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스완'이라는 용어에 대해서 알고 계신가요? 도저히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일이 일어날 때 사용하는 용어입니다. 스완(Swan)은 백조를 뜻하고, 백조는 '하얀 새'를 의미하죠.(사실 백조는 일본식 용어로, 대부분 고니 혹은 큰고니를 이야기합니다.) 블랙스완은 검은색 백조라는 뜻으로, 사실 함께 쓰일 수 없는 단어죠. 하지만 실제 '블랙 스완'은 존재합니다. 고니 중에 '흑고니'라는 종이 있는데, 보통 고니는 하얀색이지만 오스트레일리아 특산종인 흑고니는 검은색 털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 2월 13일 영국 윌트셔주 웨스트버리의 한 연못에서 '검은색 백조'가 발견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블랙스완은 오스트레일리아의 특산종이 아닌, 인간이 버린 쓰레기 때문에 온몸이 검은색으로 변해버린 혹고니였죠. (혹고니와 흑고니는 다른 종입니다.)
RSPCA(영국 왕립 동물학대방지연합)의 동물 구조팀은 연못에 검은색 백조가 있다는 신고를 받고 바로 출동했는데요. 호주에서 서식해야 할 흑고니가 영국에 나타난 것이 이상했던 한 시민이 신고를 한 것입니다. 현장에 도착한 구조팀이 살펴보니 연못에 있는 건 '흑고니'가 아니라 부리부터 몸까지 검게 물든 '혹고니'였습니다.
고니는 그동안 먹이를 제대로 먹지 못했는지 상당히 기운이 없어 보였고, 계속해서 몸을 닦아내려는 듯한 행동을 했는데요. 구조팀은 혹고니의 상태가 심각하다고 판단해 바로 구조에 돌입했죠.
성공적으로 구조된 혹고니는 RSPCA의 야생동물 구조센터로 옮겨졌고, 구조팀은 가장 먼저 혹고니의 온몸을 덮은 검은색 물질을 제거하려고 했는데요. 가까이서 확인한 결과, 온몸을 덮은 물질은 명확하지는 않지만 프린트기에 쓰이는 검은색 토너와 유사한 물질이었다고 합니다.
구조팀은 30여 분간 혹고니를 씻겼지만, 몸에 스며든 검은색 물질은 온전히 제거되지 않았는데요. 하얀색 깃털이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몸 구석구석 거뭇거뭇한 자국이 남아 있었습니다. 구조된 혹고니는 당분간은 새하얀 자태를 찾기는 힘들 것이라고 하네요.
전문가들은 이 혹고니가 조금 더 늦게 발견됐다면 아마 생명이 위태로웠을 수도 있다고 밝혔는데요. 고니의 털이 오염되면 깃털의 자연 방수 기능이 떨어지고 이로 인해 고니가 '저체온증'으로 사망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구조팀은 주변이 이처럼 오염 물질을 뒤덮은 또 다른 고니가 더 있지는 않은지 우려된다며 혹시나 주변에서 검게 물든 고니를 발견하게 되면 구조 요청을 해줄 것을 당부했는데요. 환경 당국 또한 누군가 고의로 연못에 토너와 유사한 물질을 버렸을 가능성이 있어 조사에 돌입했다고 합니다.
부주의한 인간의 행동으로 인해 배고픔과 추위에 고통받았을 혹고니. 해당 지역에 이런 고통을 겪는 또 다른 고니가 있다면 하루빨리 구조되어 적절한 처치를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환경 당국은 철저한 조사를 통해 해당 지역에 오염 물질을 버린 사람을 검거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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