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 확정한 ‘리그4위’, 챔프 진출 ‘이변’으로 이어져
임근배 감독 “전 옆에 있는 사람일 뿐, 모두 선수들의 공”
“KB스타즈 맞춰 미리 연습, 준비한대로 가겠다”
올 시즌 여자농구 챔피언결정전은 특별하다. 정규리그 4위 용인 삼성생명이 1위 우리은행을 꺾고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하는 파란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임근배(54) 삼성생명 감독은 “몇 년간 3위까지만 플레이오프 출전권이 있었서 그런 일이 안 일어 났던 거고, 그렇게까지 대단한 일은 아니다”며 웃었지만, 아무리 봐도 지나친 겸양이다. 4위가 1위를 꺾고 챔피언결정전에 오른 것은 20년만에 처음, 사상 2번째다. 이대로 챔피언 트로피까지 거머쥔다면 여자농구 역사상 처음으로 4위가 포스트시즌 챔피언을 차지하는 기적을 쓰게 된다.
임 감독이 “플레이오프 업셋 승리” 출사표를 던졌던 미디어데이 때만 해도, 대부분 반응은 ‘설마’였다. 정규리그 22승8패를 기록한 우리은행과, 14승16패를 기록한 삼성생명의 격차는 너무 컸다. 임 감독도 내심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다. 임 감독은 4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정말 챔피언결정전에 갈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던 거냐’는 질문에 “(말은 했지만) 그렇게 예상한 것은 아니었다. 부담 없이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이었는데, 결과가 잘 나왔다”고 허허 웃었다. 공은 모두 선수들에게 돌렸다. 그는 “다 잘해줬다. (배)혜윤이 (김)한별이 (김)보미 (윤)예빈이 (김)단비 등 스타트 멤버 누구 하나 뺄 것 없이 잘해줬고, 신이슬 김나연 조수아도 다 잘해줬다”며 코트를 밟은 대부분 선수의 이름을 언급했다. “저야, 뭐 그냥 옆에 있는 사람이니까, 선수들에게 더 관심을 가져달라”고도 했다.
올해로 감독 6년차인 임 감독은 이번이 3번째 우승 도전이다. 실업 현대전자에서 선수로 뛰었고, 1999년 인천 신세기(현 전자랜드)에서 유재학 감독을 보좌해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2004년 울산 모비스로 옮겨 2013년까지 계속 유 감독과 일했고, 2015~16시즌 여자프로농구 사령탑으로 데뷔, 이듬해인 2016~17시즌과 2018~19시즌 팀을 챔피언결정전에 진출시켰다.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한 삼성생명은 이제 '국보급 센터' 박지수가 버티고 있는 청주 KB스타즈를 상대해야 한다. 객관적 전력으로 보면 불리한 게 사실이지만, 임 감독의 목소리에선 자신감이 묻어났다. 삼성생명은 이미 KB스타즈와의 단기전을 예상하고 오랜 기간 준비해왔다. 삼성생명의 올 시즌 정규리그 순위는 마지막 6라운드를 앞둔 시점에서 남은 경기와 상관없이 4위로 확정됐다. 그 무렵부터 삼성생명은 그 동안 경기에 안 나왔던 선수들을 폭넓게 기용하며 플레이오프 준비를 병행했다.
임 감독은 “꼭 준비를 하려고 한 것은 아니지만, 그 즈음 (김)한별이가 발목을 다쳤고, 여러 가지 상황이 이어졌다. 그럴 바에는 좀 더 기용 인원을 늘려줘야겠다고 생각했다. (플레이오프에) 올라가면 어차피 우리은행 아니면 KB스타즈와 붙게 되니 그에 맞춰서 연습했다”고 말했다. 챔피언결정전에 가까워질수록 기량이 올라오는 박지수에 대해서는 “어차피 팀도 수비할 수 있는 선수에 한계가 있다. 결국 지수를 놓고 다른 선수들을 잡을 거냐, 지수를 잡고 다른 선수들을 놓을 거냐의 문제”라고 답했다.
삼성생명과 KB스타즈의 챔피언결정전(5전3선승제) 1차전은 7일 용인에서 유관중 경기로 진행된다. 임 감독은 “막상 경기를 해보면 달라질 거다. 자신 ‘있다’ ‘없다’ 정확하게 말하긴 어렵다. 그냥 해온 대로 선수들이 최선만 다해주면, 그걸로 될 것 같다. 꾸준히 준비는 해왔으니까, 준비한대로 가겠다. 최선을 다할 뿐이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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