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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배달노동자의 보릿고개가 시작된다

입력
2021.03.08 22:0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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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배달노동자들. 연합뉴스

서울 시내 배달노동자들. 연합뉴스


배달라이더에게 봄은 잔인한 계절이다. 집에서 배달을 시키던 손님들이 집 밖으로 나오면서 배달 주문이 줄기 때문이다. 라이더들은 여름과 겨울에 바짝 벌어 봄, 가을을 버텨야 하는 계절노동자다. 3월은 라이더들의 보릿고개가 시작되는 달이다. 여기에 변수가 하나 더 생겼다. 지난주 동료라이더와 밥을 먹고 식당 앞에서 담소를 나누는데, 검은색 세단이 비상 깜박이를 켜고 쌩 들어왔다. 운전자가 황급히 차에서 내리더니 음식점 안으로 들어갔다. 화장실이 급했나 싶었다. 가게 문이 다시 열렸고, 그의 한 손에는 음식이, 다른 한 손에는 배달앱이 켜진 휴대폰이 있었다.

주말 도심의 도로는 아비규환이다. 오토바이는 물론, 자동차, 자전거, 전동 퀵보드, 심지어 도보배달을 하는 배달노동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코로나19로 배달이 특수를 맞았다고 하지만, 일자리를 잃거나 소득이 감소한 국민들이 대거 배달플랫폼에 등록하면서 일감을 둘러싼 경쟁이 치열해졌다. 배민커넥트 등록 라이더는 10만을 넘었고, 쿠팡이츠는 21만을 넘었다.

고용을 한 게 아니기 때문에 배달기업이 지출하는 비용은 라이더를 모집하는 데 드는 마케팅 비용밖에 없다. 앱으로 출근시키므로, 공장이 필요 없고 자전거나 오토바이 같은 작업도구를 제공할 필요도 없다. 영업용 배달 자격증이 있는 것도 영업용보험에 대한 강력한 규제가 있는 것도 아니라, 기업은 라이더 숫자를 무한대로 늘릴 수 있다. 무한한 노동력을 확보한 플랫폼은 배달료와 근무조건을 실시간으로 바꾸면서 라이더를 통제할 수 있다. 주문은 많은데 라이더가 적다면 순간적으로 배달료를 올리고, 배달은 적은데 라이더가 많다면 순간적으로 배달료를 내리면 된다. 강남의 라이더가 부족하다면, 강남만 일시적으로 배달료를 올린다. 근로기준법상 노동자가 아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2021년 시간당 최저임금은 8,720원. 주휴수당을 포함하면 시간당 1만464원이다. 근로자신분인 맥도날드 라이더는 최저시급에 배달 건당 400원이 더 붙는다. 보통 한 시간에 4건은 하므로, 시간당 1만2,000원은 번다. 퇴직금과 연차는 별도다. 플랫폼배달 라이더는 시급이 보장되지 않고 건당수익만 얻는데 기름값, 보험료 등을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최소한 시간당 1만5,000원은 벌어야 최저임금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 지난 주말 쿠팡이츠 배달을 시작하기 전 오토바이 기름 값으로 7,000원을 썼다. 내 머리 위에는 '?7,000'이라는 숫자가 사라지지 않았고 불안한 마음에 오토바이 속도도 올라갔다. 이제 이것도 배부른 소리가 될 것 같다. 최저임금이 안 되는 돈이라도 벌어야 하는 절박한 국민들이 늘어나면서 배달료는 더 떨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IMF 경제위기 이후, 실업자들과 저임금 노동자들을 비정규직으로 흡수하면서 비정규직이 일반적인 고용 형태로 자리 잡았다. 코로나19 이후 실업자들과 저임금노동자들을 플랫폼이 흡수하면서 플랫폼노동이 일반적인 고용 형태로 자리 잡을 것 같다. 20년 전에는 노동유연화라는 말로, 오늘은 자유로운 노동이란 예쁜 말로 노동의 변화를 이야기하지만 현실은 아름답지 않다. 급히 자동차를 몰고 떠난 배달원은 기름 값을 빼고 얼마를 손에 쥐었을까? 이 질문에 자신 있게 대답하지 못하는 시대, 노동법 없는 노동의 시대가 왔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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