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챔프 5차전서 KB에 74-57로 승리
정규리그 4위 챔피언, 여자농구 역사상 처음
김보미 "찬란한 마지막 만들어줘서 팀원들에 고맙다"
17점차로 앞선 상황에서 경기 종료가 다가오자 용인 삼성생명의 장내 아나운서가 카운트다운을 시작했다. 이 경기를 끝으로 은퇴를 예고한 맏언니 김보미는 천장을 보며 두 손을 불끈 쥐었다. 곧 부저가 울리자 모두 서로를 껴안았다. 정규리그 4위 삼성생명이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했던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확정 짓는 순간이었다.
삼성생명은 15일 경기 용인실내체육관에서 열린 KB국민은행 Liiv M 2020~21 여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5전3선승제) 5차전에서 청주 KB스타즈를 74-57로 이겼다. 이로써 삼성생명은 2006년 여름리그 이후 약 15년 만이자 통산 6번째 챔프전 우승을 차지했다. 4위가 챔피언 자리를 차지한 것은 여자농구 역사상 처음이다.
당초 삼성생명이 정규리그 1위 아산 우리은행을 꺾고 챔피언결정전 올랐을 때까지만 하더라도, 대부분 KB스타즈의 무난한 우승을 예상했다. 체력이 바닥난 상태에서 치러지는 단기전인 만큼 ‘국보급 센터’ 박지수가 버티고 있는 KB스타즈가 유리할 것이라 본 것이다. 하지만 삼성생명은 보란듯 ‘4위의 반란’을 일으키며 1, 2차전 승리를 따냈다. 임근배 삼성생명 감독은 KB스타즈가 정규리그에서 경험해보지 못했던 전략으로 박지수를 묶었다. 임 감독의 전략을 파악한 KB스타즈가 뒤늦게 반격에 나서면서 승부는 마지막 5차전까지 이어졌다.
4번의 접전을 치르는 동안, 양팀 선수들의 체력은 바닥났다. 부상 아닌 선수가 없었다. 준비해 둔 전략도 대부분 상대팀에 노출됐다. 임 감독은 경기를 앞두고 “한발 더 뛰고, 하나 더 잡으려는 선수들의 의지가 굉장히 중요할 것 같다”고 했다. 안덕수 KB스타즈 감독도 “이제 하나 남았다, 물러설 곳이 없다. 선수들도 그런 심정이다”고 했다.
‘마지막 승부’는 긴장감으로 가득찼다. 양팀 모두 시즌 첫 경기처럼 격렬한 몸싸움을 이어갔다. 하지만 경기가 진행될 수록 선수들의 피로는 숨겨지지 않았다. 루즈볼이 많았다. 파울로 경기가 잠시 중단될 때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허리를 숙인 채 숨을 골랐다. 넘어졌다가 다시 일어나려면 동료의 손길이 필요했다.
모두가 힘든 상황이었지만 홈팬의 응원을 받은 삼성생명이 집중력에서 앞섰다. 삼성생명은 전반 동안 던진 3점슛과 2점슛이 모두 50%의 성공률로 림에 꽂혔다. 하지만 KB스타즈는 슛 성공률이 30%를 넘기지 못했다. 삼성생명이 34-28로 앞선 상황에서 전반전을 마무리했다. 이를 악물고 나온 KB스타즈는 후반 추격에 나섰지만, 오히려 점수차는 벌어졌다. 삼성생명은 중요한 순간마다 득점에 성공하며 KB스타즈의 추격 의지를 꺾었다. 김한별은 22득점 7리바운드을 기록하며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MVP)를 차지했다. 김보미를 비롯해, 배혜윤, 윤예빈, 김단비도 모두 이날 10점 이상을 득점하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임 감독은 경기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사실 4차전까지 준비했고, 5차전은 정공법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선수들이 훌륭히 잘해줬다”며 “포기하지 않고 뛰어준 선수들에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배혜윤은 “경기 내내 한발 더 뛰어야 한다는 생각만 했다. 너무 힘들어서 몇 초 남겼을 때에야 이겼구나 생각했다. 아직도 꿈을 꾸는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은퇴를 앞둔 김보미는 “선수 생활을 하면서 가장 영광스러운 순간은 지금”이라며 “정말 좋은 팀원들 만나서 마지막을 찬란하게 마무리 할 수 있게 해줘서 고맙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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