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보건교육포럼 공동 설문조사?
53% 보건교사 우선접종 "필요 없다"
"유행지역 내 모든 교사 일괄 접종해야 효과"
정부가 올해 학교 등교수업을 확대하기로 하면서 교직원 일부 직군의 코로나19 백신 우선접종을 검토하고 있지만, 정작 그 대상인 보건교사의 절반 이상은 우선접종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학교 내에서 일부 소수 교사만 접종할 경우 실제 방역 효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7일 한국일보가 보건교육포럼에 의뢰해 전국 초?중?고등학교 보건교사 63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53%는 보건교사 우선접종이 “필요 없다”고 답했다. 설문조사는 교육부가 교직원을 우선접종 대상에 포함시켜 달라고 방역당국에 요청했다는 사실이 보도된 직후인 이달 2일부터 4일까지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앞서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정부 코로나19 백신 접종 우선순위 검토가 시작된 지난해 말부터 교직원 중 △보건교사 △초등 1·2학년 및 특수학교 교사 △돌봄교실 종사자 등을 상반기 중 우선접종 대상으로 검토해 달라고 방역당국에 수차례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온라인 수업으로 인한 학력격차, 돌봄문제 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면서 등교수업을 늘릴 계획이지만, 방역당국의 현행 일정에 따르면 교사 백신 접종은 7월 이후에나 가능하다. 따라서 교직원 일부만이라도 먼저 백신을 맞혀 등교 확대 이후 학교의 안전도를 높이자는 취지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 역시 “교육부가 교사 중 특수학교 교직원, 보건교사처럼 위험도나 (교직원 내) 우선순위를 따져 접종하는 방안으로 의견을 줘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보건교사를 우선접종 대상자에 포함시키는 방안에 대해 실제 보건교사들 사이에선 반대(53%)가 찬성(47%)보다 많았다. ‘교내 일부 교사만 접종하는 건 학교 방역 강화에 실효성이 없기 때문’(61%)이라는 게 가장 큰 이유다. 보건교사 우선접종이 교사 간 격차?갈등을 야기하거나(11%), 우선접종한 보건교사에게 업무 부담이 가중될 거란 우려(11%)도 있었다. 17%는 백신 부작용을 우려했다.
경기도의 한 중학교 보건교사는 “실질적으로 모든 교사가 등·하교와 급식 전후 학생 지도와 체온 체크를 하고 있는 게 현실인데 일부 교사가 먼저 백신을 맞는 게 방역에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며 “특수학교처럼 전체 학교 교사들이 우선접종하고 매일 등교를 이어간다면 방역에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건교사 우선접종을 찬성하는 응답자들은 ‘감염 가능성이 높은 학생?교직원을 만나기 때문’(59%), ‘학교 보건 방역 업무를 실질적으로 총괄하기 때문’(32%) 등을 이유로 꼽았다. 보건교사 주변인들이 겪는 불안이나 차별대우를 줄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보건교육포럼 관계자는 “보건교사들이 학교에서 감염 위험이 있는 아이들을 만난다고 자녀 친구 부모들이 대면을 꺼리거나 자녀랑 학원도 같이 안 보내려고 한다"며 "백신이라도 먼저 맞으면 이런 상황이 나아지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응답자들은 교직원 일부 직군이라도 우선 접종하자는 교육부의 제안 자체에는 과반(55%)이 찬성했다. 다만 한 학교에 한두 명 수준인 보건교사를 우선 접종하는 것보다, 특정 지역이나 학교를 중심으로 다수의 교사가 함께 백신을 맞아야 방역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거라는 의견을 나타냈다.
교사 우선접종이 시행된다면 어떤 기준이 적합한지 묻는 질문에, 수도권 등 코로나19 유행 심각 지역을 선정하고 해당 지역 내 모든 교사를 일괄 접종하는 게 학교 방역에 효과적일 거라는 응답이 35%로 가장 많았다. 특수학교나 유치원 등 특정 학교급 내 모든 교사를 대상으로 하거나(23%), 초등 1·2학년처럼 매일 등교하는 학년을 접촉하는 교직원을 중심으로 우선접종해야 한다(17%)는 의견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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