가 이번에 선보인 작품 역시 '홈드라마'다. 그걸로는 부족해 '미스터리 스릴러 멜로 코믹 홈드라마'를 표방한다. 부모의 이혼 소송 중 엄마가 피살되고, 가족 모두가 살인 용의자로 지목되며 벌어지는 이야기가 주다. 스릴러 요소를 버무린 멜로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2019)' 같은 복합 장르극의 유행에 올라탄 것. 가족극의 한계를 넘기 위한 파격이면서 흥미를 끄는 요소다.

윤 교수는 "코로나19 상황에서 마스크 품귀 현상으로 성인이 소형 마스크를 끼는 장면에서 보듯 문 작가의 장기인 세태풍자극으로서의 면모를 볼 수 있다"며 "풍자와 해학을 위한 과장과 과잉은 굉장한 장점"이라고 평했다.

하지만 막장으로 흐를 여지 또한 남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결국 누가 엄마를 죽였는지 가족 간에 서로 의심하면서 그 가족의 적나라한 민낯이 드러나게 된다"며 "대가족이 사라진 상황에서 더 이상 가족극이 주말드라마 형식으로 유효하지 않은 만큼 가족극의 식상함을 깨는 시도인 부분도 있지만 다른 한쪽에선 보기 힘들어 하는 시청자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케이 광자매'는 부모의 이혼 소송 중 벌어진 엄마의 피살 사건에 가족 모두가 살인 용의자로 지목되며 벌어지는 '미스터리 스릴러 멜로 코믹 홈드라마'다. KBS 제공

'오케이 광자매'는 부모의 이혼 소송 중 벌어진 엄마의 피살 사건에 가족 모두가 살인 용의자로 지목되며 벌어지는 '미스터리 스릴러 멜로 코믹 홈드라마'다. KBS 제공


돌아온 임성한... TV조선과 찰떡궁합

'압구정 백야(2014~2015)' 이후 절필했다가 '피비'라는 필명으로 6년 만에 돌아온 임성한 작가 역시 건재를 알렸다. 지난 14일 막 내린 TV조선 '결혼작사 이혼작곡(결사곡)'은 TV조선 드라마 역대 최고 시청률(9.7%) 기록을 새로 썼다. 상반기 중 시즌2로 다시 돌아온다.

30대부터 50대까지 내세운 부부를 통한 남편의 불륜·이혼을 다룬 '결사곡'은 구성에서 변화를 꾀했다. 1~8회 전반부는 아내의 관점에서 남편의 불륜을 바라보고, 이후 후반부는 10개월 전으로 돌아가 불륜을 추적하는 식이다. 눈에서 레이저빔을 쏘거나 주요 인물이 코미디 프로그램을 시청하다 웃다 죽는 등 전작에서 보여줬던 황당무계한 설정은 덜어냈다. 시청자들로 하여금 각각 남편의 상대역인 불륜녀 찾기에 나서게 하는 등 한층 진화된 모습이다. 정 평론가는 "후반부는 남편이 어떻게 불륜에 빠지게 되는지 그 과정을 욕망의 차원이 아닌 로맨스처럼 다뤘는데, 오히려 표현의 파격보다 훨씬 더 자극적"이라며 "더 나아가 구조화해서 보여주는 장치들은 전작들보다 세련돼졌다"고 평했다.

TV조선과의 궁합도 잘 맞아떨어졌다는 분석이다. 공희정 드라마평론가는 "흔한 불륜 코드를 빠르지 않은 속도로 끌고 나가는 작품 특성상 나이가 있고, 보수적인 스타일을 선호하고, '본방사수'하는 해당 채널 시청층과 잘 맞았다"고 말했다.


온갖 논란 속에서도 SBS '펜트하우스2'는 최고 시청률 26.9%를 기록했다. 방송 캡처

온갖 논란 속에서도 SBS '펜트하우스2'는 최고 시청률 26.9%를 기록했다. 방송 캡처


김순옥 '펜트하우스'는 순항 중

김순옥 작가의 '펜트하우스'는 이달 19일 시작한 시즌2도 최고 시청률 26.9%를 기록하면서 순항 중이다. 2008년 '아내의 유혹'으로 뒤늦게 막장 대열에 합류한 김 작가는 숨쉴 틈 없는 엄청난 속도의 전개와 예측 불가한 반전으로 막장 드라마의 새 장을 열었다는 평이다. 납치, 감금, 살인, 시체 유기, 불륜, 복수, 출생의 비밀 등 온갖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요소로 뒤범벅됐지만 시청률뿐 아니라 화제성에서도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 굿데이터코퍼레이션 화제성 조사에 따르면 '펜트하우스'는 드라마 부문 3주 연속 1위에 오른 데다 출연자 부문에서도 8명이 상위 10위 안에 들었다.

공 평론가는 "애초에 개연성을 내려놓고 보는 드라마인 만큼 돈과 권력을 가진 자들의 민낯을 조롱해가면서 보는 재미가 있고, 스케일이 커서 어디까지 가는지 보자는 마음으로 시청자를 끌어당긴다"고 말했다. 하지만 더 세고 강한 자극이 역치를 넘겼다는 지적도 있다. 정 평론가는 "심수련(이지아)이 살아 돌아올 걸 다 알 정도로 시청자들이 파격을 이해하게 된 측면이 있다"며 "자극에 속도를 더하는 방식을 계속 유지하지 못하면 시청자 이탈 가능성이 있는데 그 지점에 와 있다"고 내다봤다.




권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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