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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습 성추행에 손에 쥔 그릇 휘둘렀는데 범죄?… 헌재 "정당방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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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습 성추행에 손에 쥔 그릇 휘둘렀는데 범죄?… 헌재 "정당방위"

입력
2021.03.09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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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여성, 성추행 저항했다가 '상해죄' 기소유예
헌재 "급박한 상황서 반격행위... 기소유예 취소"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성추행범에게 손에 쥔 그릇을 휘두른 여성에 대해 검찰이 내린 기소유예 처분을 헌법재판소가 취소했다. 폐쇄적 공간에 성추행 가해자와 피해자, 단둘이 있었던 당시 상황에 비춰 피해자 행동은 정당방위였다는 취지다.

헌재는 성추행 피해자 A씨가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낸 헌법소원 심판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인용 결정했다고 9일 밝혔다. 기소유예란 범죄 혐의 자체는 인정되지만, 검사 판단하에 참작 사유와 피해 정도 등을 감안해 피의자를 재판에 넘기지 않는 처분이다.

성추행 피해자인 A씨가 ‘상해죄’를 저지른 피의자로 수사를 받게 된 경위는 이렇다. A씨는 2018년 10월 어느 날 오후 10시30분쯤, 같은 고시원에 살던 B씨가 자신이 있던 주방으로 따라 들어와 갑자기 성추행을 하자 물을 뜨려고 들고 있던 사기그릇을 휘둘렀다.

B씨는 그날 바로 강제추행 현행범으로 체포됐고, 이후 재판에 넘겨져 법원에서 징역 6월 유죄가 확정됐다. 다만 A씨가 저항하는 과정에서 B씨에게 오른쪽 귀 부위가 찢어지는 상처를 입혔다는 이유로, A씨도 덩달아 입건돼 경찰 조사를 받아야 했다.

검찰은 △A씨가 놀라서 우발적 범행을 저지른 점 △B씨 상해 정도가 크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A씨를 기소유예 처분했다. 하지만 A씨는 강제추행 방어 과정에서 벌어진 일일 뿐, 적극적으로 공격할 의사는 없었다면서 처분 취소를 구하는 헌법소원을 냈다.

헌재도 “정당한 반격방어 행위였다”며 A씨 손을 들어줬다. 헌재는 “B씨는 A씨보다 9세쯤 어린 남성으로, 완력을 이용한 갑작스러운 강제추행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급박했던 당시 상황에 비춰봤을 때 A씨가 다른 방어 방법을 취할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당시 범행이 폐쇄된 고시원 주방에서 발생했고, B씨가 범행 직전부터 줄곧 공포심을 야기할 만한 행동을 한 점도 고려됐다. 당일 10시쯤부터 B씨는 A씨가 여성용 공용욕실에 들어가는 것을 보고, 밖에서 욕실 전원을 수차례 껐다 켜는 행동을 반복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헌재는 ”사건 당일 정황, 성추행이 이뤄진 장소의 폐쇄성 등을 고려하면 A씨의 방어 행위는 불안스러운 상태에서 공포, 경악, 흥분 또는 당황에 기인한 것으로 볼 여지가 적지 않다"며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은 A씨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밝혔다.

최나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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