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1 동일본 대지진 10년]?
'후쿠시마 드러내기 운동'... 피해자 지원 日환경단체
FoE 재팬 미쓰타 칸나 사무국장 본보 인터뷰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의 전체 모습이 아니라 ‘부흥’만 강조합니다. TV에도 부흥이 잘되고 있다는 밝은 면만 나오지요. 이에 맞서 원전 사고의 피해를 알리려는 것이 ‘후쿠시마 드러내기(福島ミエルカ) 프로젝트’ 입니다.”
지난달 26일 도쿄 이다바시의 사무실에서 만난 ‘프렌드 오브 어스(FoE·Friend of Earth) 재팬’의 미쓰타 칸나(滿田夏花) 사무국장은 FoE 재팬이 지난해부터 추진해온 후쿠시마 드러내기 운동의 취지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FoE 재팬은 국제환경단체 프렌드 오브 어스의 일본지부다. 2011년 3·11 동일본대지진으로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났을 때부터 피해상황을 전하고 정부 지원에서 소외되거나 배제된 사람들을 돕고 있다.
“돌아온 주민은 마지막 삶 고향에서 보내려는 노인들뿐”
지난해부터 시작된 후쿠시마 드러내기 운동은 TV에는 나오지 않는 원전 사고 피해자를 발굴해 알리는 활동이다. 동일본대지진으로부터 10년이 지났지만 주로 쓰나미 피해가 있었던 미야기현에서 많은 피난민들이 고향으로 돌아온 것과 달리 후쿠시마현은 원전사고의 영향으로 귀환하지 못한 사람들이 많다. ‘귀환곤란구역’에 해당하는 원전 인근 지역은 아직 거주자들의 절반도 돌아오지 못했다.
미쓰타 사무국장은 “돌아오더라도 주로 고향을 잊지 못하는 고령자들이 대부분”이라며 “가족은 물론 전에 알던 이웃 주민이 없어 외로움을 호소하고, 건강이 나빠졌을 때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 걱정하는 이들이 많다”고 전했다. 말년을 고향에서 보내려 돌아온 경우는 생각이 다른 자녀나 손자 없이 노인 혼자라는 얘기다. 귀환을 포기한 사람들의 집이 헐리는 모습을 보는 것도 정신적으로 고통스럽다고 한다. “한편에선 집이 무너지고 다른 한편에선 부흥이라며 새 건물이나 산업시설을 계속 만들어 원래의 풍경이 사라지는 것도 고향을 찾은 고령자들에겐 견디기 힘든 일”이라고 설명했다.
“방사능 불안 당연한 데, 자발적 피난자는 지원대상서 돌연 배제”
원전사고 직후 일본 정부는 반경 20㎞ 지역에 피난을 권고했다. 하지만 당시 이 지역 밖에서도 아이가 있는 집 등은 방사능 위험을 우려해 자발적으로 동네를 떠났다. 이런 사람과 정부가 피난지역을 해제했는데도 돌아오지 않고 타지에 머무는 경우를 ‘자주피난자’(自主避難者)라고 부른다. 10년 간 제염 작업을 계속했고 제염토를 중간저장시설로 옮기고 있어, ‘귀환곤란구역’ 인근을 제외하면 수치상으로 방사능 위험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방사능 때문에 불안해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미쓰타 사무국장은 강조했다.
그는 “임시가설주택에 거주했던 피난민들에게 ‘재해공영주택’이라고 무상으로 주택을 제공했는데, 2017년 3월부터 정부가 자주피난자들에 대해선 중단해 버렸다”면서 “배상액 등이 다른 피난민에 비해 적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뿐 아니라 넷우익(인터넷에서 활동하는 극우 성향들) 등에게 ‘루머를 믿는 사람들’이란 비난까지 받고 있다고 한다.
“원전 폐로 30~40년내 끝낸다는 건 거짓말이다”
후쿠시마 드러내기 프로젝트를 통해 대외적으로 알려진 나카무라 준 씨 등은 매달 후쿠시마 지역 현지에서 공간방사선량과 토양오염도를 측정한다. 그는 “올림픽 성화봉송을 하는 곳은 확실히 제염이 됐지만 아직도 곳곳에 선량이 높은 곳이 남아있다”고 밝히고 있다. 여전히 땅에서 세슘이 검출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중간저장시설에서 처리한 제염토를 도로 건설 등에 재사용하려는 시도도 했지만 주민 반대에 부딪쳐 행동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
원전의 폐로 작업에 대해 미쓰타 사무국장은 “30~40년안에 끝낸다는 것은 거짓말이고 100년, 혹은 그 이상 걸릴 수도 있다는 견해가 많다”며 “구체적으로 뭘 어떻게 하겠다는 계획조차 나와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오염수 처리 문제에 대해서도 "도쿄전력이 상대적으로 위험이 적다고 알려진 ‘삼중수소’뿐 아니라 다른 방사성 물질들도 기준치를 초과한다고 인정하고도, 정확한 데이터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