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대구 지도 방문 후 4일 오전 반차
오후 2시 출근... 예정된 일정 소화할듯
최근 거취 고심... 검사들 "착잡하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여권 주도로 추진되는 검찰의 수사ㆍ기소 분리 움직임에 반발하면서 조만간 사의를 표명할 것이라는 관측이 4일 제기됐다. 검찰 내부는 반신반의하면서 뒤숭숭한 분위기에 휩싸여 있는 모습이다.
윤 총장은 이날 오전 반차를 내고 대검찰청에 출근하지 않았다. 전날 오후 8시쯤 대구고ㆍ지검 방문 일정을 마치고 관용차를 이용해 귀경길에 오른 그는 자정 넘어서 귀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윤 총장은 먼 거리에 있는 지방검찰청 지도방문을 했을 때, 이튿날 연차를 사용해 늦은 오후쯤 출근하곤 했다. 이날도 오전 10시 예정돼 있던 각 부서별 업무보고는 조남관 대검 차장검사가 대신 받기로 했고, 윤 총장은 오후 2시쯤 출근할 것으로 전해졌다. 평소 때와 별반 다르지 않은 셈이다.
다만, 최근 상황은 좀 다르다. 동아일보가 이날 윤 총장의 사의 표명설을 보도한 것과 맞물려, 검찰 내부에선 당혹스러워하면서도 그의 거취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지난 2일 공개된 국민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여권이 주도하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치에 반대 목소리를 낸 데 이어, 전날 대구 방문에선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부패완판’(부패를 완전히 판치게 한다)이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한 직후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윤 총장은 여권의 검수완박 추진이 자신을 겨냥한 것이라고 판단, 거취를 고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현직 검찰총장으로선 이례적으로 특정 언론의 인터뷰 요청에 응하고, 정치색이 짙게 배어 있는 용어까지 써 가며 중수청 설치 반대 의견을 공개 표명한 건 이미 총장직을 내놓겠다는 결심을 한 상태였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차장검사 출신인 한 변호사는 “윤 총장이 강하게 반대 의견을 낼 수록, 정계 진출 의도로 비춰지는 것에 부담을 느꼈을 수 있다”면서 “검찰을 이용해 본인 정치를 한다는 비판을 잠재우면서, 그와 동시에 여권의 무리한 검수완박 추진이 현직 총장을 물러나도록 만들었다는 역공을 하려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검찰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윤 총장 사의 표명 소식을 접한 한 검찰 고위 간부는 “마음이 무거워진다. 상황을 좀 알아봐야겠다”면서 말을 아꼈다. 한 지방검찰청 차장검사는 “여권에서 애초 계획에 없던 검수완박 움직임까지 나오는 건 결국 윤 총장 본인을 겨눈 것이라는 판단하고는, 직을 내려놓는 모습을 통해 (검찰에 우호적인) 여론을 환기하려는 것 아니겠냐”라고 추측했다. 수도권 검찰청의 한 검사는 “일정 부분 총장이 초래한 상황이기도 하지만, 직접 총대를 메려는 것 같아 착잡하다”고 말했다. 지역에 근무하는 한 검찰 간부는 외려 기자에게 “총장 동향을 좀 파악해 알려 달라”고까지 했다.
대검은 일단 윤 총장이 이날 오후 공식 일정을 그대로 소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후 2시 출근 예정인 윤 총장은 오후 4시 이종엽 신임 대한변호사협회장 접견 등의 일정이 잡혀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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