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개막하는 국립발레단 '해적'에서 콘라드 연기하는 수석무용수 박종석
"'백조의 호수'나 '지젤'에도 남자 무용수가 등장하지만 주인공은 발레리나죠. '해적'은 다릅니다. 남성미가 물씬 풍기는 발레예요. 남자 솔로가 많고요. 해적단 남자들이 단체로 펼치는 역동적이고 화려한 무용을 기대하세요."
국립발레단이 올해 첫 정기공연으로 '해적'을 23~28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무대에 올린다. 이미 지난해 11월 국내 초연됐는데, 호평을 거둔 결과다. '해적'은 거장 안무가 마리우스 프티파가 만든 작품으로, 국립발레단이 공연하는 '해적'은 단원 송정빈의 안무로 다시 태어났다. '해적'은 해적단 두목 '콘라드'를 중심으로 모험과 사랑, 배신 등 이야기가 전개되는 '액션ㆍ로맨스 발레'다. 혹시라도 발레가 지루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선입견을 깰 수 있는 작품이다.
주인공 콘라드 역은 지난해에 이어 발레단의 수석무용수 박종석(30)이 맡는다. 최근 예술의전당 발레단 연습실에서 한국일보와 만난 박종석은 자신의 캐릭터를 두고 "모험을 하든 사랑을 하든 모든 면에서 열정적인 인물"이라며 "해적단에서는 와일드한 남자지만, 사랑하는 연인 '메도라'에게는 한없이 따뜻한 로맨티스트"라고 설명했다.
해적답게 춤도 인상적이다. 박종석은 "칼을 들고 추는 큰 동작이 많아 다른 클래식 발레보다 거친 면이 있다"면서도 "사랑을 속삭이는 장면에서는 섬세하고 부드러운 무용이 나타나 분위기 전환이 크다"고 말했다.
실제 박종석도 호기심이 많고 활동적인 편이어서 콘라드를 닮았다. 다만 무대 위에서는 온전히 자신을 버리고 역할에 모든 것을 새롭게 이입한다. 박종석은 "무용 테크닉도 물론 중요하지만, 항상 세밀한 감정 표현을 고심하는 편"이라며 "드라마가 있는 발레에서는 특히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초등학교 5학년 무렵 뒤늦게 발레에 입문해 미국 워싱턴 키로프 발레학교에서 공부한 박종석은 워싱턴ㆍ펜실베이니아 발레단에서 무용수로 활동했다. 국립발레단 가족이 된 것은 2016년이다. 입단 4개월 만에 발레 '세레나데'의 주역으로 발탁되더니 지난 1월에는 수석무용수로 승급했다. '인턴-준단원-정단원-드미솔리스트-솔리스트-수석무용수'로 이어지는 발레단 내부 위계의 사다리에서 가장 정점에 있는 자리다. 모든 무용수의 꿈으로, 박종석은 입단 5년 만에 쟁취했다.
발레계의 주목을 한 몸에 받는 발레리노지만 당사자는 덤덤하다. 수석으로 승급된 당일에도 늦잠을 자다가 일어나서 뉴스를 보고서야 뒤늦게 알았을 정도다. "수석무용수가 책임이 무거운 위치지만 공연 준비과정이나 무대에 임하는 자세는 지난해 솔리스트 때와 다를 게 없어요. 어렵게 표를 구해 공연장까지 발걸음을 하신 관객들에게 감동을 드리고 싶은 마음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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