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정치자금법 위반' 집행유예 확정
기재부 20억 예산편성 압박도 무죄로
美 대통령 방한 때 압수수색 단행 '화제'
대법원이 홈쇼핑 업체에 한국e스포츠협회(협회) 후원을 강요한 혐의(제3자 뇌물수수)로 재판에 넘겨진 전병헌(63) 전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전 전 수석 수사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문재인 정부 핵심 인사에 대한 첫 검찰 수사라는 상징성 탓에 관심을 끌었다. 검찰은 정권 초기 청와대 정무수석을 잡으려고 미국 대통령이 방한한 날 압수수색을 실시해 청와대를 놀라게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집행유예로 마무리돼 검찰로선 체면을 구기게 됐다.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11일 전 전 수석의 뇌물수수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 징역 1년과 집행유예 2년, 벌금 2,00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일부 업무상 횡령 혐의에 대한 징역 8월과 집행유예 2년형도 유지됐다.
전 전 수석은 국회 미래창조과학통신위원회 소속 국회의원이던 2013~2015년 비서관 윤모씨 등과 공모해 롯데홈쇼핑과 GS홈쇼핑, KT에서 총 5억5,000만 원을 e스포츠협회에 후원하도록 한 혐의(제3자뇌물)로 기소됐다. 당시 e스포츠협회 회장이었던 전 전 수석은 롯데홈쇼핑으로부터 상품권을 받고 제주 롯데그룹 계열 리조트에서 공짜 숙박과 식사를 제공받은 혐의(뇌물수수)도 받았다.
검찰은 전 전 수석이 청와대에 근무하던 2017년 7월 기획재정부 예산 담당 고위간부에게 전화해 e스포츠협회가 주관하는 PC방 지원사업에 신규 예산으로 20억 원을 배정하라고 지시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도 적용했다. 2014년 12월 민주당 최고위원 선거 때 e스포츠 관련 케이블TV 대표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2,000만 원을 수수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도 있다.
1심에선 전 전 수석의 혐의 상당 부분이 유죄로 인정돼 뇌물수수 등 혐의에 대해 징역 5년이, 업무상 횡령 등 혐의에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다만, 대기업 후원금 중 롯데홈쇼핑이 협회에 낸 3억 원만 제3자 뇌물수수로 인정하고 나머지에 대해선 무죄 판단을 내렸다. 롯데홈쇼핑으로부터 받은 상품권도 뇌물로 인정됐고 기재부 예산 업무에 영향을 끼친 행위도 유죄로 판정났다.
그러나 2심에선 롯데홈쇼핑으로부터 3억 원을 받은 부분과 기재부에 예산을 짜도록 압박한 혐의가 무죄로 뒤집히면서 집행유예가 선고됐고, 대법원도 이날 2심 판단을 그대로 유지했다. 검찰은 전 전 수석에 대해 징역 8년6월을 구형할 정도로 중대범죄로 규정했지만, 집행유예가 확정되면서 3년 이상 걸린 수사와 재판은 다소 싱겁게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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