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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꿔치기 왜? 사라진 손녀 행방은?…친부 DNA 검사로 미스터리 풀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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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꿔치기 왜? 사라진 손녀 행방은?…친부 DNA 검사로 미스터리 풀릴까

입력
2021.03.12 15:20
수정
2021.03.12 20:04
0 0

경찰, 친딸의 아이 행방 찾기 수사력 집중
바꿔치기 동기와 공범 여부 등 수사
'외할머니'만 출산했을 가능성도 제기

친딸과 외손녀를 바꿔치기, 친딸이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신청된 40대 여성이 11일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구미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추종호 기자 choo@hankookilbo.com

친딸과 외손녀를 바꿔치기, 친딸이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신청된 40대 여성이 11일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구미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추종호 기자 choo@hankookilbo.com


막장 드라마보다 더한 막장 같은 일이 경북 구미시에서 벌어졌다. 지난달 한 빌라에서 미라 상태로 발견된 3세 여아의 친모는 살인 등의 혐의로 구속된 ‘엄마’가 아니라 외할머니로 알고 있던 40대 여성이라는 게 드러났다. 경찰은 자신의 언니로 확인된 엄마를 지난달 구속 송치한 데 이어 11일 친모인 '외할머니'도 아동약취 혐의로 구속했다. 경찰은 모녀가 비슷한 시기에 딸을 낳았고, 엄마가 딸의 아이와 바꿔치기 한 것으로 보고 증발한 딸의 아이를 찾는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구미 빌라서 미라 상태 3세 여아 발견

지난달 10일 오후 3시쯤 경북 구미시 상모사곡동의 한 빌라에서 세살짜리 여아가 숨진 채 발견됐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숨진 여아의 ‘외할머니’ A(49)씨가 6개월 전 이사한 딸의 집을 비워달라는 집 주인의 연락을 받고 청소하러 갔다가 발견했다는 것이다. 경찰에 직접 신고한 사람은 외할머니의 남편이었다.

경찰은 숨진 여아를 키우다가 재혼한 남편 집으로 이사하면서 두고 간 엄마 B(22)씨를 살인과 아동복지법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해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 조사 결과 B씨는 이사하기 전부터 아이를 집에 방치하다시피 했고, 아이만 집에 남겨두고 이삿짐을 옮긴 것으로 잠정 결론내렸다. B씨는 “전 남편의 아이라 보기 싫었다”고 했다.

사건은 부모가 되기에 아직 미성숙한, 철없는 엄마의 무책임한 범행으로 마무리되는 듯 했다. 하지만 DNA 검사 결과에 사건은 반전했다.


외할머니가 아니라 엄마, 엄마가 아니라 언니

아이의 정확한 신원 확인을 위해 경찰은 B씨와 B씨의 전남편, 아이의 유전자를 대조했다. 지문도 없고 시신이 부패한 상태에서 증거보완 차원에서 반드시 필요한 절차였다.

그런데 이상했다. 엄마 B씨와 아이의 유전자가 상당히 일치했지만 친모는 아닌 것으로 나왔다. 전 남편의 아이는 더더욱 아니었다. 놀란 경찰은 주변인으로 검사를 확대했고, 외할머니로 알고 있던 A씨의 유전자와 대조한 결과, 그가 아이의 친모로 확인됐다.

혹시나 해서 검사를 세 차례나 했지만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이유야 어찌됐건 감추고 싶은 아픈 가정사인 만큼 경찰은 보안 유지에 상당한 신경을 썼다. 그러나 결국 밖으로 알려졌다.

12일 경북 김천시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에서 지난 10일 구미시 빌라에서 2세 여아가 숨진 채 발견된 사건과 관련해 아이의 어머니가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고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12일 경북 김천시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에서 지난 10일 구미시 빌라에서 2세 여아가 숨진 채 발견된 사건과 관련해 아이의 어머니가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고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외할머니' A씨는 자신의 아이가 아니라고 부인했다. 11일 구속전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를 위해 대구지법 김천지원에 출두하면서 “제 딸(B)이 낳은 아이”라고 강조했다. 자신의 손녀이고, 자신의 아이의 외할머니라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DNA검사 결과가 잘못됐을 가능성은 없다고 보고 있다.


모녀가 비슷한 시기에 출산……. 바꿔치기 유력

경찰은 모녀가 비슷한 시기에 딸을 낳았고, 무슨 이유인지는 알 수 없으나, A씨가 딸 B씨가 낳은 아이와 몰래 바꿔치기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 근거는 이렇다. 지난달 구속된 B씨는 자신의 범행을 인정하면서도 “(이혼한)전 남편의 아이라 보기 싫었다”고 진술한 점, 유전자검사 결과 딸이 아니라 여동생이라는 사실을 알려주자 “그럴 리 없다”며 크게 놀랐다는 점이다.

A씨 가족이나 주변인들은 A씨가 출산한 사실을 모르고 있었던 점에 비춰 출산 사실을 감춰야할 말못할 사정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이 때문에 바꿔치기 과정에 조력자가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 조력자는 숨진 아이의 생물학적 부친일 가능성이 높다.

경찰은 바꿔치기 한 B씨의 아이는 보육원 등에 맡겼거나, 최악의 경우 살해 후 암매장했을 가능성도 열어두고 행방을 추적하고 있다. 이를 위해 유전자 검사 대상을 확대, 3세 여아의 생물학적 부친을 가린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친부로 유력했던 복수의 남성과 숨진 여아의 유전자가 일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수사팀은 난감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굳이 바꿔치기해야 했나

이 대목에서 A씨가 의도치 않게 아이를 낳았다면, 그냥 보육원에 맡기거나 하면 될 일을 왜, 굳이 친딸이 낳은 아이와 바꿔치기 했을까 하는 데 의문이 생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A씨가 딸을 출산한 뒤, 자신의 출산 사실을 감추기 위해 B씨 딸로 위장하기 위해 모녀간에 합의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 경우 딸 B씨가 아이를 방치하게 된 동기가 좀 더 선명해진다. 20대 초반의 나이에 여동생을 딸처럼 키운다는 사실이 견디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건 부모 등 어른들로부터 무한정의 보호를 받아야 할 아이가 피지도 못한 채 혼자 방치됐다가 무지개다리를 건넜다는 사실은 어떤 이유에서든 용서받을 수 없는 범죄다.

경찰 관계자는 “어찌됐건 어른들의 잘못으로 한 아이가 비참하게 숨졌다는 게 핵심”이라며 "한 점 의혹 없이 철저하게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구미= 정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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