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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사건이 발생하자 마을의 비밀이 한꺼풀씩 벗겨졌다

입력
2021.03.13 10:20
수정
2021.03.17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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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챠 드라마 '트윈 픽스' 시즌1

편집자주

※ 차고 넘치는 OTT 콘텐츠 무엇을 봐야 할까요. 무얼 볼까 고르다가 시간만 허비한다는 ‘넷플릭스 증후군’이라는 말까지 생긴 시대입니다. 라제기 한국일보 영화전문기자가 당신이 주말에 함께 보낼 수 있는 OTT 콘텐츠를 넷플릭스와 왓챠로 나눠 1편씩 매주 토요일 오전 소개합니다.

공포 드라마 ‘트윈 픽스’.

공포 드라마 ‘트윈 픽스’.

숲 속 새 한 마리가 화면을 연다. 잔잔한 음악을 배경으로 제재소에서 연기가 피어 오른다. 평화롭고도 평화로운 마을 풍경이 이어진다. 미국판 ‘전원일기’라도 되는 걸까. 고즈넉한 풍광은 도입부에 일순 바뀐다. 강가에서 마을 여고생 로라의 시체가 비닐에 싸인 채 발견되는 장면으로 드라마는 자신의 성격을 분명히 한다.

마을 ‘홈커밍 퀸’으로 불리던 로라가 살해된다. 마을은 순식간에 공포에 빠져든다. 왓챠 제공

마을 ‘홈커밍 퀸’으로 불리던 로라가 살해된다. 마을은 순식간에 공포에 빠져든다. 왓챠 제공

①전원 마을 평화를 깬 사건

트윈 픽스는 전형적인 전원 마을이다. 사람들은 서로를 속속들이 안다(고 착각한다). 여러 동년배 남자들로부터 인기 있던 로라가 시체로 발견되자 마을은 공포의 도가니로 빠져든다. 사건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상처투성이 한 소녀가 속옷차림으로 철로를 걷다가 사람들에게 발견된다. 감금됐다 도망친 듯한 소녀는 로라 사건과 연관돼 있어 보인다. 미연방수사국(FBI)은 쿠퍼(카일 맥러클란) 요원을 급파해 연쇄 살인사건 여부를 조사한다. 커피광인 쿠퍼는 명석한 분석력과 꿈을 바탕으로 한 괴이한 수사기법으로 범죄의 실체에 접근하려 한다. 그 과정에서 마을의 비밀이 하나 둘씩 벗겨진다.

마을에는 비밀이 많다. 살인사건 수사를 계기로 잠복했던 추한 사연이 하나씩 수면 위로 떠오른다. 왓챠 제공

마을에는 비밀이 많다. 살인사건 수사를 계기로 잠복했던 추한 사연이 하나씩 수면 위로 떠오른다. 왓챠 제공

②조금씩 밝혀지는 마을의 비밀

평화로운 마을이지만 사람들은 각자 비밀 하나씩 감추고 있다. 누군가는 마약 밀매에 관여하고 있고, 누군가는 마약 판매책을 맡고 있다. 평범한 학생으로 보이던 로라는 범죄와 연루돼 있다. 로라의 연인은 또 다른 사랑에 빠져 있고, 로라 역시 다른 남자와 연정을 나누고 있다. 은밀한 사랑은 도처에 있고, 누군가의 재산을 가로채려는 음모가 마을 한구석에서 꾸며지고 있다. 낙원처럼 보이는 마을은 실상 복마전과 다름없다. 관객은 수상한 인물이 늘어날수록 범인이 누구인지 헷갈린다. 살인자에 대한 의문부호는 회를 거듭할수록 계속 커지기만 한다.

FBI 요원 쿠퍼(왼쪽)는 기이한 인물이다. 명석하고 냉철한데 가끔 엉뚱한 면모를 보인다. 왓챠 제공

FBI 요원 쿠퍼(왼쪽)는 기이한 인물이다. 명석하고 냉철한데 가끔 엉뚱한 면모를 보인다. 왓챠 제공

③웃기면서도 무서운 이야기

드라마를 지배하는 기조는 서스펜스와 공포이지만 기이한 유머를 즐길 수도 있다. 쿠퍼 요원의 기행이 우선 웃음을 부르고, FBI 요원들간 지역 사람들의 대립이 유머러스하게 묘사된다.

특히 쿠퍼 요원의 언행이 흥미롭다. 매사 까다로운 성격에 이성으로 똘똘 뭉친 냉철한 인물 같지만 꿈에서 본 달라이라마가 알려 준 방식대로 돌을 던져 용의자를 찾기도 한다. 또 다른 꿈속에선 용의자의 얼굴을 보게 되고 이를 바탕으로 수사를 하는데 꽤 신통력이 있다. 그는 커피와 도넛과 파이에 병적으로 집착하기도 한다. 이전 영화나 드라마에선 볼 수 없었던 FBI 요원이다. 로라의 어머니 역시 기이한 예지 능력을 지녔다. 인물들의 의문스러운 행태에 음산한 마을 분위기가 더해지며 공포감은 커진다.

※권장지수: ★★★★(★ 5개 만점, ☆은 반개)

1990년 만들어져 화제를 뿌린 드라마다. 30년이 지났어도 여전히 흥미롭다. ‘올디스 벗 굿디스’의 전형적인 사례다. 총괄프로듀서는 컬트 영화 감독으로 유명한 데이빗 린치가 맡았다. ‘이레이저 헤드’(1977)와 ‘멀홀랜드 드라이브’(2001), ‘인랜드 엠파이어’(2006) 등을 연출한 명장이다. 그는 2개 에피소드를 연출하기도 했다. 서늘한 기운을 가득 품은 화면 만으로도 린치의 인장이 느껴진다. 2020년대 시각으로 보면 조금은 촌스러운 면모가 있는데 이를 무릅쓰고 새삼 정주행할 만한 드라마다.

※로튼토마토 신선도 지수: 평론가 82%, 관객 89%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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