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지난해 반도체 부문에 사상 최대 규모 투자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는 주요국들이 잇따라 '반도체 자립'을 선언하면서 어느 해보다 치열한 반도체 투자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투자도 올해 더 규모를 키울 거란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 매출 25% 미래투자에 썼다
12일 삼성전자가 공시한 '2020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 투자액은 32조8,915억 원으로 2019년(22조5,649억 원)보다 31%(10조3,266억 원)나 급증했다. 삼성전자 총 시설투자금(38조4,969억 원)의 85%가 반도체 부문에 집중된 것이다.
지난해 반도체 투자는 사상 최대 규모였다. 삼성전자는 D램 등 메모리반도체 분야에 14조5,516억 원, 대만의 TSMC와 양강 구도인 위탁생산(파운드리) 부문에 10조 원 가량을 쏟아 부었다.
여기에 시설투자와 별개로 차세대 기술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비로도 역대 최대인 21조2,292억 원을 썼다. 지난해 삼성전자가 시설투자와 연구개발비로 쓴 돈만 매출의 25% 수준(60조 원)에 육박한다.
역대급 투자, 실적으로 이어질까
시장에선 삼성전자가 지난해 역대급 투자를 계기로 올해 새로운 실적 기록을 쓸지가 관심이다. 삼성전자는 앞서 반도체 업황 '빅사이클' 진입을 앞둔 2017년 사상 최대 투자(27조3,456억 원)를 단행했고, 2018년 매출 243조 원, 영업이익 58조 원으로 역대 최대 기록을 세웠다. 반도체 호황에 대비한 선제 투자가 톡톡히 빛을 발휘했다.
증권가에선 삼성전자가 반도체 활황에 힘입어 올해 영업이익 51조 원, 내년엔 사상 최대인 60조 원까지 돌파할 거란 장밋빛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 올해도 역대급 투자 나설 듯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는 올해 반도체 시장의 작년 대비 성장률을 기존 12%에서 19%로 7%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주요 반도체 회사들도 업황 기대감에 올해 대대적인 투자를 예고한 상황이다. 글로벌 파운드리 1위 기업인 대만 TSMC는 삼성전자의 추격을 뿌리치기 위해 올해 30조 원 넘는 투자 계획을 공개했다.
삼성전자 역시 올해 재차 역대급 투자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자율주행, 인공지능(AI) 등의 급성장으로 반도체 호황이 수년간 이어질 걸로 점쳐지는 만큼 선제적인 대규모 투자는 필수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반도체 인력을 2017년 이후 가장 많은 8.6%(4,690명)나 늘렸는데, 올해도 연초부터 신입·경력 채용에 나서며 공격적으로 인력을 충원하고 있다. 가장 큰 관심은 삼성전자가 추진 중인 미국 반도체 공장 증설 프로젝트의 최종 성사 여부다. 투자금만 170억 달러(한화 19조 원)에 달하는 메가 프로젝트인데, 삼성전자는 여러 후보 지역을 두고 장고를 거듭하는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산업은 막대한 투자금을 댈 수 있는 회사가 최종 승자가 되는 구조"라며 "삼성전자는 올해도 막대한 투자를 앞세워 경쟁사를 따돌리는 초격차 전략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