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함마드 풍자로 테러 당한 샤를리 에브도?
메건 플로이드, 여왕은 살해한 경찰관 묘사
왕실 지지자 등 "도 넘었다" 비판 목소리 커
이슬람 예언자 무함마드 풍자 만평으로 테러를 당했던 프랑스 주간지가 이번엔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을 지난해 미국 내 반(反)인종차별 시위를 촉발했던 가해 경찰관에 빗대 물의를 빚고 있다.
프랑스 주간 샤를리 에브도는 10일(현지시간) 메건 마클 영국 왕손빈을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숨진 흑인 조지 플로이드에,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그를 살해한 경찰관으로 묘사한 만평을 게재했다. 플로이드는 지난해 5월 미 미네소타주(州)에서 경찰 무릎에 목이 눌려 사망한 당사자다. 오른쪽 무릎을 꿇어 메건의 목을 짓누르는 만평 속 여왕의 모습은 플로이드 사건을 연상케 한다. 만평 옆엔 ‘왜 메건은 버킹엄을 떠났는가’라는 글귀가 쓰여 있고, 메건은 ‘더 이상 숨을 쉴 수가 없어서’라고 답한다.
매체는 만평을 통해 영국 왕실의 인종차별 행태를 풍자하고 싶었던 것 같다. 메건은 앞서 7일 미 CBS방송 인터뷰에서 “아들의 피부색이 얼마나 어두울지, 그게 어떤 의미인지 등에 대한 대화가 왕실에서 오갔다”며 “왕실이 아치(아들)를 왕자로 만들기를 원치 않았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영국에선 왕실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해당 만평을 성토하고 있다. 영국을 상징하는 여왕을 인종차별 가해자와 동일시한데다, 여왕의 모습도 우스꽝스럽게 그린 탓이다. 만평 속 여왕의 눈이 빨간색이고, 종아리에 다리털이 보이는 등 여러모로 품위를 깎아내려는 의도가 역력하다는 주장이다.
전문가들도 대체로 이번 만평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기류가 강하다. 영국 인종 평등 싱크탱크인 러니메드의 할리마 베굼 대표는 “만평은 모든 것이 잘못됐다. 재미도 없고, 인종차별을 제대로 비판하지도 못했다”고 혹평했다. 오렐리안 몬든 영국 배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샤를리 에브도는 오래 전부터 인종차별적인 매체였다”고 꼬집었다.
샤를리 에브도는 이슬람 선지자 무함마드를 풍자하는 만평을 꾸준히 실었다가 2015년 1월 파리 자사 사무실이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의 총기 테러 표적이 됐다. 당시 참사로 직원 10명과 경찰 2명이 사망했다. 이후 ‘표현의 자유’를 어디까지 허용할 것이냐를 두고 지금도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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