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번째 방문 취소…요르단, 영공 통과 비협조
"전날 요르단 왕세자와의 갈등이 원인"
벌써 4번째 취소다. 지난해 약속한 아랍에메리트(UAE)와의 관계 정상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UAE 방문이 또 무산됐다. 이번엔 감염병이 아닌 아랍 국가와의 신경전이 발목을 잡았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11일(현지시간) 네타냐후 총리의 UAE 방문 취소 결정을 발표했다. 취소 사유는 "요르단이 뒤늦게 영공 통과 허가를 내줬지만 시간이 너무 지체돼 방문 일정을 취소했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에서 UAE로 향하려면 요르단 하늘길을 지나야 한다. 요르단의 비협조적 태도와 관련 "전날 예루살렘 성지를 방문하려던 요르단 왕세자의 의전 문제로 인한 갈등이 원인"이라는 게 이스라엘 측 설명이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요르단의 후세인 빈 압둘라 왕세자는 예루살렘에 있는 알 아크사 사원 방문을 위해 이스라엘 국경을 넘는 과정에서 실랑이를 겪었다. 이스라엘 측이 사전 허가 인원을 초과한 왕세자 경호원 수를 문제 삼으면서다. 결국 후세인 왕세자는 방문 일정을 취소하고 요르단으로 돌아갔다.
이스라엘 내부에서는 이번 UAE 방문 취소 사태 근본원인을 네탸냐후에게 돌리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이웃국가와의 관계를 잘 닦아놓지 못한 총리의 실정 때문이라는 얘기다. 네타냐후 총리의 정적인 베니 간츠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은 "요르단 국왕과의 불편한 관계는 15년 네타냐후 정부의 실패를 보여준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총선(21일)을 앞두고 네타냐후가 아랍계 유권자의 표심을 얻기 위해 UAE 방문을 강행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총리의 배우자 건강 상태가 또 다른 원인이라는 분석도 내놨다. 네타냐후 총리의 부인인 사라 네타냐후는 이날 새벽 몸이 좋지 않아 병원을 찾았고, 충수염 진단을 받고 입원 중이다.
이스라엘은 지난해 9월 미국의 중재로 UAE·바레인과 관계 정상화를 약속했다. 1994년 요르단 이후 26년 만에 이스라엘이 아랍권 국가와 외교관계를 수립, 중동 지역 정세에 큰 변화를 예고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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