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고·지검 방문 현장서 여권 또 비판
"인사권자 눈치 보지 말라" 당부하기도
윤석열 검찰총장이 3일 대구 지역에서 근무 중인 검사 및 수사관들을 만난 자리에서 최근 여권의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립 추진에 대해 “수사 지휘나 수사가 전제되지 않은 상태에서 소송만 하는 것은 검찰의 폐지와 다름없다”며 강성 발언을 쏟아냈다. 전날 언론을 통해 ‘중수청법 반대’ 의사를 명확히 밝힌 데 이어, 공개 석상과 검찰 내부 간담회에서도 정부 및 여당을 향한 날 선 비판을 거침없이 이어간 것이다.
윤 총장은 이날 오후 대구고ㆍ지검을 방문해 검사 및 수사관 30여명과 간담회를 갖고 현장 의견을 청취하는 한편, 최근 현안과 관련해 자신의 의견을 가감 없이 피력했다. 대검에 따르면, 윤 총장은 간담회에서 여권의 중수청 신설 추진에 대해 “검찰을 국가법무공단으로 만드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검찰의 수사권이 폐지되면 민주주의와 법치주의가 후퇴하며 피해자는 국민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수청 설치를 ‘민주주의의 퇴보’로 규정한 셈이다.
그러면서 윤 총장은 “중대범죄에 대해서는 수사와 기소가 융합되는 것이 세계적 추세”라며 “검찰의 수사권이 폐지되면 재판 과정에서 대응이 어려워 정치ㆍ경제ㆍ사회 각 분야의 지능화, 조직화된 부패를 처벌할 수 없게 된다”고 우려를 표했다. 지난해 초부터 이어 온 지방 고ㆍ지검 순회 방문에서 주로 직원들을 격려하면서 원론적 수준의 언급만 했던 것과는 달리, 이날만큼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현안에 대해서도 뚜렷하게 입장 표명을 한 것이다. 공식적인 자리에서 현직에 있는 고위 공직자가 정권과 대립각을 세우는 모습을 보이는 건 매우 이례적이다.
아울러, 윤 총장은 ‘공정한 검찰, 국민의 검찰’을 검찰개혁 방향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그는 “‘공정한 검찰’은 국민 한 사람 한 사람 억울함이 없도록 하는 것이고, ‘국민의 검찰’은 인사권자의 눈치를 보지 말고 힘 있는 자도 원칙대로 처벌해 상대적 약자인 국민을 보호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검찰 구성원들을 향해 ‘청와대와 법무부의 눈치를 보지 말라’는 메시지를 던진 셈이다.
대구고ㆍ지검 소속 검사와 수사관들도 윤 총장의 뜻에 동감을 표했다고 대검은 전했다. 대검은 “(간담회) 참석자들은 ‘검찰개혁 방안을 시행하자마자 바로 수사권을 박탈하는 것은 중대범죄 대응 약화를 초래하여 결국 그 피해는 국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등과 같이 우려의 심정을 표했다”고 밝혔다. 이날 간담회는 총 3시간가량 진행됐다.
윤 총장은 전날 공개된 국민일보와의 인터뷰 소회도 밝혔다. 그는 “검사 생활 중 처음으로 인터뷰라는 것을 했다”며 “국민이 올바르게 판단할 수 있도록 각국의 검찰제도를 제대로 소개하고, 지금 거론되는 제도들이 얼마나 부정확하게 알려지는지 국민들에게 올바른 설명을 드리는 게 공직자의 도리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윤 총장은 이날 오후 대구고ㆍ지검에 도착한 뒤, 취재진을 만나 “지금 진행 중인 소위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라고 하는 것은 ‘부패완판‘(부패를 완전히 판치게 한다)으로서 헌법 정신에 크게 위배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여권 강경파가 주도하는 ‘검찰 수사권 폐지’ 움직임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좀 더 수위 높은 표현을 사용해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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