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신임 회장에 취임
"코로나19로 기업 경영이 힘들어졌지만 그럼에도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에 걸맞은 문화예술 소양을 갖춰야 합니다. '뉴노멀' 시대를 맞아 기존 패러다임을 탈피한 새로운 문화공헌의 유형을 찾아서 메세나(기업의 문화예술 지원) 활동을 지속하겠습니다."
1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메세나협회 신임회장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김희근 회장은 "메세나가 기업의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때 국부를 누렸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은 나라들의 공통점은 부의 재분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곳들"이라며 "기업의 사명은 사회공헌이고, 문화예술분야의 사회공헌은 메세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대기업을 넘어) 중소ㆍ중견기업으로 메세나의 활동 반경을 넓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3일 총회에서 11대 회장으로 선출된 김 회장은 3년 임기를 막 시작했다. 벽산엔지니어링 회장직을 맡고 있는 그는 오랜 시간 음악, 미술, 연극 등 다양한 분야에서 예술계를 후원한 메세나인으로 유명하다. 1995년 세계적 연주단체인 세종솔로이스츠 창단에 결정적 역할을 했으며, 2011년부터는 '벽산희곡상'을 운영하며 상대적으로 기업 지원이 취약한 희곡 분야를 육성하는 활동을 펼쳤다.
메세나협회의 지원 영역 확대는 그의 임기 내 주요 과제로 주어졌다. 김 회장은 "협회 설립 이후 27년간 순수예술을 지원해왔으나 K팝 등 젊은 세대가 선호하는 최신 트렌드를 따라가고, (지원) 프로그램을 다양화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원 방식 측면에서도 특정 예술가를 돕는 차원을 넘어 소외계층이 많은 지역의 중소기업을 육성함으로써 수혜 기업들이 다시 예술을 지원할 수 있게 만드는 거시적 방향을 구상하고 있다. 예술을 지원하는 매칭펀드를 만들어 영국처럼 메세나를 중심으로 문화콘텐츠가 개발되는 토양도 만들 생각이다.
코로나19로 인해 기업도, 예술계도 힘든 시기에 김 회장은 “어려울 때는 쉬어가고, 기본을 다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팬데믹을 계기로 예술계가 지나치게 비대면 콘텐츠 생산에 목을 매는 건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놨다. 김 회장은 "클릭 한 번으로 모든 공연예술을 보게 됐지만, 온라인으로 보는 것과 직접 보는 것은 다르다"며 "아카이빙(파일 보관)이 발전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한편 최근 들어 일각에서는 상속세 등 세금을 미술품으로 대신 내는 '물납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김 회장은 "부동산 물납은 가능한데 왜 미술품 물납은 안 되겠느냐"고 반문하며 "시기와 법, 기술적인 문제만 남아있을 뿐 당연히 될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이를 위해서는 "위작 문제 등 미술 감정에 대한 이슈가 정리되는 것이 순서"라며 "어느 정도 정부의 개입이 필요한데 관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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