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3학년 딸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20대 계부가 4일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앞두고 "딸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같은 혐의를 받는 20대 친모는 침묵한 채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했다.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A(27·남)씨와 그의 배우자 B(28)씨는 이날 오후 2시로 예정된 영장실질심사 출석을 위해 인천지방법원에 모습을 드러냈다. 둘 다 검은색 모자와 흰색 마스크를 착용했으며, 수갑은 A씨만 차고 있었다.
A씨는 이날 "혐의 인정하나? 아이 다쳤을 때 왜 병원에 안 데려갔냐?"는 취재진 질문에 "인정한다. 죄송합니다"라고 답했다. "딸에게 하고 싶은 말 없나?"라는 물음에는 "못 할 행동을 해서 미안하다"며 "아빠가 반성하고 또 반성하고 벌받을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계부 A씨와 달리, 친모 B씨는 취재진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이들의 영장실질심사는 정우영 인천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진행한다. 구속 여부는 오후 늦게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A씨 부부는 지난 2일 인천 중구 운남동 한 빌라에서 딸 C(9)양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앞서 학대 사실은 일부 인정하면서도 학대치사 혐의는 전면 부인했다. A씨는 경찰에서 "지난해 11월부터 아이가 말을 듣지 않고 거짓말을 해 훈육 목적으로 플라스틱 옷걸이로 체벌하거나 밥을 주지 않은 적이 있다"면서도 "사망 당일에는 때리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B씨 역시 "꿀밤 정도 때린 적은 있지만 학대한 적은 없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전날 오전 C양 시신을 부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사인 미상'이라는 1차 구두 소견을 경찰에 통보했다. 국과수는 "C양 시신 여러 부위에서 손상을 확인했다"며 "정확한 사인을 파악하기 위해 정밀 검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A씨는 C양이 숨진 지난 2일 오후 2시 30분쯤 퇴근해 귀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같은 날 오후 8시 57분쯤 자택에서 "아이가 숨을 쉬지 않는다"고 119에 신고했다. B씨는 당시 소방당국에 "아이가 새벽 2시쯤 화장실에서 넘어져 이마와 턱을 다쳤다"며 "저녁에 보니 숨을 쉬지 않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소방당국으로부터 공동 대응 요청을 받은 경찰은 C양 몸에서 발견된 멍자국 등을 토대로 A씨 부부를 긴급 체포했다.
경찰과 자치단체 조사 결과 C양은 오빠(10)와 함께 2016년 3월 경기 수원시 사회복지법인이 운영하는 아동복지시설에서 2018년 초까지 생활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 7월 A씨와 재혼한 B씨는 "전남편이 군대에 가게 돼 자치단체 도움을 받아 아이들을 보호시설에 보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B씨는 2018년 1월 인천으로 이사 온 뒤 남매를 집으로 데려왔고, 2019년 7월 현재 집으로 이사 왔다. 남매는 2019년 8월부터 집 인근 초등학교에 다녔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등교와 원격 수업을 병행한 지난해 5월부터는 학교에 나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래보다 체구가 작았던 C양은 사망 당일에도 학교에 가지 않았다. 그날은 신학기 개학 첫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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