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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가톨릭 역사상 첫 이라크 방문…"폭력과 극단주의 중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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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가톨릭 역사상 첫 이라크 방문…"폭력과 극단주의 중단해야"

입력
2021.03.05 20:05
수정
2021.03.06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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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박4일간 현지 기독교 지도자, 교인 만나
이슬람 시아파 지도자 사상 첫 만남도

무스타파 알카드히미(오른쪽) 이라크 총리가 5일 바그다드 외곽 국제공항에서 자국을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을 영접하고 있다. 바그다드=로이터 연합뉴스

무스타파 알카드히미(오른쪽) 이라크 총리가 5일 바그다드 외곽 국제공항에서 자국을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을 영접하고 있다. 바그다드=로이터 연합뉴스


3박4일간의 이라크 순방길에 오른 프란치스코 교황이 수도 바그다드에 도착했다. 2000년 가톨릭 역사상 교황의 이라크 방문은 처음이다. 그는 종교적 소수민족 보호를 강조하는 한편, 폭력과 극단주의를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로이터통신은 5일(현지시간) 오전 이탈리아 로마를 떠난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날 오후 2시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 국제공항에 도착했다고 전했다. 무스타파 알카드히미 이라크 총리가 직접 교황을 맞았다. 교황은 의장대를 사열한 뒤 이라크 국민의 환영을 받으며 대통령궁으로 이동했다.

이 자리에서 교황은 바흐람 살레 대통령에게 “폭력과 극단주의, 파벌, 편협한 행동이 중단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서로의 차이를 뛰어넘고 상대방을 같은 인류의 일원으로 보는 법을 배워야만 효과적인 재건의 과정을 시작하고 후세에 더 정의롭고 인간적인 세상을 남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종교적 소수민족을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누구도 2류 시민으로 간주해서는 안 된다. 이라크의 모든 종교인은 시아파 무슬림과 같이 보호받아야 할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땅의 오랜 기독교인의 존재는 풍부한 유산”이라며 “종교적 소수민족을 제거해야 할 장애물이 아닌 보호해야 할 소중한 자원으로 생각해 달라”고 덧붙였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5일 이라크 바그다드에 있는 구원의 성모 대성당를 방문해 신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이 성당은 2010년 이슬람 무장단체의 자살폭탄 테러로 사제 2명을 포함해 50명 이상이 숨졌다. 바그다드=EPA 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이 5일 이라크 바그다드에 있는 구원의 성모 대성당를 방문해 신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이 성당은 2010년 이슬람 무장단체의 자살폭탄 테러로 사제 2명을 포함해 50명 이상이 숨졌다. 바그다드=EPA 연합뉴스


교황은 특히 수니파 극단주의 테러 조직 이슬람국가(IS)로부터 인종청소를 당한 야지디족을 언급하며 “그들은 무분별하고 잔혹한 행위의 무고한 희생자”라고 말했다. 이라크를 중심으로 생활하는 소수 민족 야지디족은 이슬람교가 아닌 야지디교를 믿는다는 이유로 박해를 받아왔다. 특히 2014년에는 IS가 이라크ㆍ시리아를 중심으로 세력을 키우면서 인종청소에 가까운 학살을 당했다.

대통령과 총리 등 이라크 정부 고위 관계자와 만난 교황은 이날 오후 ‘구원의 성모’ 대성당을 방문해 이라크의 기독교 사회 지도자와 신자들을 만난다. 이 성당은 2010년 이슬람 무장단체의 자살폭탄 테러로 사제 2명을 포함해 50명 이상이 숨졌다. 3박4일간 바그다드를 비롯해 나자프, 우르, 아르빌 등을 방문하게 되는데, 나자프에서는 이슬람 시아파 지도자 알리 알시스타니와의 사상 첫 만남도 예정돼 있다.

가톨릭 2000년 역사상 교황이 이라크를 찾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라크는 기독교와 이슬람교, 유대교가 모두 선조로 삼는 아브라함의 태생지가 있는 곳이다. 앞서 전임자인 요한 바오로 2세와 베네딕토 16세가 이라크 방문을 추진했지만 안전 문제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이라크 기독교 사회는 2003년 100만∼140만명 규모였지만 전쟁과 내전, IS의 공격으로 지금은 30만∼40만 명 선까지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순방에 앞서 교황청 안팎에서는 이라크 현지의 코로나19 확산과 치안 불안 등으로 일정을 연기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높았다. 다만 교황은 “위험을 감수할 가치가 있다”며 방문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고 한다. 교황은 2013년 즉위 이래 여러 차례 이라크를 방문하고 싶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피력해왔다. 그는 출발 하루 전인 4일 영상 메시지를 통해 자신이 ‘순례자’로 이라크를 찾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허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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