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 직권남용 사건 유죄취지 파기환송?
"국정원 특수성 감안 권한 남용 방지해야"
대법원이 11일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직권남용 혐의 무죄 판결을 유죄 취지로 뒤집었다. 국정원의 막강한 권한과 영향력을 감안하면 직권남용 폐해가 클 수 있어 더욱 엄중히 판단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이날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기소된 원 전 원장에 대해 징역 7년에 자격정지 5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원 전 원장은 이명박 정부 시절 불법사찰을 위해 국정원 내 공작팀을 운영하고 야권의 유력 정치인 및 민간인을 상대로 사찰과 정치공작을 벌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에선 △민간인 댓글부대에 국정원 예산 65억 원을 지급한 혐의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특수활동비 2억 원 및 현금 10만 달러 전달 혐의 등이 유죄로 인정돼 징역 7년과 자격정지 7년을 선고했고, 2심에선 징역 7년 자격정지 5년을 선고했다.
1심에서 유죄로 인정된 권양숙 여사의 중국여행 미행·감시 혐의 및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일본 출장 미행·감시 혐의는 2심에서 무죄로 뒤집혔다. 2심은 직권남용 혐의가 인정되려면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의무(직무)에 없는 일'을 하도록 해야 하는데, 원 전 원장 지시가 직권에 해당하고 국정원 공무원 직무와 관련된 일이라고 봤다.
대법원은 그러나 2심과 다르게 판단했다. 재판부는 "원 전 원장 지시는 형식적·외형적으로 직권을 행사하는 모습을 갖췄지만, 지시를 이행한 국정원 직원들은 직권남용 상대방에 해당한다. 이로 인해 국정원 실무 담당자들로 하여금 법령상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이런 취지를 △명진 스님 사찰 △배우 문성근 사찰 등 다른 직권남용 혐의에도 적용해 원심 판단이 잘못됐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특히 국정원법에 직권남용죄 처벌 규정이 따로 있는 점을 들어 "국정원장 등에게 부여된 직무권한을 남용해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번 판결은 국정원 직권남용죄 판단 때 고려할 사항을 처음 설시한 것"이라며 "국정원의 법적 지위와 영향력, 특수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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