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쇼가 아닌 승부수였다. 벌크업으로 힘을 장착한 ‘필드 위 물리학자’ 브라이슨 디섐보(28)는 우승 경쟁에 놓인 상황에서도 호수를 가로지르는 화끈한 장타를 시도, 버디를 낚아내면서 화제와 실리를 모두 챙겼다. 결국 그는 시즌 8승을 따냈다.
디섐보의 장타 쇼가 벌어진 무대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아놀드 파머 인비테이셔널(총상금 930만 달러)이 열린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베이힐 CL(파72ㆍ7,454야드) 6번 홀(파5)이었다. 그는 8일(한국시간) 열린 최종라운드 6번 홀에서 무려 377야드 거리의 티 샷을 날렸다. 캐리 320야드의 공은 핀에서 88야드 떨어진 위치의 벙커에 안착했다.
6번 홀은 거대한 호수를 끼고 왼쪽으로 휘어져 있다. 공식 거리는 555야드지만, 3라운드에서는 531야드, 4라운드에서는 565야드로 세팅됐다. 제아무리 장타자라 하더라도 웬만해선 호수를 피해 페어웨이를 거쳐 그린에 도달하는 이 홀에서 디섐보는 3, 4라운드 연속 호수를 가로질러 그린 부근을 공략했다.
특히 10언더파로 공동 선두를 달리던 최종라운드 승부수는 이날 대회장을 찾은 갤러리들을 열광케 했다. 전날에도 370야드를 날려 원 온(One on)에 가까운 샷을 선보였던 디섐보가 최종라운드에서 날린 샷이 호수를 가로지르는 내내 갤러리들은 환호를 내질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중계 화면에 담긴 가장 뜨거운 환호였다.
공의 착륙 위치를 확인한 디섐보는 전략이 통했다는 듯 캐디와 기쁨을 나눴다. 벙커에서의 두 번째 샷이 그린에 안착하는 데는 실패했지만, 세 번째 샷을 홀에 가깝게 붙여 버디를 잡아냈다. 이후 11번홀(파4)에서 15m 파 퍼트를 집어 넣었고, 16번 홀(파5)에서는 티샷을 벙커에 빠트렸지만 파로 잘 막아내는 등 위기를 잘 넘긴 디섐보는 18번 홀(파4)에서 파 세이브에 성공해 우승을 지켜냈다.
48세 노장인 리 웨스트우드는 단독 선두로 4라운드를 출발했지만, 버디 2개와 보기 3개로 1타를 잃어 디섐보에게 역전 당했다. 한국 선수 가운덴 임성재(23)가 이날 이글을 맛봤지만 버디가 한 개에 그친 데다 보기 5개, 더블보기 1개를 쏟아내 4오버파 76타를 기록, 최종합계 1언더파 287타로 공동 21위에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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