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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속에 시가 있고 시 속에 그림이 있네... 미술관에 온 시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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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속에 시가 있고 시 속에 그림이 있네... 미술관에 온 시인들

입력
2021.03.09 04:3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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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배 신달자 나태주... '미술과 문학이 만났을 때' 관람
"일제 치하, 온기 나눈 선배 시인들 모습에 울컥"

지난 3일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을 찾은 시인들. 왼쪽부터 홍사성, 나태주, 신달자, 오세영, 이근배, 윤효, 유자효, 윤범모 시인. 채지선 기자

지난 3일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을 찾은 시인들. 왼쪽부터 홍사성, 나태주, 신달자, 오세영, 이근배, 윤효, 유자효, 윤범모 시인. 채지선 기자


지난 3일 서울 중구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잇단 탄성이 터져 나왔다. 1930~50년대 문학과 미술의 밀월관계를 집중 조명한 ‘미술이 문학을 만났을 때’ 전시회를 보던 원로 시인들의 입에서 나온 감탄사였다. 시인이기도 한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의 초대로, 이근배 오세영 신달자 나태주 유자효 홍사성 윤효 시인이 전시를 보러 온 터였다.

화가 이중섭의 그림과 김용호 시인의 시 '너를 숨쉬고'이 함께 있는 작품. 채지선 기자

화가 이중섭의 그림과 김용호 시인의 시 '너를 숨쉬고'이 함께 있는 작품. 채지선 기자


‘날이 날마다 오가는 길에 너만 있어. 숱한 사람들이 오가는 길에 너만이 있어. 어항 속 한 마리, 운명의 금붕어처럼 너를 숨쉬고 나는 살아간다.’

김용호 시인의 '너를 숨쉬고'

화가 이중섭의 물고기 그림과 김용호 시인의 시 ‘너를 숨쉬고’가 함께 들어간 작품 앞에선 유독 오래 머물렀다. 한국시인협회장을 역임한 신달자 시인은 “김용호 시인은 시인들이 정말 좋아하는 시인”이라며 “너무 멋진 작품”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시의 한 구절인 ‘너만 있어’를 여러 번 읊조리며 시를 음미하던 불교 언론인 출신의 홍사성 시인은 “연애 편지를 보낼 때 쓰면 좋겠다”며 방긋 웃었다.

60~80대인 시인들은 전시 관람이 끝날 때까지 지친 기색 없이, 김인혜 학예연구관의 설명을 경청했다. ‘풀꽃’으로 유명한 나태주 시인은 평소 삽화를 그려온 터라 보다 적극적인 모습이다. 그는 따로 챙겨온 카메라로 감명 받은 작품을 일일이 촬영했다. 나 시인은 장만영 시집 ‘유년송’의 속지에 나오는 삽화 앞에서 상기된 표정으로 “시는 읽었는데 삽화는 오늘 처음 본다. 멋있다”고 말했다.

'미술이 문학을 만났을 때' 전시를 관람한 나태주 시인이 자신의 시(안부)와 삽화를 그려 넣은 엽서.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미술이 문학을 만났을 때' 전시를 관람한 나태주 시인이 자신의 시(안부)와 삽화를 그려 넣은 엽서.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전시를 보며 울컥하기도 했다. 언론인 출신의 유자효 시인은 “일제 치하라는 어려움 속에서 선배 시인과 화가들이 온기를 나누고 살았던 것을 보니 눈물이 나려 한다”고 말했고, 서울대 국문과 교수를 지낸 오세영 시인은 “그 시대엔 인간적 정이 있었다. 물질적 풍요 속 인간성이 소외된 지금과 비교가 돼 서글펐다”고 답했다. 문학의집 상임이사인 윤효 시인도 “선배들이 험난한 시대에 정신의 금자탑을 황홀하게 세워 놓았다”고 덧붙였다.

이근배 시인이 '미술과 문학이 만났을 때' 전시 관람 후 엽서에 남긴 글.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이근배 시인이 '미술과 문학이 만났을 때' 전시 관람 후 엽서에 남긴 글.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전시 관람이 끝나자 흡사 백일장을 방불케 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이들은 저마다 진지한 표정으로 엽서에 감상평을 써 내려갔다. 대한민국예술원 회장을 맡고 있는 이근배 시인이 남긴 말은 이렇다. ‘시중유화 화중유시(詩中有? ?中有詩ㆍ시 속에 그림이 있고, 그림 속에 시가 있다). 소식(소동파의 본명)이 왕유의 시를 보고 썼었네. 내 나라의 문인과 화가는 둘이 아니고 하나였더라. 시여! 그림이여! 여기 조선의 궁전 덕수궁의 지붕을 뚫고 세계의 하늘로 날아올라라.’

채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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