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 지하 딸기케이크 전문점 앞에 40여 명의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전남 함평군이 본점인 ‘키친205’의 딸기케이크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인기를 얻기 시작해 지난해 11월 서울로 진출했다. 지름 18㎝의 케이크에 800g의 딸기를 듬뿍 넣어 맛과 비주얼을 동시에 만족시켰다. 하루에 200개만 한정 판매하는데 주말 오전이면 대부분 소진된다. 이날 케이크를 사려고 서울 목동에서 왔다는 주부 박수연(34)씨는 “아이가 좋아하는 케이크여서 일부러 먼 곳까지 찾아왔다”라며 “코로나19로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가족들끼리 달콤하고 맛있는 디저트를 즐겨 먹는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외식은 줄었지만 디저트 열풍은 거세다. 삼시 세끼는 집밥으로 외식을 대체해도 디저트만큼은 대체 불가하다는 게 ‘디저트 러버(Dessert Lover)’들의 항변이다. 돌고 도는 집밥의 무료함을 달래줄 달콤한 맛은 기본이고, 보는 즐거움까지 갖춰 평범한 일상에 특별함을 부여해준다는 게 인기의 비결이다. 전리나 ‘키친205’ 대표는 “코로나에 케이크 판매량이 더 늘어났다”라며 “집에서 가족들끼리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다같이 기분 좋게 먹으려고 케이크를 사는 이들이 많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디저트의 위상부터 달라졌다. 과거의 케이크가 생일이나 기념일을 축하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다면 최근에는 케이크 하나가 특별한 일상을 만들어주는 매개체가 된다. 한 달 전 예약한 딸기케이크를 최근 받은 김모(46)씨는 “유명한 케이크라고 해서 가족들과 함께 먹으려고 한 달을 기다렸다”라며 “평소 같았으면 맛집을 찾아 다녔겠지만 요즘에는 집에서 가족들과 맛있는 거 먹는 재미가 크다”고 말했다.
쌓인 스트레스도 해소해준다. 재택근무 중인 40대 직장인 양모씨는 최근 처음으로 집에서 딸기셰이크를 주문했다. 양씨는 “카페도 마음 편하게 못 가고 집에서 일하면서 기분전환을 하려고 평소 즐겨 먹지 않던 단 음료를 시켜봤다”라며 “소소하지만 확실히 스트레스가 풀린다”고 했다.
식사 대용으로도 각광받는다. 최근 디저트계를 평정한 ‘크로플(크루아상과 와플의 합성어)’이 대표적이다. 여러 겹의 패스트리를 쌓아 올린 크루아상 반죽을 이용해 와플처럼 구워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다. 달콤하면서도 포만감이 커 식사 대신 찾는 이들이 많다. ‘크로플’의 원조격인 서울 신사동 ‘새들러 하우스’도 점심시간이면 긴 줄이 늘어선다. 인근 직장에 다니는 김미혜(25)씨는 “요즘에는 외식이 어려워서 간단하게 크로플을 사서 회사에서 먹는다”라며 “혼자 먹더라도 맛있고, 기분 좋게 먹는 게 좋다”고 말했다.
‘눈으로 먼저 맛을 본다’는 젊은 세대들에게 디저트는 단순히 먹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영감을 주는 예술작품에 비견된다. 지난달 말 서울 압구정동에 문을 연 디저트 브랜드 ‘누데이크’의 ‘피크 케이크’는 산봉우리처럼 솟아오른 검은색 패스트리 안에 초록색 말차 크림이 용암처럼 담겨 있다. 독특한 외관으로 이미 SNS에서는 난리가 났다. 오전 11시부터 줄을 서서 ‘피크 케이크’를 구매한 대학생 김도영(22)씨는 “맛있어서 먹으려고 산 게 아니라 케이크에 담긴 감성을 느끼려고 샀다”라며 “케이크 하나만으로도 일상이나 생각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재연 ‘누데이크’ 브랜드 팀장은 “단순히 새로운 맛과 디자인을 선보이는 게 아니라 디저트를 판매하는 공간과 디저트에 담긴 콘텐츠 등 다양한 요소를 통해 고객에게 새로운 영감을 제공하고자 한다”라며 “디저트가 식사 후에 먹는 음식에 그치지 않고 요즘에는 새로운 가치를 좇는 문화로 자리잡았다”고 말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