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백신 창원지검 통영지청 부장검사
"산 권력에 치외법권 우려” 중수청 비판
현직 부장검사가 여권에서 추진 중인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입법 조치를 두고 “살아 있는 권력자들에게 사실상 치외법권 영역을 만들어 줄 우려가 있다”며 비판했다. 그는 “중수청은 기존 경찰청과 관할은 겹치고, 전문화와는 거리가 있어 과잉경쟁에 따른 수사권 남용과 정치적 종속성 심화가 우려된다”고도 지적했다.
강백신 창원지검 통영지청 부장검사는 11일 오후 10시쯤 검찰내부망에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 및 자유를 보호해야 할 국가의 책임과 책무는 어디로 갔는가?’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이같이 밝혔다. 강 부장검사는 과거 국정농단 특별검사팀에 참여했고, 최근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의 수사·공판을 총괄하다가 지난해 8월 통영지청으로 발령 났다.
강 부장검사는 “추진 입법의 핵심 문제는 소추기관(검찰)의 사법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이 배제된 상황에서 수사권 자체를 박탈해, 소추권자가 공판준비 행위로서의 수사를 직접 할 수도, 지휘를 할 수도 없도록 하는 시스템을 만든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단순히 검사가 수사를 하지 않거나, 별도 수사기관인 중수청을 신설하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형사법 집행의 전체적 구조가 수사와 공판이 유리되는 시스템이 되는 것”이라면서 “살아있는 권력자들의 부정부패와 범죄에 대한 공판 대응 역량을 형해화해, 그들에게 사실상 치외법권 영역을 만들어 줄 우려가 있다”고 했다.
강 부장검사는 이 상황을 조선시대 임진왜란 상황에 빗대기도 했다. 그는 “살아있는 권력자들의 부정부패 전력은 선박 몇 척을 동원해 남해안 마을을 약탈하는 왜군이 아닌 조총과 30만 대군으로 조선을 침략하려는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군대와 비견할 만하다”며 “원균이 준비한 전함만으로 이순신이 전장에 나가야 하거나, 이순신이 마련한 전함을 원균에게 운용하게 해야만 하는 ‘수사-공판 유리 시스템’으로는 대응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강 부장검사는 또 “개정법에 따른 공판과 수사의 유리(분리)는 형사법 집행 담당 기관들의 권한남용 억제와는 밀접한 관련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검찰 등의) 권한남용 억제 문제는 정파적 영향력으로부터의 철저한 독립성 및 전문성을 기본 방향으로 하여, 권력자에게 유리한 수사는 과잉되게 하고 불리한 수사는 덮어주기 수사를 하지 않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들의 도입·실질화로 달성할 문제”라고 밝혔다.
대검은 10일 검찰 수사권을 폐지하는 취지의 법안에 대해 내부 의견을 모아 법무부에 전달했다. 의견서에는 ‘중수청 설치 시 반부패 수사 역량이 떨어질 수 있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는 그러나 3일 국회에 ‘수사와 기소는 궁극적으로 분리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서를 제출해 법안 추진에 힘을 실었다.
강 부장검사는 앞으로의 개혁 논의와 관련해 “힘 있는 자가 제안한 방안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는 자는 모두 반개혁이라고 하는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으니 너는 대답만 하면 돼)' 식의 일방적 추진이 아닌 분위기에서 진행되길 바란다”며 글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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