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행연구 무시 '엉터리'... "학술지 게재 철회해야"
일본군 위안부의 실체를 부정하고 왜곡한 마크 램지어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의 논문에 대해 일본 학계와 시민사회가 비판 성명을 냈다.
일본 시민단체 '파이트 포 저스티스(Fight for Justice)'는 10일 역사학연구회, 역사과학협의회, 역사교육자협의회 등 학술단체와 함께 '새롭게 위장된 형태로 등장한 일본군 위안부 부정론을 비판하는 일본의 연구자·활동가 긴급 성명'을 발표했다. 파이트 포 저스티스(http://fightforjustice.info)는 위안부 문제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알리기 위해 시민운동가와 학자들이 공동 운영하고 있다.
애초 이 단체는 14일 '하버드대 램지어 교수의 역사수정주의를 비판한다'는 제목의 긴급 세미나를 온라인으로 개최하면서 성명도 낼 예정이었다. 그러나 법경제학국제리뷰(IRLE) 측이 문제의 논문을 3월호에 예정대로 인쇄해 발간할 것이라고 9일(현지시간) 알리자 긴급 성명을 낸 것으로 보인다.
이 단체는 성명에서 램지어 교수의 논문은 "위안부를 공창(公娼)과 동일시하고 있다"며 "공창은 인신매매된 것이 아니라 업자와의 이해관계가 일치된 가운데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고, 위안부 피해와 일본의 책임을 없었던 것으로 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성명은 "이 논문이 전문가의 심사를 제대로 거치지 않고 학술지에 게재됐다는 것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며 "선행연구를 무시한 데다 많은 일본어 문헌을 자의적으로 취급하고, 중요 부분에서 근거를 제시하지 않은 채 주장만 펼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위안부 제도가 공창제의 일환이란 주장에 대해 "깊은 관련이 있지만 위안소는 공창제도와 달리 일본군이 직접 지시하고 명령해 설치·관리했다"고 반박했다.
위안부의 모집도 일본군이 직접 하거나 그들의 지시나 명령으로 이뤄졌다고 재확인했다. 일본인 위안부의 경우 창기(娼妓)나 예기(芸妓)?작부(酌婦)였던 여성들이 위안부가 된 사례가 일부 있으나, 많은 여성들은 공창제도와 무관하게 계약서도 없이 사기나 폭력, 인신매매 형태로 강제 모집됐다는 것이다. 이런 사실이 연구를 통해 밝혀져 있는데도 램지어 교수는 일본군의 주체적인 관여를 보여주는 수많은 사료의 존재를 무시한다고 성명은 강조했다.
성명은 이어 공창제하에서도 예창기(藝娼技) 계약은 실제로는 인신매매이고, 폐업의 자유가 없었다는 점도 많은 선행연구와 사료가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사료가 자의적으로 인용되는 점도 비판했다. 예를 들면 열 살 소녀가 오빠에 의해 업자에게 매매된 사례에 대해 "업자가 속이려고 한 것이 아니었다", "그녀는 열 살이었지만 일의 내용은 이해하고 있었다"고 주장하면서, 소녀가 현장감독에게 "거짓말쟁이"라고 항의한 것 등 반박할 만한 내용은 무시했다고 비판했다.
성명은 램지어 교수의 논문이 가부장제에 대한 관점이 결여된 것도 문제로 거론했다. 위안부 제도나 공창제도는 여성들의 거주, 외출, 폐업의 자유나 성행위를 거부할 자유가 결여돼 사실상 성노예제였다는 연구가 축적됐는데도 무시했다는 설명이다.
성명은 이런 이유로 램지어 논문에 대해 "학술적 가치를 인정할 수 없을 뿐 아니라 파급효과에 대해서도 심각한 우려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논문이 일본 국가의 책임을 면제하고 말단 업자와 여성과의 양자 관계만으로 설명해, 가해 책임을 부정하고 싶어하는 이들의 환영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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