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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오염 시멘트·화력발전 업체에 세금을" 10년째 끄떡 않는 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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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오염 시멘트·화력발전 업체에 세금을" 10년째 끄떡 않는 국회

입력
2021.03.14 15:45
수정
2021.03.14 21:08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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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대 국회 연속 법안 폐기 이어
21대 국회선 기금으로 대체 움직임
충북·강원·전남·경북?4곳 공추위 결성
업계·국회의원 유착 의혹까지 거론
인천 등 석탄발전소 지자체 5곳도
"미세먼지 등 피해… 세율인상 요구"

충북 강원 전남 경북 등 시멘트 생산지역 지자체와 지방의회, 시민·환경단체 들이 12일 제천시민회관 광장에서 '시멘트세 입법 공동추진위원회' 출범식을 가졌다. 이들은 "시멘트세 입법은 피해지역 주민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최선의 방안이자 국회의 책무"라고 목청을 높였다. 공동추진위 제공

충북 강원 전남 경북 등 시멘트 생산지역 지자체와 지방의회, 시민·환경단체 들이 12일 제천시민회관 광장에서 '시멘트세 입법 공동추진위원회' 출범식을 가졌다. 이들은 "시멘트세 입법은 피해지역 주민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최선의 방안이자 국회의 책무"라고 목청을 높였다. 공동추진위 제공

시멘트 생산과 화력 발전 등으로 환경 피해를 보고 있는 지역에서 해당 업체에 과세를 확대해야 한다는 소리가 분출하고 있다. 관련 법안 입법이 계속 무산되고 있는 가운데, 업계와 국회의원 간 유착 의혹까지 제기돼 파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강원·충북·전남·경북지역 지자체와 시민·환경단체 등은 지난 12일 충북 제천시민광장에서 ‘시멘트 지역자원시설세(시멘트세) 입법 공동추진위원회(공추위)’를 결성했다. 이들 지역은 모두 시멘트 주산지로, 공추위에는 4개 시도와 해당지역 시군, 지방의회는 물론 시민단체, 주민단체까지 총망라해 참여했다

이들은 출범 회견에서 “시멘트 생산 업체가 발생시킨 환경오염을 가장 정당한 방법인 과세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며 '시멘트세 입법' 필요성을 강조했다. 공추위 관계자는 "이날 입법청원서를 국회에 제출하고 조속한 입법을 촉구했다"며 "앞으로 정책토론회를 열어 대국민 홍보 활동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에 흩어져 있는 이들이 이날 충북 제천에서 하나로 뭉친 데는 시멘트세 도입이 업계와 정·관계의 반대로 번번이 무산됐기 때문이다.

시멘트세는 생산 시멘트에 톤당 1,000원을 부과해 해당 지자체에 배분하는 게 핵심 내용이다. 지하자원, 용수 등 특정 자원에 과세하는 지역자원시설세(지방세)에 시멘트를 포함하자는 것이다. 지자체들은 시멘트 생산 과정에서 생태계 파괴, 분진·소음 등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업체가 피해 지역을 도울 재원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과세안이 통과되면 강원에 270억원, 충북 177억원, 전남 35억원 등 연간 520억원의 세수가 확보된다. 지자체들은 이를 폐질환자 전문병원 설립, 대기오염 저감시설 설치 등에 투입할 계획이다.

시멘트세 입법안은 19·20대 국회에서 연속 발의됐지만, 그 때마다 시멘트 업계 및 정부 반대로 상임위 문턱도 넘지 못하고 자동 폐기됐다. 지난해 시작한 21대 국회 들어서는 어느 때보다 기대감이 높았다. 지난해 10월 이개호 의원 등 여당 의원 11명이 공동 발의해 회기 내 통과가 유력시됐지만, 12월 법안 소위 심의를 앞두고 시멘트 생산지 지역구 의원들이 과세 대신 ‘기금 운용’을 대안으로 들고 나오면서 심의가 보류됐다. 지난달 이들 국회의원과 시멘트 업체들이 ‘지역발전기금 250억원 출연’을 골자로 한 협약까지 체결했다. "세금 대신 업체 자율 기금을 조성해 피해지역 주민에게 직접 사용하겠다"는 시멘트 업계 입장이 반영된 결과물이다.

그러나 기금 조성으로 시멘트세 도입이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지자, 지자체들은 기금 방안을 단호히 거부하고 있다. 공추위 관계자는 “기금은 시멘트 업계가 자의적으로 기부하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크다”며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재원 확보를 위해선 세제 개편을 통한 과세가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이 경우 업계가 경영난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공추위는 업계의 납세 능력은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공추위 관계자는 "2019년 주요 7개 시멘트 업체 영업이익률은 제조업 평균(4.4%)의 두 배가 넘는 9.2%였다"며 "이들은 시멘트세를 충분히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관련 법안은 번번이 무산되고 과세가 아닌 기금 조성으로 일이 마무리될 조짐을 보이자, 지역 시민단체들은 유착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이두영 균형발전충북본부 공동대표는 “60년 이상 환경 피해를 보고 있는 주민들을 위해 일해야 할 지역구 국회의원이 업계를 대변하는 걸 보면 로비에 넘어갔다는 의혹을 지울 수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래픽=송정근 기자

그래픽=송정근 기자

시멘트 생산 시설과 함께 대표적 오염물질 배출 시설로 꼽히는 석탄 화력발전소 지역 지자체들도 지역자원시설세(화력발전세) 세율 인상을 촉구하며 집단행동에 나섰다.

석탄 화력발전소가 있는 인천·강원·충남·전남·경남 등 5개 시도는 화력발전 지역자원시설세(화력발전세) 세율 인상을 공동으로 촉구하고 있다. 현재 발전량 1킬로와트시(㎾h)당 0.3원인 화력발전세를 적어도 1원까지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충남 보령시·태안군·서천군·당진시는 최근 관련 법안 통과를 위한 대책회의를 열었다. 모두 화력발전소 밀집지대로 꼽히는 지역이다. 이들은 “화력발전에 따른 분진, 미세먼지, 환경사고 등 피해가 커지는데도 이를 해결할 재원은 턱없이 부족하다”며 화력발전세 인상을 요구했다. 이들은 또 “국내 발전량의 절반 이상을 화력 연료에 의존하는데도 원자력(㎾h당 1원)과 수력(㎾h당 2원)보다 세율이 적어 조세 형평에도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화력발전세 세율 인상 법안은 20대 국회에서 발의됐으나 심의 지연으로 자동 폐기됐다. 21대 들어 김태흠 의원 등 국회의원 5명이 세율을 현행 0.3원에서 1~2원으로 올리는 지방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지만 이렇다 할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청주= 한덕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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