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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트도그' 후보 복남이, 캐나다 입양 갑니다

입력
2021.03.06 14:0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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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용으로 도살될 위기에서 구조된 복남이. 동물자유연대 제공

식용으로 도살될 위기에서 구조된 복남이. 동물자유연대 제공


'노인정 안줏감→퍼스트 도그 후보→해외입양길'

기구한 운명의 믹스견 복남이(10세?수컷)와의 인연은 2014년에 시작됐다. 동물보호단체 동물자유연대는 당시 아동결연과 비슷한 콘셉트의 유기동물을 위한 1대1 결연 프로그램을 시작했는데, 당시 복남이의 사연을 듣고 대부모가 됐다.

2011년 여름 4개월령 복남이는 한 노인정 뒷마당에서 살고 있었다. 복남이가 원했던 건 할아버지, 할머니의 따스한 손길이었다. 하지만 복날이 다가오자 복남이에게 돌아온 건 폭력이었다. 노인정 회원들은 안줏감으로 정한 복남이를 망치로 내리쳤고, 개의 비명을 들은 옆 건물 유치원 교사와 아이들이 경찰에 신고하면서 복남이는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두개골과 오른쪽 눈이 함몰되고 턱은 으스러진 채였다.

복남이가 대부모에게 보낸 편지.

복남이가 대부모에게 보낸 편지.


복남이는 다행히 치료를 잘 견뎌냈고 동물자유연대 보호소에서 생활하게 됐다. 사람을 무서워하고 싫어할 법도 했지만 복남이에게 사람은 그저 반가운 존재였다. 사람을 너무나 좋아하는 복남이였지만 가족을 만나기는 쉽지 않았다. 큰 덩치에 품종도 없는 믹스견을 입양할 가족이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복남이를 입양하진 못했지만 대신 대부모가 되기로 했다. 대부모라고 해서 크게 신경을 써준 것도 없었다. 적은 금액이지만 회비를 내고 가끔 간식을 보내거나 보러 가는 정도였다. 새로 사 간 목줄을 바꿔주는 작은 행동에도 복남이는 그저 신나 했던 게 기억에 남는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소식이 올라오면 왠지 모르게 반가웠고, 가끔 대부모에게 전해오는 사진과 영상을 보면 마음이 쓰였다.

어린 시절 복남이. 동물자유연대 제공

어린 시절 복남이. 동물자유연대 제공


복남이에게도 '견생역전'할 기회가 있었다. 19대 대통령 선거 전인 2017년 4월 동물단체들은 대선후보들에게 유기견을 '퍼스트 도그'로 입양해달라고 권하면서 세 마리의 후보견을 제안했다. 지금 퍼스트 도그가 된 '토리'를 비롯 주인의 관심을 끌기 위해 뒷발을 물어뜯었던 '로라', 그리고 복남이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당시 "토리는 온몸이 검은 털로 덮인 소위 못생긴 개"라며 "편견과 차별에서 자유로울 권리는 인간과 동물 모두에게 있다는 철학과 소신에서 입양하겠다"고 '낙점' 이유를 밝힌 바 있다.

아쉬움을 뒤로 한 채 그 후로도 4년이 지났지만 복남이를 입양하겠다는 가족은 나타나지 않았다. 보호소에서만 지낸 지 10년 차. 동물자유연대는 결국 복남이를 해외에 입양 보내기로 했다. 열 살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지만 한 번이라도 편안한 가정에서 반려견으로 살면서 집밥 먹을 기회를 주기 위해 내린 결정이다.

목줄을 바꿔주는 것만으로도 즐거워했던 복남이. 고은경 기자

목줄을 바꿔주는 것만으로도 즐거워했던 복남이. 고은경 기자


이를 위해 복남이는 수개월간 사회화 훈련 과정과 건강검진을 마쳤다. 캐나다에서 복남이를 입양하겠다는 가정도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출국 비행편을 구하기 쉽지 않았지만 긴 기다림 끝에 복남이는 오는 10일 출국길에 오른다. 적지 않은 나이에 해외에 가서 적응은 잘할지, 건강에 문제라도 생기면 어쩌나 걱정이 앞서는 것도 사실이지만 이제 잘 버텨내길 바라는 수밖에 없다.

사람이 좋다고 꼬리치며 다가온 복남이를 잡아먹겠다고 때린 사람들의 잔인함에 대해 미안하다. 1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대형견, 믹스견 입양을 꺼리는 입양 문화에 대해, 또 국내에서 가족을 찾아주지 못해 해외로까지 보내야 하는 상황이 미안하다. 가서는 한 가족의 일원으로 건강하고 행복하게 잘 지내길.

고은경 애니로그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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