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을 위해 울어줄 의원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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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을 위해 울어줄 의원은 없다

입력
2021.03.14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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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돈
이상돈중앙대 명예교수·전 국회의원

검찰수사권 논란에 여야 입장차 크지만
선거사범 과잉수사·기소 지켜봤다면
현 검찰에 내심 온정적 의원 거의 없을 것


21대 국회의원 배지와 검찰기. 한국일보 자료사진


검찰의 수사권을 배제하려는 여권의 시도를 두고 정치권이 혼란스럽다. 더불어민주당은 검찰을 기소만 하는 기구로 만들려는 의지가 확고하다. 국민의힘은 수사권 배제에 반대하지만 정착 의원들의 속마음은 그렇지는 않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국회의원들이 검찰에 대해 갖고 있는 부정적인 생각은 선거사범을 검찰이 수사하고 기소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국회의원에 당선이 되어도 검찰의 'X-레이'를 통과하기까지는 마음을 놓을 수 없다. 선거법 공소시효가 끝나는 10월 중순이 지나가야 비로소 국회의원이 된다는 농담이 있을 정도다. 20대 국회의원 당선인 중 33명이 기소되어 7명이 벌금 100만 원 이상의 유죄를 선고받고 의원직을 상실했다. 21대 국회는 당선인 중 27명이 기소되어 재판이 진행 중에 있다. 의원 300명 중 약 10%가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되는 셈이다. 검찰에 출두해서 강도 높은 수사를 받고 불기소 처분이 내려지기까지 가슴을 졸인 의원은 이보다 훨씬 많다.

선거법 위반은 엄격한 처벌을 받아야 마땅하다. 하지만 실제 선거법 사건을 뜯어보면 과연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20대 국회의 경우 금품 살포와 불법선거자금 수령 등 변명의 여지가 없는 선거법 위반 사례가 몇 건이 있었다. 하지만 나머지 사안들을 살펴보면, 이런 약간의 잘못으로 의원직을 박탈하는 게 과연 맞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흔히 큰 사달이 나는 것이 자원봉사자에 대해 수고비를 지불한 경우다. 어떤 의원은 선거가 끝난 후에 깜박하고 정산을 못해준 비용을 자기 개인 통장에서 송금해 주었다가 의원직을 상실했다. 나는 선거운동의 범위도 풀고, 자기 비용으로 선거비용을 지출할 수 있는 한도도 올려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현장에서 지키기 어려운 비현실적인 규정으로 인해 고소 고발이 많아지고 선거 결과가 검찰과 법원의 손에 맡겨지고 있다.

허위사실 유포로 기소되는 경우도 많다. 선거공보물에 자기 업적을 과장해서 기재하거나 유세 도중 상대방을 비판하다가 상대방으로부터 고발을 당하는 경우다. 후보가 "내가 대한민국을 살리겠다"고 거창한 거짓말을 하면 아무 일도 생기지 않는다. 하지만 "지난 4년 동안 관내 초등학교에 칠판을 100개 들여왔다"고 자랑했는데 사실은 90개가 들어왔다면 허위사실 유포로 기소될 수 있다. 이처럼 단순한 착오의 수준을 넘지 않는 경우를 기소해서 재판에 회부해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이런 것을 고발하는 정치 풍토도 문제다.

벌금 80만원을 선고 받고 의원직을 유지하면 다행이지만 그것은 결코 공짜가 아니다. 선거법 위반을 우습게 볼 수 없음을 아는 의원들은 로펌의 전관 변호사에게 사건을 맡긴다. 2심을 넘어 3심까지 가게 되면 해당 의원은 그동안 노심초사하며 세월을 보낸다. 변호사 비용도 만만치 않아서 로펌에선 국회의원이 '호구'라는 말까지 있다. 추미애 전 법무장관은 지역구 내 법조단지 존치가 자신의 업적이라고 한 것이 허위라는 이유로 기소되어 벌금 80만원을 선고 받았는데, 검찰이 항소를 해서 2심에 가 결국 80만원 벌금형으로 의원직을 지켰다. 그런 경험을 한 추 전 장관이 검찰을 어떻게 보았을지는 상상할 수 있지 않은가.

이른바 국민의당 리베이트 사건으로 박선숙, 김수민 전 의원은 20대 국회 4년 동안 영장실질심사, 1심, 2심, 3심 재판으로 세월을 보냈다. 법원의 판결은 영장기각, 무죄, 무죄, 무죄였다. 검찰은 편안하게 기소하고 항소하고 상고했지만, 두 의원은 4년간 받은 연봉을 변호사 비용으로 탕진했을 것이다. 이런 검찰을 위해 울어줄 국회의원은 없다.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전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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