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쿠팡·하이퍼커넥트 될 3개 스타트업 주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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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쿠팡·하이퍼커넥트 될 3개 스타트업 주목하라”

입력
2021.03.09 06:00
수정
2021.03.09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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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뱅크의 스타트업 투자 총괄하는 이준표 소프트뱅크벤처스 아시아 대표 인터뷰
"당근마켓, 래디쉬, 비프로일레븐 등 주목"
"엉뚱한 국적 논란, 참기 힘들어"

"JP 의견은 어때?"

세계적 기업가이자 투자가로 유명한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이 중요한 투자를 앞두고 종종 던지는 질문이다. 이 질문이 나오면 소프트뱅크 경영진들은 손 회장의 결심에 영향을 미칠 한 사람의 입을 바라본다.

바로 이준표(39) 소프트뱅크벤처스 아시아 대표다. 손 회장이 JP라는 애칭으로 부르는 그는 소프트뱅크그룹에서 신생기업(스타트업) 투자를 담당한다. 카이스트 전산학과 출신인 그는 20대 초반인 2003년 스타트업 에빅사를 창업했고 구글이 탐낸 영상검색기술을 개발한 엔써즈를 공동 창업해 KT에 매각했다. 이를 눈여겨본 소프트뱅크벤처스 제의로 2015년 현재 기업의 이사가 됐으며 성공적인 스타트업 투자로 손 회장의 총애를 받아 2018년 30대 나이에 대표로 전격 발탁됐다.

이 대표는 지난달 미국 매치그룹이 약 1조9,000억원에 인수한 국내 스타트업 하이퍼커넥트를 조기 발굴해 투자했고, 이달 중 미국 뉴욕 증시 상장 예정인 쿠팡에 대한 손 회장의 투자에도 긴밀하게 협력했다. IT업계에 따르면 소프트뱅크벤처스 아시아는 이 대표가 이사 시절 발굴한 하이퍼커넥트에 50억원을 투자해 이번 매각으로 30배 이상 수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하이퍼커넥트와 쿠팡의 희소식 덕분에 국내 스타트업들이 해외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타고 제2, 제3의 하이퍼커넥트와 쿠팡이 될 만한 스타트업이 어디인지 이 대표를 만나 봤다.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의 스타트업 투자를 총괄하는 이준표 소프트뱅크벤처스 아시아 대표가 서울 강남대로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며 투자한 스타트업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소프트뱅크벤처스 아시아는 어디에 투자하나.

"갓 태동한 초기 스타트업부터 제품이나 서비스를 내놓고 시장을 넓히는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한 시리즈 C 투자까지 한다. 국내 뿐 아니라 일본과 중국, 아시아, 중동, 미국 등 전세계에 걸쳐 투자를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중국, 싱가포르에 현지 법인도 설립했다."

-손 회장이 사우디아라비아의 국부펀드와 함께 만든 소프트뱅크 비전펀드와 어떻게 역할을 나누나.

"우리는 주로 초기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비전펀드는 어느 정도 성장한 규모 있는 기업에 투자한다. 하지만 서로 긴밀하게 협력한다. 우리가 투자한 스타트업을 비전펀드에 연결시켜주고 거꾸로 비전펀드에서 투자 대상을 우리에게 소개하기도 한다. 우리가 투자를 주도한 인도네시아의 전자상거래 스타트업 토코피디아가 그런 사례다."

-스타트업에 투자할 때 무엇을 중요하게 보나.

"시장 규모, 기술력, 창업자 세 가지를 본다. 해당 스타트업과 연관된 시장이 얼마나 큰지, 그 시장에서 해당 기업의 기술력과 제품 경쟁력은 얼마나 되는지 본다.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창업자다. 창업자는 조직을 꾸려서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창업자의 능력은 어떻게 알아보나.

"투자할 스타트업의 창업자를 포함해 직원들까지 만난다. 직접 만나거나 투자팀에서 대신 만난 뒤 투자 대상 기업을 실사한다. 이런 자료들을 토대로 분석한 뒤 내부의 여러 투자심의위원회에서 최종 결정한다. 각 투자심의위에 직접 참여해 최종 결정을 내린다."

-지금까지 투자 현황은 어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은 없나.

"2000년 설립 이후 260여 기업에 1조2,300억원을 투자했다. 그 중 70%를 국내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지난해에도 2,030억원을 투자했다. 코로나19 때문에 의사 결정 시간이 길어졌지만 전년만큼 투자했다. 특히 온라인 사업을 하는 스타트업들이 좋은 실적을 내서 하반기에 투자를 꽤 많이 했다. 다행히 국내와 중국 등에 투자한 기업들의 실적이 좋아서 큰 기대를 하고 있다."

-하이퍼커넥트를 발굴해 주도적으로 투자했다. 어디에 끌렸나.

"사람이었다.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 집에서 점심을 먹으며 창업자인 안상일 대표를 처음 봤다. 당시 안 대표는 세계 시장을 겨냥한 검색 엔진을 개발하려고 다른 기업을 창업했는데 투자를 받지 못해 회사 문을 닫았다. 소프트뱅크 이직 후 하이퍼커넥트를 창업한 안 대표를 다시 만났는데 여전히 세계 시장을 겨냥한 꿈을 갖고 있었다. 특히 개발자들이 초영웅들의 집합인 '어벤저스' 급이었다. 그의 구체적 개발 계획을 들으며 이런 창업가라면 주위에 좋은 사람들이 많이 모일 것이라고 확신해 투자를 결정했다. 소프트뱅크벤처스로 옮겨서 처음 투자한 기업이다."

-손 회장이 적자 기업인 쿠팡에 약 3조3,000억원을 투자한 것에 대해 우려가 많았다. 그런데도 흔들리지 않고 투자를 유지한 이유는.

"쿠팡은 고객 만족을 우선 원칙으로 삼아 로켓배송을 비롯해 서비스를 계속 개선하려고 노력했다. 그 점이 소프트뱅크 그룹에 잘 될 것이라는 확신을 심어줬다. 손 회장도 우리에게 쿠팡을 도와주라고 여러 번 얘기했다. 그래서 비전펀드와 협력해 쿠팡과 꾸준히 교류하며 적극 도왔다."

-손 회장을 자주 만난다고 들었다. 그와 어떤 이야기들을 하나.

"지난해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전까지 자주 봤다. 요즘은 코로나19 때문에 일본에 갈 수 없어서 영상회의 시스템 '줌'으로 손 회장과 회의한다. 최근에도 우리가 투자한 기업들을 손 회장에게 소개했다. 더불어 소프트뱅크 그룹이 초기 스타트업들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하면 좋을지 말씀드렸다.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손 회장은 비전 실현을 위한 추진력이 대단한 사람이다."

-소프트뱅크나 쿠팡은 국적 논란이 일었다. 본사가 각각 일본과 미국에 있어서 외국 기업 좋은 일 시키는 것 아니냐는 부정적 시각이 있다.

"투자에 국적을 운운하는 것은 의미 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외국 투자자들이 지분을 많이 갖고 있는 삼성전자는 외국기업인가. 그렇게 투자받은 돈으로 해당 기업들은 이 땅에서 많은 사람들을 채용하고 많은 국내 기업들과 거래한다. 쿠팡의 적자도 국내에서 서비스 개선하면서 채용 늘리기 위한 비용이었다. 하이퍼커넥트에도 중소벤처기업부의 모태자금과 합쳐 소프트뱅크벤처스가 펀드를 만들어 투자했다. 투자 이익이 발생하면 상당 부분이 국고로 들어가기 때문에 우리 정부에도 이득이다. 투자에 국적을 따지면 우리 스타트업들이 해외에서 성공적인 투자를 받을 수 없다. 특히 손 회장은 한국에 대해 남다른 애착을 갖고 있다."

-어떤 애착인가.

"지금도 일본 소프트뱅크에서는 그룹의 중요한 스타트업 투자 조직의 사령탑을 서울에 두는 것에 대한 의문이 많다. 이것은 순전히 손 회장의 한국에 대한 남다른 애착 때문이다. 일본에서 한국인이 기업을 경영하려면 어려움이 많다. 손 회장은 일본인 아니면 통신업체를 경영할 수 없는 일본법 때문에 뒤늦게 개명했다. 개명할 때도 손씨 성을 지켰는데, 일본 정부에서 일본에 손씨 성 가진 사람이 없다며 거절하자 일본 사람인 부인의 성을 손씨로 바꿔가며 성을 지켰다. 지금도 손 회장은 자신처럼 일본에서 고생하며 차별 당하던 사람도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재일동포들에게 보여주고 싶어한다. 그래서 소프트뱅크는 유독 국내 스타트업에 많은 투자를 하는데 이를 일본 기업이라며 폄하하는 것은 견디기 힘들다. 심지어 제2차 세계대전 때 존재하지도 않은 소프트뱅크를 전범기업 운운하며 거짓을 이야기하는 것은 참기 어렵다."

이준표 소프트뱅크벤처스 아시아 대표는 제2, 제3의 쿠팡과 하이퍼커넥트가 될 만한 스타트업으로 당근마켓, 래디쉬, 비프로일레븐을 꼽았다. 배우한 기자

-하이퍼커넥트와 쿠팡의 투자 성공은 국내 스타트업의 위상이 올라가는 계기가 됐다. 해외에서 국내 스타트업들을 어떻게 보고 있나.

"하이퍼커넥트와 쿠팡은 국내 스타트업 역사에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다. 업계에서는 외국에서 살아본 경험이 없는 창업가들이 과연 전세계가 주목할 만한 서비스를 만들 수 있을 지 의문을 많이 가졌다. 그런데 두 기업은 좋은 인력들을 활용해 이를 보여줬다. 즉 한국의 스타트업이 대기업 못지 않은 글로벌 스타가 된 것이다. 실제로 친한 외국 투자자들한테서 한국의 좋은 스타트업들을 소개해 달라는 전화가 많이 온다."

-제2, 제3의 쿠팡이나 하이커퍼넥트가 될 만한 국내 스타트업들이 있다면.

"당근마켓, 래디쉬, 비프로일레븐을 꼽겠다. 당근마켓은 코로나19 이후 중고거래가 늘면서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래디쉬는 미국에서 모바일 웹소설 분야를 평정하고 있다. 이 또한 한국 창업자가 글로벌 신화를 만드는 사례가 될 수 있다. 인공지능(AI)으로 축구전략을 분석하는 비프로일레븐은 독일 영국 등 해외에서 더 많이 인정받는다. 이 세 기업의 공통점은 고객 편의를 위한 사업으로 세계 시장을 노리는 점이다. 이들의 지향점이 전세계 기업들의 지향점이기도 하다."

-국내 스타트업들의 경쟁력은 무엇이라고 보나.

"뛰어난 개발자들이다. 한국이 일찍 인터넷을 도입해 포털, 게임 등 관련 기업들이 많이 등장했다. 그러면서 수 많은 벤처기업들이 뛰어난 개발자들을 많이 육성했다. 이런 것들이 좋은 토양이 돼서 오늘의 스타트업들을 배출하고 있다."

-스타트업 창업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도전을 두려워 말라. 정부나 각종 기관의 다양한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에 적극 지원하라. 또 투자업체나 투자자들을 많이 만나라. 창업을 목적으로 삼지 말고 시장에서 필요한 것들을 어떻게 해결할지 먼저 고민해야 한다. 2003년 에빅사를 창업했을 때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소프트뱅크커머스코리아에 전화한 기억이 난다. 대표번호로 전화해 일면식도 없는 여직원에게 우리 회사를 설명하고 투자받고 싶다고 했더니 일주일 뒤 연락이 왔다. 당시 투자담당 직원 일곱명이 회의실에서 21세 젊은이의 설명을 한참 듣더니 우리가 개발한 소프트웨어를 팔려면 필요한 것들을 얘기해 줬다. 그 다음주에는 유통점에 데려가 어떻게 판매하는지 보여줬다. 당시 기업에 필요한 것들을 많이 배웠다. 그때 기억을 떠올리며 우리는 창업가 뒤에서 지원하는 또다른 창업가라는 마음으로 일하고 있다."

최연진 IT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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