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정부 10일부터 트위터 속도 늦춰
불법 게시물 문제삼지만 나발니 압박책?
NYT "SNS 통제 출발점 될 가능성 높아"
러시아 정부가 트위터 서비스 속도를 늦췄다. 불법 게시물이 너무 많아 통제가 필요하다는데, 속내는 다른 것 같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적인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 견제가 진짜 이유라는 것이다. 나발니 지지자들의 온라인 활동 터전이 바로 트위터이기 때문이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10일(현지시간) 러시아에서 이날부터 트위터 사용 속도가 느려졌다고 보도했다. 트위터 측도 “러시아 전역에서 의도적으로 서비스 속도가 늦춰진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정부는 아동 성(性)착취물이나 마약 거래 등 불법 게시물이 범람해 제한 조치를 취했다고 설명했다. 또 속도 제한은 사진, 동영상이 포함된 게시물에만 적용되고, 텍스트는 정상 유통된다고 강조했다. 다른 꼼수는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신문의 진단은 다르다. 불법 콘텐츠는 이미 트위터가 강력하게 규제하고 있어서다. 업체 측도 “우리는 모든 아동 성착취물 등에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고 있다”며 러시아 정부의 주장을 반박했다.
본심은 나발니와 추종 세력 견제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나발니는 현재 감옥에 있다. 지난해 8월 독살 테러를 받고 독일에서 치료 후 가까스로 살아났지만 귀국하자마자 체포됐고, 반(反)정부 시위의 기폭제가 됐다. 나발니 지지자들은 물론 국제사회도 독극물 공격의 배후로 러시아 정부와 푸틴 대통령을 지목하고 있다.
이들의 소통 창구가 트위터다. 지난해 러시아의 트위터 실사용자는 약 69만명. 1억명이 넘는 전체 인구의 1%가 채 되지 않는다. 하지만 나발니의 트위터 팔로워 수는 250만명에 달할 만큼 막강한 영향력을 자랑한다. 지금도 트위터에는 나발니 석방을 요구하는 게시물이 꾸준히 올라온다. 시위 홍보 역시 트위터에서 이뤄진다. 때문에 사용자도 적은 트위터를 굳이 규제하는 목적을 나발니 외에는 찾을 수 없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번 조치가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을 수도 있다. NYT는 “러시아 정부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제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페이스북, 유튜브 등 미국 SNS 사용을 제한하는 중국과 달리, 러시아는 지금껏 자유를 허용해왔다. 그러나 당국은 “트위터가 문제를 시정하지 않으면 사이트를 차단할 수도 있다”고 엄포를 놨다. 속도 제한이 SNS 옥죄기를 위한 예비 수순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까닭이다. 실제 여당 통합러시아당의 알렉산드르 힌쉬테인 의원은 “속도 관련 조치는 미국 SNS에 보내는 경고”라며 "러시아의 법을 지키지 않으면 우리 시장에서 퇴출될 수밖에 없다”고 위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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