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붕그룹, 신대지구에 병원·호텔 추진?
행정절차·구체적 자금 조달 계획 없어?
최고 수준 의료인력 수급도 쉽지 않아
광양경자청 MOU 뒤 3차례 유치 무산

거붕그룹이 전남 순천 신대지구에 추진 중인 종합병원 및 관광호텔 조감도
거붕그룹이 최근 전남 순천시 해룡면 신대지구 의료부지에 1조7,500억원을 투자해 대형 병원과 관광호텔 건립 추진 계획을 야심차게 내놨다. 28만 중소도시 순천의 최대 규모 민간개발이 될 이번 사업에 대한 시민들의 기대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천문학적인 자금 조달과 행정절차 등 구체적 방안이 빠진데다 신대지구 병원 설립이 수차례 무산된 경험 때문에 실현 가능성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10일 순천시 등에 따르면 백용기 거붕그룹 회장은 지난달 26일 순천만생태문화교육원에서 사업설명회를 열고 '락희만(樂喜滿) 의료융합타운'조성 계획을 일반에 공개했다. 거붕그룹이 제시한 청사진에 따르면 신대지구 5만6,000여㎡ 부지에 1,000병상급 종합병원과 응급센터, 600객실의 초특급 메디텔(의료관광호텔), 바이오 연구개발(R&D)센터, 치유의 숲을 조성한다.
전남 동부와 경남 서부지역 주민까지 이용할 수 있는 거점 의료시설로, 인근 광양제철소와 여수산단 안전사고 대응 응급센터도 차별화할 계획이다.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 의료관광 수요에 맞춰 최고수준의 시설과 서비스, 공연 및 전시 등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포함한 국내 첫 의료융합타운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올해 연말 착공해 2026년 완공을 목표로, 투자금만 1조7,500억원에 이른다.
그러나 시민 기대만큼 우려 목소리도 적지 않다. 백 회장은 "해외자본도 끌어 오겠다"는 입장이지만 구체적 자금 조달 계획은 제시하지 않아 사업비 확보가 안정적으로 이뤄질지 미지수다. 대기업조차 투자가 어려운 천문학적인 비용을 쏟아 붓을 여력이 있는지에 대해 의문도 커지고 있다. 거붕그룹은 현재 경남 거제 거붕백병원과 학교법인, 친환경업체 등을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그룹 계열사 현황과 전체 수익 등은 공개를 꺼리고 있다.
사업 승인까지 행정 절차도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거붕 측은 우선 순천시 소유로 돼 있는 부지 매입부터 나서야한다. 거붕 측은 착공 전까지 매입을 완료해 소유권을 넘겨받겠다고 했지만 담보없이 순천시가 소유권부터 넘기긴 어려운 상황이다. 사업이 축소되거나 다른 용도로 활용된다면 자칫 특혜시비에 휘말릴 수도 있다. 관련 기관의 사업 타당성을 통과하고 교통·환경영향평가, 용도변경 등 세부 사안에 따라서는 더 많은 기간이 걸릴 수 있다.
병원 위상을 결정짓는 양질의 의료인력 수급도 문제다. 현실적으로 최고 수준의 의사와 간호사를 지방 중소도시에서 구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순천의 한 병원 관계자는 "서울이나 수도권보다 임금을 더 줘도 교육이며 생활 여건, 문화, 경력 발전 등이 모두 불리하다"며 "모든 분야가 수도권에 집중된 상황에서 의료진도 대도시에서 멀어질수록 인력 수급이 힘들다"고 말했다.
순천 신대지구 병원 설립은 10여년간 수차례 시도됐으나 모두 무산됐다. 2009년 늘푸른의료재단을 비롯해 2012년 조선대병원, 2014년 미국계 비즈포스트그룹까지 3차례 MOU를 체결했지만 실제 투자로 이어지지 못했다. 이후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청은 6차례에 걸쳐 의료부지 공개 매각을 진행했지만 불확실한 경제성과 수익성 등으로 응모기관은 한 곳도 없었다.
병원 유치에 나선 순천시는 이같은 우려에 대해 적극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순천시는 11일 전남도, 광양경자청이 참여하는 관계기관 설명회에서 거붕 측의 세부적인 사업계획을 확인키로 했다. 순천시 관계자는 "사업이 당초 계획대로 추진될 수 있도록 행정사항은 적극 지원하겠다"며 "일각에서 제기되는 사업 축소나 용도변경 등으로 인한 특혜소지가 없도록 철저한 대비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