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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에 내 집 마련 꿈 접었어요" 전셋값 폭등에 세입자들 '엑소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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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에 내 집 마련 꿈 접었어요" 전셋값 폭등에 세입자들 '엑소더스'

입력
2021.03.05 07:0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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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전국 최고 상승률 기록, 올해도 8% 넘게 뛰어
2~3년 새 2배 오른 전세계약도 쉽게 발견돼
지속적으로 전입자는 줄고, 전출자는 증가
대전으로 떠나는 전출자는 5년 새 2배 이상 증가

세종시 행정중심복합도시 전경. 행정도시건설청 제공

세종시 행정중심복합도시 전경. 행정도시건설청 제공

“3년 전 세종시로 전입하면서 내 집 마련의 희망을 키워왔는데 이젠 그 꿈을 완전히 접었습니다.”

세종특별자치시 시민 A씨는 지난해 10월 졸지에 충남 공주 시민이 됐다. 세종시 집값이 큰 폭으로 뛰면서 임대인이 전셋값을 9,000만원이나 올려달라고 했기 때문이다. “전세금을 맞춰주지 않으면 아들에게 들어와 살라고 할 것”이란 집주인의 말에 계약갱신청구권은 무용지물이었다. 시내 다른 곳도 전세가격이 뛰어 집을 구할 수 없었던 A씨는 결국 ‘제2의 고향’으로 삼고자 했던 세종을 쫓겨나듯 떠나 공주에 전셋집을 구했다. 그는 “행정수도 이전 등 정치권이 세종 집값에 불을 지핀 탓에 서민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4일 세종시와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A씨처럼 세종을 떠난 전출 인구는 6만5,909명을 기록했다. 4년 전(3만5,236명) 대비 두 배 가까이 많은 사람이 세종시 주소를 버린 것이다. 지난해 세종시 전입인구는 7만8,934명을 기록했지만, 급증한 전출 인구 탓에 순유입은 1만3,025명에 그쳤다. 전년(2만3,724명) 대비 45%가량 줄어든 수치로, 중앙부처 이전이 본격화한 2010년 이후 최소폭에 근접하는 인구 증가다.

충청권 인구를 빨아들이며 '블랙홀'로 불리던 세종에서 ‘엑소더스(대탈출)’가 일어나게 된 배경은 치솟은 아파트 매매가격. 여기에 전세가격까지 오르면서 이를 감당하지 못하는 세입자들을 밀어낸 것이다.



실제 세종시의 높은 부동산 가격으로 ‘진입 장벽’이 높아지고 있다. 이날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세종시의 아파트 전셋값은 올해 들어 단 7주 만에 8.05% 올랐다. 전국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이자, 지난해 같은 기간(2.74%)의 3배에 육박한 수치다. 지난해 7월 정치권에서 국회 이전 등 천도론이 불거지면서 매매가(44.93%)·전셋값(60.60%) 상승률 모두 '전국 1위'를 찍은 세종시 부동산 급등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최근엔 기존보다 2배 안팎 오른 금액으로 전세계약이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만 해도 전셋값이 4억원 수준이었던 가온2단지 한신휴플러스제일풍경채 아파트(전용면적 128.9㎡)는 지난달 7억1,000만원에 전세 계약됐다. 전세가율은 70% 수준으로, 매매가격이 10억원을 넘기면서 전세가격도 급등했다.

4년 전 대전에서 이사 온 B씨는 “집주인이 전세가격을 2억원 올려달라고 하니 눈앞이 캄캄하다”며 “돈을 마련할 길이 없어 결국 대전으로 돌아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세종의 한 공인중개사는 “본격적인 봄 이사철로 접어들면 세종시를 떠나는 세입자들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종 신도심의 전세 불안은 대전ㆍ공주 등 인근 지역 전셋값까지 밀어올리는 풍선효과를 낳고 있다. 세종시 내 구도심인 조치원읍에 위치한 죽림자이아파트(전용면적 84㎡) 전세는 올해 1월 2억5,000만원에 계약됐다. 지난해보다 1억원 뛴 금액이다.

세종의 한 부동산중개사무소 대표는 “아파트 공급물량이 갈수록 줄고 있는데다, 공무원들의 특별공급 보유 기간도 8년(기존 5년)으로 늘어 집을 구하기가 앞으로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며 “신혼부부나 젊은층의 세종시 진입이 힘들어져 세종시가 활기를 잃어버릴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 최두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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