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홍혜민의 B:TS]는 ‘Behind The Song’의 약자로, 국내외 가요계의 깊숙하고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전해 드립니다.
스포티파이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구 카카오M, 이하 카카오)의 '음원 공급'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됐다. 이번 글로벌 라이센싱 체결을 통해 스포티파이는 '반쪽짜리'라는 오명을 탈피, 완전체로 거듭났다. 이제 본격적인 국내 음원 플랫폼 경쟁에 불이 붙을 전망이다.
스포티파이와 카카오의 '음원 전쟁'은 이미 오래전 시작된 이슈였다. 그간 해외 서비스에 주력해왔던 스포티파이는 카카오와의 해외 라이센싱 계약을 통해 카카오가 유통하는 K팝 음원을 공급받아왔다. 하지만 스포티파이가 지난해 국내 법인을 설립하고 본격적으로 국내 서비스 론칭을 준비하며 음원 공급을 둘러싼 갈등이 가시화됐다. 카카오 유통 음원 라이센싱 계약이 좀처럼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난항을 겪은 것이다.
이는 스포티파이의 국내 서비스 준비 직후부터 어느 정도 예견됐던 상황이었다. 카카오가 국내 대표 음원 플랫폼인 멜론(Melon)과 특수 관계를 맺고 있는 만큼, 강렬한 경쟁자인 스포티파이를 견제하지 않겠냐는 것이었다. 특히 지난 2016년 국내 서비스를 시작했던 애플뮤직 역시 카카오 등 일부 대형 음원 유통사의 음원을 수급하지 못해 시장 진입에 어려움을 겪었던 만큼, 스포티파이도 같은 전철을 밟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까지 나왔다.
당시 스포티파이와 카카오 양측은 본지에 "음원 라이센싱 체결을 두고 논의 중"이라는 입장을 전했지만, 결국 계약은 불발됐고 스포티파이는 지난달 2일 카카오 유통 음원을 제외한 채 서비스를 시작했다.
무려 7천만 곡 이상의 방대한 음원 보유량과 독보적인 맞춤형 플레이리스트 서비스는 스포티파이의 론칭을 기다려왔던 리스너들에게 반가운 소식이었지만, 카카오의 빈자리는 결코 작지 않았다.
실제로 현재 국내 음원 시장에서 카카오의 존재감은 상당하다. 지난해 가온차트 연간 400위권 음원 중 카카오의 유통 점유율은 무려 37.5%였을 정도다. 특히 아이유 몬스타엑스 에이핑크 등 유명 K팝 아티스트들이 카카오 산하 레이블에 소속돼 있는 만큼 이들의 공백은 더욱 크게 다가왔다. 이같은 상황 속 일각에서는 '반쪽짜리 서비스'라는 혹평까지 전하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쏟아지는 관심 속 스포티파이 측은 지난달 열린 국내 서비스 론칭 기념 간담회에서 "서비스 론칭 이후에도 더 많은 음악 카탈로그를 확보하고자 노력 중"이라며 카카오 유통 음원 수급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상황이 급반전된 것은 서비스 론칭 약 한 달 만이었다. 음원 전쟁의 마침표, 그 트리거를 당긴 것은 스포티파이와 카카오의 글로벌 라이센싱 계약 만료였다. 지난 1일 양사의 글로벌 라이센스 계약이 끝나며 전 세계 스포티파이에서 카카오의 유통 음원들의 서비스가 중단된 것이다. 계약 갱신 불발의 배경은 '국내 및 해외 음원 공급 계약을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는 스포티파이 측의 정책과 '국내 계약과는 별도로 해외 계약 갱신을 하자'는 카카오의 의견 대립이었다.
갑작스러운 음원 서비스 중단에 대한 반발은 거셌다. SNS를 중심으로 해외 팬들의 불만이 쇄도했고, 에픽하이 타블로 역시 SNS를 통해 "카카오와 스포티파이의 의견 차이 때문에 우리 의사와 상관없이 우리의 새 앨범을 전 세계에서 듣지 못하게 된 모양이다. 기업들이 예술보다 욕심을 우선할 때 언제나 고통받는 것은 왜 아티스트와 팬인가"라고 일침을 가하고 나섰다. 각종 외신들 역시 스포티파이와 카카오의 음원 공급 문제를 조명하며 비판적인 시선을 전했다.
음원 공급 계약을 두고 국내를 넘어 전 세계 K팝 팬들의 이목이 집중되자 결국 카카오는 부랴부랴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 그리고 스포티파이와의 글로벌 라이센싱 종료 열흘 만인 11일, 양사는 음원 유통을 위한 재계약 협의를 마쳤다고 밝혔다. 이번 계약을 통해 카카오는 국내를 포함한 전 세계 스포티파이 서비스에 자사 유통 음원을 공급하게 됐다.
스포티파이가 전 세계 음악팬들에게 K팝을 선보이는 주요 창구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이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다만 오랜 시간 지지부진했던 국내 스포티파이 서비스로의 음원 공급 계약 이슈가 단 10일 만에 마무리되는 상황 속에서, 타블로의 일침과 맞물려 밀려드는 씁쓸함은 좀처럼 지우기 어렵다.
그럼에도 이번 라이센싱 계약 체결이 갖는 의미는 상당하다. 애플뮤직의 아쉬운 선례를 딛고 기존 국내 음악 시장의 구조를 탈피한 결과라는 점에서다. 또 더 많은 사람들이 전 세계 음악을 손쉽게 접하고 K팝 아티스트들 역시 더 많은 국가에 진출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도 국내 음원 스트리밍 생태계에 긍정적인 결과라고 평가할 수 있겠다.
카카오는 이날 "앞으로도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대한민국 음악산업의 성장과 안정적인 창작 생태계 조성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길었던 음원 전쟁이 한순간 막을 내린 이제, 진정한 K팝의 발전을 위한 '상생'의 길을 걸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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