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천제런 작가 국내 첫 개인전 '상신유신'
“상신유신(傷身流身), 상처 입은 신체와 변화하는 신체에 주목했습니다. 어두운 현실을 직시해야 진정한 의미의 희망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대만을 대표하는 영상 작가인 천제런 작가는 지난 10일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전시 제목인 ‘상신유신’에 대해 설명해달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상신유신은 그가 국내에서 가지는 첫 개인전이다.
그의 작품에는 유독 그의 친형의 모습이 자주 등장한다. 사진 연작인 ‘별자리표’는 장기 실업으로 우울증을 겪다 자살을 시도했던 형의 방을 촬영한 것이다. 응급실에 실려갔다 집으로 돌아온 형은 별자리표를 비롯해 각종 자료를 수집, 허름한 방을 자신만의 ‘지식 창고’로 만든다. “형은 자료를 모으면서 자신만의 인생관과 세계관을 수립하는 것 같았어요. 주위에 실업자가 많은데, 우리가 루저(loser)라고 부르는 이들이 정말로 루저인지를 생각하는 계기가 됐어요.”
영상 작업인 ‘필드 오브 논-필드’ 역시 그의 형이 중심에 있다. 실직한 형의 경험에서 영감을 얻은 작가는 살아 있는 형을 위해 장례식처럼 보이는 행렬을 거행, 자본주의가 만든 강력한 통제 시스템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한다.
상처 입은 몸에 주목한 가장 극단적인 작품은 ‘능지: 기록 사진의 전율’이다. 작가는 20세기 초 프랑스 군인이 중국에서 능지형을 당하는 사형수의 모습을 촬영한 사진을 활용해 영화 촬영 방식으로 이를 깊게 들여다 본다. 당시 이 사진은 프랑스 군인에 의해 서양으로 퍼졌고, 동양의 야만성을 부각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는 여러 국가를 침탈했던 서구가 과연 동양의 잔혹성을 비난할 자격이 있는 것인지 생각하게 한다. 영상 속 외곽의 버려진 공장 등의 모습을 통해 오늘날 여전히 넓은 의미의 능지형이 반복되고 있는 건 아닌지도 돌아보게 된다.
전시는 5월 2일까지다. 관람료 학생은 3,000원, 성인은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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