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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반도체 상징 'SMIC', 장비 확보 숨통트였지만…앞길은 '험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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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반도체 상징 'SMIC', 장비 확보 숨통트였지만…앞길은 '험난'

입력
2021.03.04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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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미국 정부의 '무역 블랙리스트' 지정으로 반도체 장비 수입길이 막혔던 중국 최대 반도체 업체인 SMIC가 최근 잇따라 첨단 장비를 들이는데 성공했다. 미국의 집중 견제로 위기에 몰린 SMIC로선 한숨 돌린 셈이다. 하지만 최근 미국이 '반도체 자립'을 선언한 중국에 강력한 추가 제재를 예고한 터여서 앞길은 여전히 험난하다.

SMIC 구형 반도체 장비 확보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인 ASML은 지난해 말로 끝날 예정이었던 SMIC와의 장비 공급 계약을 올해 말까지 1년 연장했다고 4일 밝혔다. SMIC는 세계 5위의 위탁생산(파운드리) 회사로 중국 정부의 막대한 보조금 정책에 힘입어 성장을 거듭, 중국 '반도체 굴기'(?起·우뚝 섬)의 상징으로 꼽힌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미 정부가 SMIC를 수출 제한 블랙리스트로 지정하면서 중국 반도체 업계에선 위기감이 고조됐다. 미국 기업이 SMIC에 반도체 장비를 수출하려면 미 정부의 승인을 받도록 한 것인데, 사실상 중국 업체의 수입길을 막은 거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SMIC는 ASML로부터 1년간 장비를 공급받을 수 있게 되면서 일단 숨통은 트였다. 여기에 최근 미 정부로부터 선진 미세 공정의 문턱으로 여겨지는 14나노(nm) 공정에 필요한 장비 수입 허가증을 받은 점도 SMIC로선 호재다. 시장에선 이를 근거로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SMIC를 대상으로 한 제재가 일부 완화된 것 아니냔 평가도 나온다.

생산 공장에 반도체 장비를 들이지 못해 주문받은 반도체를 만들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SMIC에 대한 시장의 기대도 커지고 있다. SMIC는 이달 들어 주가가 11%나 뛰었다.

강력 제재 예고한 美…"장비 없어 첨단 칩 못 만든다"

하지만 미국의 집중 견제를 받고 있는 SMIC가 당장 분위기 반전을 꾀하기란 어려워 보인다. ASML로부터 공급받는 장비는 최첨단인 극자외선(EUV) 공정 노광 장비가 아니라 이보다는 좀 더 구형인 심자외선(DUV) 공정 노광 장비다. ASML은 세계 최대 반도체 장비 공급 업체로 초미세 공정에 쓰이는 EUV 노광장비를 독점적으로 생산한다.

로이터에 따르면 네덜란드는 2019년 미 정부의 요청으로 EUV 장비를 SMIC로 수출하는 걸 불허했다. 그간 구형 반도체 장비만 공급한 것이다. 최근 미 정부가 SMIC에 대한 미 반도체 업체의 수출을 일부 허용하긴 했지만, 외신들은 "미 정부가 첨단 공정에 해당하는 10나노 이하 공정에 필요한 장비 수출은 허가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실상 SMIC가 앞으로도 10나노 이하의 첨단 공정에 필요한 장비 수입은 여전히 어려울 거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4일 백악관에서 반도체 공급망 구축에 관한 행정명령 서명에 앞서 반도체 칩을 들고 명령의 취지를 언급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4일 백악관에서 반도체 공급망 구축에 관한 행정명령 서명에 앞서 반도체 칩을 들고 명령의 취지를 언급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근 미국 국립인공지능보안위원회(NSCAI)가 미 의회에 일본, 네덜란드 등 동맹국과 손잡고 중국에 대한 첨단 반도체 장비 공급을 원천 차단해야 한다고 권고한 건 SMIC로선 최악의 악재다. 미 의회는 이를 반영해 입법에 나설 가능성이 큰데, 이렇게 되면 SMIC는 사실상 반도체 장비 수입길이 완전히 막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규제에 맞서 중국도 자체적으로 반도체 장비 기술 확보에 상당히 공을 들이고 있다.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중국의 반도체 장비 제조사 AMFE는 최근 16나노 에칭(부식)기계를 대량 생산하기 시작했고, 10나노 에칭기계는 고급 수준에 도달했다. 하지만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기술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상황에서 첨단 장비까지 들이지 못하면 정부의 막대한 보조금이 뒷받침된다 해도 SMIC는 상당히 고전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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