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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박의 해학반도도, 조선 궁중의 화려한 전통과 문화 자랑할 수 있게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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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박의 해학반도도, 조선 궁중의 화려한 전통과 문화 자랑할 수 있게 되길"

입력
2021.03.09 15:41
수정
2021.03.09 16:17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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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존 수리 맡았던 송정주 소장
해학반도도 떠나 보내며 감회 밝혀

미 데이턴미술관 소장 해학반도도 12폭 병풍의 보존 수리를 담당했던 송정주 고창문화재보존연구소 소장이 지난달 26일 경기 용인시 소재 연구소에서 보존수리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고창문화재보존연구소 제공

미 데이턴미술관 소장 해학반도도 12폭 병풍의 보존 수리를 담당했던 송정주 고창문화재보존연구소 소장이 지난달 26일 경기 용인시 소재 연구소에서 보존수리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고창문화재보존연구소 제공


“해학반도도는 한국의 소중한 궁중 유물입니다. 해외에서도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미 오하이오주 데이턴미술관이 소장 중인 금박 해학반도도의 보존 수리를 맡았던 송정주 고창문화재보존연구소 소장은 최근 경기 용인시 소재 연구소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누구의 소유든, 어디에 있든, 우리 유물을 소중히 여기는 일은 의미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마지막 보존 수리에 들어간 해학반도도는 이달 중 다시 미국으로 돌아간다. 조선 말 궁중에서 왕세자의 혼례 등을 위해 제작됐던 해학반도도는 지난 2019년 7월 보존 수리를 위해 국내에 들어왔고, 보존 수리 후 지난해 말부터 약 두 달간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전시됐다.

올 초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전시됐던 미 데이턴미술관 소장 금박 해학반도도의 모습. 해학반도도는 십장생도(十長生圖)의 여러 소재 중 바다와 학, 복숭아를 강조해 그린 그림이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올 초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전시됐던 미 데이턴미술관 소장 금박 해학반도도의 모습. 해학반도도는 십장생도(十長生圖)의 여러 소재 중 바다와 학, 복숭아를 강조해 그린 그림이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송 소장은 '환수한 것도 아닌데, 왜 우리 돈으로 수리까지 해서 보내냐'는 질문을 자주 받았다고 한다. “의문을 가질 수 있죠. 하지만 전 우리 문화를 과시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해요. 우리의 보존 수리 기술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맡기지 않을 텐데, 그런 부분도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죠.”

외국으로 반출된 우리 유물이 많은데, 현실적으로 이를 모두 환수할 순 없다. 그래서 정부는 해외 기관에 소장된 한국 문화재가 현지에서 잘 활용될 수 있도록 보존·복원·활용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우리 문화재의 가치를 널릴 알릴 수 있기 때문이다. 미 데이턴미술관에 있던 해학반도도가 국내에 잠시 들어온 것도 이런 사업의 일환이다.

해학반도도의 보존 수리엔 장장 16개월이 소요됐다. 해학반도도는 조선 시대 병풍 중 가장 큰 크기로 판단될 정도로 웅장함을 자랑한다. 가로는 7m가 넘고, 높이는 웬만한 성인 남성 키를 훌쩍 넘는다. 훼손도 심한 상태였다. 송 소장은 “해학반도도를 처음 보는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 이걸 언제 다 하지 싶었다”며 웃었다.

국가지정문화재만 170여 점 수리해온 송 소장이었지만, 해학반도도는 유독 마음 한 구석을 찡하게 하는 유물이었다고 한다. 해학반도도가 가진 사연 때문이다. 미국 사업가가 1920년대 후반에 구입해 응접실에 놓았던 유물은, 이를 갖고 있던 그의 조카가 1941년 미 데이턴미술관에 기증했다. 기증자는 일본 작품으로 알고 있었고, 중간에 중국 작품으로 평가받기도 했다가, 최근에서야 한국 국적으로 최종 판명 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송정주 고창문화재보존연구소 소장이 미 데이턴미술관 소장 해학반도도 보존 수리 작업을 하고 있다. 12폭 대형 병풍으로 구성된 이 해학반도도는 올 초 국립고궁박물관에서의 전시를 마치고 3월 중 미국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고창문화재보존연구소 제공

송정주 고창문화재보존연구소 소장이 미 데이턴미술관 소장 해학반도도 보존 수리 작업을 하고 있다. 12폭 대형 병풍으로 구성된 이 해학반도도는 올 초 국립고궁박물관에서의 전시를 마치고 3월 중 미국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고창문화재보존연구소 제공


보존 수리 작업은 치밀하고 섬세해야 한다. 예컨대 장황천을 천연 염색할 때 작품이 100년도 더 된 것임을 감안, 오래되고 낡은 빛을 내기 위해 쪽에다가 오리나무 열매에서 추출한 염액을 더했다. 송 소장은 “너무 선명하고 맑은 색을 사용할 수 없어 오리나무 열매를 이용해 고색(古色)을 냈다”며 “시중에 파는 재료가 마음에 들지 않아 수소문 끝에 나무에서 바로 딴 열매를 확보했고 그걸 사용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송 소장은 이토록 정성을 다해 수리를 한 해학반도도가 지금이라도 빛을 보길 바란다. “대작이 주는 정서적 감회가 남달랐어요. 보존 처리를 하는 그 순간순간이 너무 좋았으니까요. 국내서든 해외서든 전시가 열리면 앞으로 한두 번은 더 볼 수 있겠죠. 해학반도도가 조선 궁중의 화려한 전통과 문화를 자랑할 수 있길 바랍니다.”

채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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