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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희수의 내일을, 우리의 오늘을 다시 살아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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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희수의 내일을, 우리의 오늘을 다시 살아갑시다"

입력
2021.03.05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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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군인권센터 등 19개 시민단체 '추모 성명'

성전환 수술을 이유로 강제 전역 판정을 받은 변희수 부사관이 2019년 1월 22일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에 대한 항의의 뜻을 밝히며 눈물을 흘리며 경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성전환 수술을 이유로 강제 전역 판정을 받은 변희수 부사관이 2019년 1월 22일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에 대한 항의의 뜻을 밝히며 눈물을 흘리며 경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군번 17-500589, 사랑하는 변희수 하사의 명복을 빕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군 복무 중 성전환 수술을 받은 변희수 전 육군 하사의 사망 소식이 알려지면서 시민단체들의 추모가 잇따르고 있다.

군인권센터를 비롯한 19개 시민단체로 이뤄진 '트렌스젠더 군인 변희수의 복직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5일 오후 '변희수의 내일을, 우리의 오늘을 함께 살아갑시다'는 제목의 추모 성명을 발표했다. 공대위는 지난해 1월 22일, 변 하사가 처음 성소수자로서의 자신의 성 정체성을 공개한 날을 언급하며 추도의 글을 시작했다.

공대위는 "변희수 하사가 많은 이들 앞에서 처음으로 커밍아웃 한 날. 여러분은 어떤 모습의 변희수를 기억하시나요?"라고 물은 뒤, "변희수는 때로 씩씩했고, 용감했고, 누구보다 자기 문제에 진지한 멋진 사람이었지만 때로 불안하고, 힘들며, 울고 싶은 사람이기도 했다"고 밝혔다. 공대위는 이어 "누구나 그렇다. 어느 날 좌절하고, 또 어느 날 일어서며, 다시 어느 날에 걷는다"며 "우리는 그렇게 매일 다양한 모습으로 서로를 부대끼며 살아간다"고 말했다.

공대위는 변 전 하사의 평범했던 일상을 인정하지 않고 무너뜨린 군 당국과 사회의 시선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공대위는 "우리 사회는 변희수의 다양한 모습을 받아들일 준비를 갖추지 못했다"며 "트렌스젠더 군 복무를 허용할 수 없다는 낡고 반인권적 사고에 갇혀 한 사람의 삶을 송두리째 망가뜨렸다"고 말했다.

변 전 하사는 2019년 경기 북부지역의 한 부대에서 군 복무를 하던 중 해외에서 여성으로 성전환 수술을 받고 돌아왔다. 그는 성별이 바뀐 상태로 계속 군에서 복무하기를 희망했지만, 군은 변 전 하사에게 강제 전역 처분을 내렸다. 변 전 하사는 전역 심사를 이틀 앞둔 2019년 1월 20일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하고 부당한 전역 심사 중지를 요청하는 긴급구제 신청도 함께 제기했다.

인권위는 이에 긴급구제 결정을 내리고 육군본부에 전역 심사위원회 개최를 3개월 연기할 것을 권고했으나, 육군은 전역 심사를 강행했다. 육군은 "남성의 음경과 고환을 지니지 못한 점이 장애에 해당한다"며 변 전 하사를 심신장애 3급으로 판정하고 강제 전역 조치를 결정했다. 변 전 하사는 다시 심사해달라며 군에 인사소청(인사 등 처분에 대한 재심사)을 제기했으나 기각됐고, 강제 전역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해 올해 4월 15일 첫 변론을 앞둔 상태였다.

공대위는 "당당한 모습의 멋진 부사관, 변희수 하사. 당신을 영원히 기억하겠다"며 "우리는 소수자의 다양한 삶이 배제되고, 낙오하고, 모자란 삶이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존엄한 삶이란 지극히 당연한 진실을 기필코 회복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공대위는 이어 "서로를 향한 깊은 위로 속에 변희수의 내일을, 우리의 오늘을 다시, 함께 살아갑시다"라며 추모 성명을 끝맺었다.

이승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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