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억울한 마음이 느껴지지만, 좀스럽게 사저 때문에 발끈하십니까." (14일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야당에서 제기한 경남 양산 사저 투기 의혹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좀스럽다"고 직접 반박한 데 대해 야당의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야당에서는 '도량이 좁고 옹졸한 데가 있다'는 사전적 의미의 "좀스럽다"는 문 대통령 표현을 빗대 "좀스러운 해명"이라는 지적까지 나왔다. 문 대통령 발언 엄호에 나선 여당 일각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됐다.
12일 문 대통령이 직접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사저 의혹과 관련 "선거 시기라 이해하지만, 그 정도 하시지요. 좀스럽고 민망한 일입니다"라는 글을 올린 이후 국민의힘은 비판을 이어갔다. 특히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4일 페이스북에 "대통령 사저 관련 의혹은 야당이 1년 전부터 문제를 제기한 사안인데, 대통령의 짧은 글은 사실과 다른 얘기투성이"라며 문 대통령 비판 메시지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앞서 국민의힘은 문 대통령의 경남 양산 사저 형질 변경 절차가 완료되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 투기처럼 차익을 얻을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LH 투기 논란이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 사저 의혹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의도였다. 주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 가족이 진행한 농지 구입, 용도 변경은 모두 불법"이라면서 "사저 부지 매입 당시 작성한 영농 경영계획서 등을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께선 사저는 법대로 짓는데 왜 시비냐고 하시지만, 지금 국민들은 LH가 벌인 광범위한 부동산 투기에 분노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국민들의 허탈을 감싸지는 못할망정 짜증을 낸다"(유승민 전 의원), "대통령이 본인의 허물을 지적하는 비판을 곱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감정조절 장애 증상을 보이는 것이다"(윤영석 의원) 등 감정 섞인 비난이 이어졌다.
야당의 비판이 뻔히 예상되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굳이 사저 관련 의혹에 직접 메시지를 낸 건 우선 LH 투기 의혹 사태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국민적 비판 여론이 들끓는 LH 투기 의혹과 문 대통령 사저 문제가 연결될 경우, 이에 대한 어떤 대책도 통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됐다는 것이다. 2008년 노무현 전 대통령 퇴임 전후 한나라당(현 국민의힘)이 경남 김해 봉하마을 사저를 '초호화판 아방궁'이라 부르며 논란을 키웠던 전례도 문 대통령의 기억에 남아있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실제 사저 의혹에 대한 문 대통령의 직접 대응과 관련, 청와대 내부에서도 일부 걱정하는 분위기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좀스럽고 민망하다'는 표현을 직접 선택했을 정도로 의지를 보였다는 후문이다.
야당의 비판에 민주당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저를 '아방궁'이라고 거짓말하던 선동꾼들이 오늘날 정치판에 좀비처럼 살아있다"(김남국 의원) 등 문 대통령 엄호가 대부분이었지만, "LH 사태에 분노한 민심을 달래야 하는 국면에서 대통령이 야당에 공세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선거를 앞두고 문 대통령의 야당을 향한 직접 대응이 "지지층 결집효과를 가져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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