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에 다니는 A씨는 지난해 회사의 요구로 2개월간 휴직을 했다. 올해 들어 회사는 또 휴직을 요구했고, "어렵다"고 거절하자 "불만이 많으면 퇴사하라"며 압박을 가하는 중이다. 그가 "그럼 실업급여라도 받게 권고사직 처리해달라"고 했더니, 사측은 "고용유지지원금을 받고 있어서 안 된다"며 자진 퇴사를 종용하고 있다. A씨는 "괴롭힘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며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이유로 직장에서 해고, 사직·휴직 강요, 임금 삭감 등 부당한 처우를 받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7일 지난 1, 2월 접수된 '코로나19를 이유로 벌어지는 코로나 갑질 사례'들을 소개하며 "정부가 고용유지지원금을 받는 사업주를 대상으로 특별 근로감독을 실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유행 이후 사측이 직원에게 사직 또는 휴직을 강요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B씨는 새해 들어 일하던 병원으로부터 권고사직을 요구당했다. 코로나19 때문에 병원의 재정이 어려워졌다는 이유에서다. B씨가 권고사직에 응하지 않겠다고 했더니 그때부터 괴롭힘이 시작됐다. "일을 못해서 자르는 거다. 좋게 말할 때 나가라"거나 "나가지 않으면 너 때문에 직원들 무급휴직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매일같이 압박이 들어온다고 B씨는 호소했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직원을 해고하기 위해선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 해고 회피 노력 등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추후 부당해고를 다투는 등 송사에 휘말릴 수 있다 보니 해고보다는 권고사직 형태로 직원을 그만두도록 하는 회사가 많다.
근로계약서와 다르게 멋대로 임금을 깎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5인 미만 회사에 근무 중인 C씨는 새해 들어 회사 사정이 더 어려워졌다는 이유로 단축 근무와 함께 임금 삭감을 통보 받았다. 개인 동의를 받지 않은 임금 삭감 통보는 불법이지만, 사측은 사정이 좋아질 때까지 당분간 쭉 임금을 깎겠다고 막무가내로 전해왔다. C씨는 "너무 억울해서 그만두려고 하는데, 4대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아 실업급여도 받을 수 없다"고 답답해했다.
A씨의 사례처럼 고용유지지원금을 받아 챙기고는 직원에게 자진 퇴사를 강요하는 사업주도 많다. 정부는 사업주가 직원이 유급·무급휴직(휴업)을 할 경우 일정 기간(최대 7개월) 감원하지 않는 것을 조건으로 고용유지지원금을 지급한다. 유급휴직의 경우 사업주가 근로자에게 지급해야 하는 휴업수당(평균 임금의 70%)의 67~90%를 정부가 대신 내 준다.
박점규 직장갑질119 운영위원은 "고용유지지원금을 받으면서 사람을 자르면 돈을 토해내야 하기 때문에 자진 퇴사를 강요하거나, 휴직(휴업) 기간이라 해놓고 정작 일을 시키는 경우가 정말 많다"며 "정부 지원금을 받은 회사를 전수 조사하고 불법 행위에 대해 특별 근로감독을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한 해 동안 7만2,000개 사업체 77만명에게 2조2,779억원의 고용유지지원금을 지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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