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에서 계열 분리하는 구본준 고문이 이끌 새 그룹의 명칭이 ‘LX’로 잠정 결정되자 10년째 영문 약칭을 ‘LX’로 사용해온 공기업 한국국토정보공사가 맞대응에 나섰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LG그룹 지주사인 ㈜LG는 최근 특허청에 ‘LX’ 상표 및 이미지 122건을 출원했다. 이어 지난 11일에는 5월1일 분리 출범할 새 지주사 이름을 'LX홀딩스'로 공시했다.
이에 따라 26일 열리는 ㈜LG 주주총회에서 LX홀딩스 사명을 포함한 지주사 분할 계획이 승인되면 LG그룹 지주사는 ㈜LG와 ㈜LX홀딩스로 분리되고 LX그룹이 출범할 수 있게 된다. LX홀딩스에는 현 LG그룹 계열사 중 LG상사와 LG하우시스, 실리콘웍스, LG MMA 등 4개사가 편입된다.
구본준 고문의 계열 분리는 2018년 조카인 구광모 회장이 취임한 후 LG 특유의 ‘장자 상속 후 계열 분리’ 원칙에 따라 지난해 11월 정해졌다. 앞서 LG그룹에서 분리한 구씨 일가 회사(LS, LIG, LF, LT)들이 모두 ‘L’로 시작하는 사명을 썼던 것처럼 이번에는 LX가 선택됐다.
문제는 국토교통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국토정보공사가 대한지적공사 시절인 2012년부터 ‘LX’를 기업 이미지(CI)로 정하고 10년째 영문 약칭으로 사용해왔다는 것이다. 국토정보공사는 사업명이나 간행물 등 대외 자료에서 줄곧 LX를 사용했다. 국토 지적 측량을 담당하는 한국국토정보공사는 "LX의 ‘L’이 국토(Land)와 장소(Location)를, ‘X’는 전문가(Expert), 탐험가(Explorer)를 상징한다"고 설명한다.
상표법에 따르면 LX와 같이 알파벳 두 자로 이뤄진 간단한 표장은 문자 자체만으로는 상표로 등록할 수 없고, 도형이나 독특한 필체 등 이미지를 더해 식별력을 갖춰야 상표가 될 수 있다.
이에 따라 국토정보공사는 이제까지 ‘LX 한국국토정보공사’로만 상표등록을 해왔는데, LG 측에서 LX를 이미지 상표로 출원하자 뒤늦게 지난 9일 자사의 CI인 LX 이미지 등 LX 관련 상표 12건을 특허청에 출원했다.
또 지난 8일 LG측에 사명 확정을 재고해달라는 요청을 보내둔 상태다. 공사 관계자는 “ 민간기업이 공적 업무를 하는 것으로 국민들이 오해할 수 있다”며 “특허청에도 협조를 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새 회사가 LX를 써도 상표 이미지와 사업 분야가 달라 법적 문제는 없다는 것이 업계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LG그룹 관계자도 “LX 상표 사용 가능 여부는 상표 출원 전에 충분히 검토했고, 법적 이슈는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LG그룹 측은 내주 중 한국국토정보공사 측과 만나 LX 상표 사용에 관해 협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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