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당 어려운 물량 처리 강요" 주장에
직원 근무 일수·시간 공개
최근 택배업계의 잇단 과로사 의혹이 논란을 키우는 가운데, 지난 주말 쿠팡 직원 2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쿠팡 측은 "깊은 애도를 표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과도한 업무가 배정되는 시스템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8일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대책위)는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처참한 심야·새벽배송이 부른 '예고된 과로사'가 또 벌어졌다"며 "쿠팡이 공식 사과하고 보상 및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을 때까지 유가족과 함께 싸우겠다"고 밝혔다.
대책위와 경찰에 따르면 쿠팡 물류센터 중 하나인 송파 1캠프에서 심야·새벽 배송 업무를 맡았던 이모(48)씨가 지난 6일 송파구 한 고시원 방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대책위는 "동료 증언에 의하면 쿠팡은 이씨가 근무시간에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많은 물량을 처리하도록 강요하고 1시간인 무급 휴게시간에도 제대로 쉬지 못하게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부검 결과 '뇌출혈이 발생했고 심장 혈관이 많이 부어오른 상태'라는 1차 소견서가 나왔다"며 "이는 전형적인 과로사 관련 증상이며 이씨가 평소 지병이 없던 점 등으로 볼 때 과로사가 명백하다"고 밝혔다.
같은 날 배송직원(일명 쿠팡맨)을 관리하는 캠프리더(CL) A씨도 사망했다. A씨는 배송이 아닌 사무직 직원이며, 사망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쿠팡은 이씨 사망 사건과 관련해 "고인과 유가족분들께 깊은 애도와 위로를 표한다"며 "유가족의 아픔을 덜어드리기 위해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공식 입장문을 통해 밝혔다.
쿠팡은 다만 입장문에서 이씨는 2월 24일 마지막으로 출근을 하고 7일 동안 휴가와 휴무를 가진 뒤 3월 4일 복귀 예정이었다고 명시했다. 지난 12주간 이씨의 주당 평균 근무일수는 약 4일, 근무시간은 약 40시간이었다는 게 쿠팡의 설명이다. 회사 측은 "대책위가 지난해 발표한 택배업 실태조사 결과인 평균 주 6일, 71시간 근무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며,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을 위한 사회적합의기구가 권고한 주당 60시간에 비해서도 낮다"고 덧붙였다.
쿠팡은 전국 익일 배송인 로켓배송 시스템으로 전자상거래(e커머스) 업계 최강자 자리에 올랐다. 하지만 노동계를 중심으로 쿠팡의 빠른 배송 이면에는 지나치게 높은 배송 할당량이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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