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연변이 코로나바이러스, 인류가 정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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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연변이 코로나바이러스, 인류가 정복할 수 있을까?

입력
2021.03.13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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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바이러스 돌연변이, 생존 위해 필수 
돌연변이체, 백신 항체 많게는 10배 필요 
변이 거쳐도 바이러스 독성이 악화하진 않아

체코가 영국발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비상인 가운데 지난달 24일 마스크를 쓴 한 남성이 수도 프라하의 명소인 카를교를 건너고 있다. 프라하=AP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돌연변이체가 영국과 브라질 등 전 세계 국가에서 잇따라 발견되면서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기존 코로나19 바이러스는 현재 보급된 모더나, 화이자 등 백신들에 무력화되지만 돌연변이체에는 효과가 적다는 연구결과가 잇따라 나오고 있어서다. 특히 감염 전파력 기준에선 기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비해 돌연변이체가 6배까지 큰 것으로 전해졌다. 전 세계가 코로나바이러스와 치열한 장기전을 각오해야 한다는 얘기다. 돌연변이 바이러스가 발생하는 원인과 과정, 과학적 돌파구 등을 들여다봤다.

돌연변이 바이러스, '진화'의 과정

12일 기초과학연구원(IBS)과 국가생명연구자원정보센터(KOBIC) 등에 따르면 바이러스는 유전물질이 담긴 핵산과 이를 감싸는 단백질 껍데기로 이뤄져 있다. 우선 유전물질은 유기화합물인 염기로 이뤄진다. 염기는 아데닌(A)과 우라실(U), 구아닌(G), 시토신(C) 4종류로 구성된다. 유전물질을 담은 핵산에는 두 종류(DNA와 RNA)가 있다. 따라서 바이러스는 크게 DNA 바이러스와 RNA 바이러스로 나뉜다. 동물이 번식을 하듯 바이러스도 번식을 한다. 스스로 물질대사를 할 수 없어 살아 있는 세포에 기생하는 바이러스는 자신을 복제해 개체 수를 늘린다. 이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해 일부 염기서열이 잘못 복제되는 경우가 바로 돌연변이다.

바이러스에 돌연변이가 발생하는 건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진화’의 과정이다 복제 과정에서 염기가 잘못 복제되면 바이러스 단백질의 아미노산 종류가 변화, 새로운 바이러스가 탄생한다. 이런 돌연변이는 바이러스의 생존에 이점을 준다. 다윈의 진화론에 나오는 적자생존 원리에 따라 돌연변이 과정은 시시각각 변하는 환경에 바이러스가 적응, 생존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실제 바이러스는 돌연변이 과정을 거치면서 자신을 죽이는 백신 항체를 무력화하거나, 감염 전파력이 강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코로나바이러스 구조. BPS 홈페이지


코로나바이러스.


코로나바이러스, 돌연변이 발생율 높아

코로나19 바이러스는 RNA 바이러스다. 바이러스 중에서도 DNA를 기반으로 삼는 종도 있다. 천연두 발병의 원인이 되는 두창 바이러스는 대표적인 DNA 바이러스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RNA 바이러스는 DNA 바이러스보다 돌연변이 발생율이 높다. 바이러스가 자신을 복제하려면 생물체 내 화학반응을 촉매 하는 단백질인 효소가 필요한데, DNA 효소에는 바이러스 염기서열이 잘못 복제되면 이를 교정하는 기능이 있다. 반면 RNA 효소에는 이런 게 없다. 때문에 RNA 기반인 코로나19 바이러스에선 DNA 바이러스보다 돌연변이체가 훨씬 많이 발생한다. 지난해 영국 UCL대학 연구팀이 코로나19 환자 7,500명을 분석한 결과 198건의 돌연변이 사례가 발견됐다.

인간 DNA는 약 30억개에 달하는 염기로 이뤄진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염기 수는 2만9,903개다. 인간과 비교해선 염기 수가 아주 적다. 하지만 RNA 바이러스 중에선 많은 편에 속한다. RNA 바이러스인 에이즈 바이러스(HIV)는 염기 수가 1만개 정도다. 복제할 염기가 많을수록 잘못 복제될 가능성은 클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돌연변이체가 유독 많은 이유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19 바이러스 돌연변이체가 발생하자 이를 크게 3가지 형태로 분류했다. 코로나19 발생지인 중국 후베이성(湖北省) 우한(武漢)에서 발견된 S형과 동아시아 지역의 V형, 미주와 유럽의 G형이다. 지난해 국내 확진자 중 S형은 우한에서 비롯된 초기 감염에서, V형은 신천지예수교 대구교회 집단감염에서 검출됐다. 지난해 5월 서울 용산구 이태원클럽 집단감염은 G형 바이러스가 원인이었다.

그림 왼쪽은 코로나바이러스에서 인체의 세포 수용체에 결합하는 스파이크 단백질과. 오른쪽은 스파이크 단백질을 표적 삼아 결합해 기능을 무력화시키는 항체의 모습. 기초과학연구원 홈페이지


코로나바이러스 돌연변이체, 전파력 6배 높아져

과학계에선 변이 바이러스와 변종 바이러스를 구분한다. 변이 바이러스는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기존에 비해 크게 변하지 않는다. 변종 바이러스는 같은 코로나바이러스지만 종이 완전히 갈라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ㆍ사스)’와 코로나19의 차이처럼, 한쪽을 무력화하기 위한 백신이 다른 쪽에는 전혀 효과가 없을 정도로 극명히 갈리는 경우를 말한다. 지금까지 발견된 코로나19 바이러스 돌연변이체는 모두 변이 바이러스로 규정된다. 미 연구진은 지난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돌연변이 과정 이후 감염 전파력이 6배 높아졌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그런데 전파력이 높아졌을 뿐 사망률 등 인체에 미치는 증상을 악화시킨다는 결과는 보고되지 않았다. 영국에서 한때 코로나19 바이러스 돌연변이로 비상이 걸렸지만 감염 증상이 더 심각해졌다는 징후는 관찰되지 않았다.

다만 돌연변이체에 기존 백신의 효과가 떨어지는 건 사실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둘러싼 단백질은 스파이크(돌기)가 돋아난 형태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스파이크 단백질을 인체의 세포 수용체에 결합시키는 방법으로 감염시킨다. 때문에 백신들이 스파이크 단백질을 표적으로 결합, 그 기능을 무력화하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제압할 수 있다. 그런데 코로나19 바이러스 돌연변이체는 해당 스파이크 단백질의 일부분을 변형, 백신 항체의 결합을 방해한다. 미국 워싱턴 의대가 지난 5일 저널 ‘네이처 메디신’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코로나19 바이러스 돌연변이체를 무력화하려면 기존보다 적게는 3.5배, 많게는 10배의 백신 항체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각각 발견됨 코로나바이러스 돌연변이체의 염기 구조가 다른 모습.


백신 강화되면 돌연변이 과정도 촉진

돌연변이 바이러스에 막연한 공포심을 가질 필요는 없다. 역사적으로 바이러스 돌연변이가 인류에게 치명적 영향을 준 사례는 드물다. 독감 바이러스는 코로나19 바이러스보다 더 빠르게 돌연변이가 일어나고, 현재 훨씬 많은 돌연변이체가 존재한다. 하지만 독감 바이러스의 독성은 지난 100년 동안 악화하지 않았다. 바이러스 입장에서 순기능인 감염력 강화 등도 돌연변이에서 그렇게 쉽게 발생하진 않는다. 다만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돌연변이 과정을 계속 주시해나갈 필요는 있다. 인류가 바이러스를 제압하기 위해 백신을 강화할수록, 바이러스도 생존하기 위해 돌연변이 과정을 촉진하기 때문이다. 독감 바이러스와 에이즈 바이러스는 백신을 피하면서 계속 돌연변이를 일으키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도 아마도 앞으로 오랫동안 인류와 함께 할지 모른다.

김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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