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이 기대한 ‘한 방’은 없었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 의장은 통화 확대와 저금리 기조를 당분간 유지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지만 뚜렷한 대책을 내놓진 않았다. 지난주 증시를 뒤흔들었던 미 국채금리 급등세를 두고도 추가 메시지를 내놓지 않은데다 오히려 물가상승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시장의 불안감은 더 커졌다. 1.4%대까지 떨어졌던 미 10년만기 국채 금리는 또 다시 1.5% 중반까지 급등(채권 가격 급락)했다.
파월 의장은 4일(현지시간)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주최한 화상 회의에서 “경제가 재개되면 기저효과로 인플레이션이 나타날 수 있다”면서도 “(연준 통화정책 목표치인) 2%를 넘을 정도로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정책금리를 올리려면 완전고용과 2% 이상 지속적인 인플레이션을 달성해야 한다”며 “(물가상승은) 일시적일 것으로 보이고, 연준은 인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플레이션이 단기적이거나 완전 고용이 이뤄지지 않으면, 중앙은행이 선제적으로 정책금리를 올릴 가능성은 낮다고 선을 그은 셈이다.
전 세계 금융시장이 주목하고 있는 미 국채금리 급등세에 대해서는 “연준의 목표를 위협할 수 있는 시장의 무질서한 상황 등을 우려한다”고만 말했다. 증시 조정론의 근거인 국채 금리 급등을 완화하기 위해 따로 조치를 취하진 않겠다는 의미다.
파월 의장의 발언은 금리 상승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누그러뜨리지 못했다. 그가 이날 단기 채권을 팔고 장기 채권을 사는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나 은행 자본규제 완화 연장 등 금리 상승 억제에 도움이 되는 뚜렷한 정책을 제시할 것이란 기대가 나왔지만, 예상보다 강도가 낮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시장에서는 연준이 최근의 인플레이션을 용인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왔다. CNBC방송은 “일시적으로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말한 점이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채권에 대한 원론적 입장 역시 실망감을 키웠다. WSJ은 파월 의장의 발언에 대해 “최근 채권 수익률 상승에 대한 우려를 가라앉히는데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일부 분석가와 투자자들의 반응을 전했다. 실제 1.4% 중반 수준에서 움직이던 10년물 국채금리는 그의 발언 직후 1.5% 중반까지 급등했다. 이날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올해 말 10년물 국채금리가 1.9%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이날 미국 30년 기준 주택담보 대출 금리도 3%를 넘어섰다.
금리가 오르면서 증시 불안도 심화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장중 한 때 3% 이상 추락했고, 이날 2.11% 하락 마감하며 최근 고점 대비 10% 이상 빠졌다. 이틀 연속 하락한 S&P500 지수는 1.34%, 다우지수는 1.11% 내려갔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