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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헌 팬에서 안티로'...금감원 노조의 이유 있는 변심?

입력
2021.03.03 20:00
수정
2021.03.03 20:0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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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만에 '환영'에서 '퇴진'으로 바뀐 노조
지난달 정기인사 시작으로 갈등 국면 돌입
"결국 노조와 사측 모두 상처 입게 될 것"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자진 사퇴하시기 바랍니다.” (3일 금감원 노조 기자회견)

“윤석헌 신임 원장의 혁신과제 발표를 환영합니다.” (3년 전 금융사무노조 성명서)

3년 만에 평가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윤 원장과 금감원 노조에 대한 얘기입니다. 금감원 노조는 3일 청와대 앞 분수대까지 찾아가 기자회견을 열고 5월 임기가 만료되는 윤 원장에게 자진사퇴를 요구했습니다. 3년 전 상급 노조를 통해 환영 의사를 밝혔던 것과는 180도 달라진 입장입니다. 무슨 일이 있었기에 우리나라 금융감독을 책임지는 금감원의 노사 관계가 이렇게나 틀어진 것일까요.


금융감독원 노동조합은 3일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헌 금감원장의 퇴진을 요구했다. 금감원 노조 제공

금융감독원 노동조합은 3일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헌 금감원장의 퇴진을 요구했다. 금감원 노조 제공


정기인사로 갈등 촉발… 노조·사측 대립 격화

갈등이 촉발된 계기는 지난달 19일 있었던 금감원 정기인사였습니다. 승진자 명단에 과거 채용비리에 연루돼 내부 징계를 받은 직원 2명이 각각 부국장과 팀장으로 승진발령이 난 게 화근이었습니다. 가뜩이나 인사적체가 누적돼 직원들의 불만이 팽배한 가운데 ‘채용비리’ 연루자가 승진하니 불만은 들불처럼 번졌습니다. 내부 직원들만 이용 가능한 SNS에도 각종 불만이 쏟아졌죠.

이에 노조는 성명서를 내고 인사권자인 윤 원장을 직격했습니다. 노조는 성명서에서 “아무리 인사가 원장의 고유권한이라고 하더라도 잘못된 인사에 대한 책임은 어떤 형태로든 지게 될 것”이라며 “윤 원장의 유일한 공헌은 ‘교수가 관료의 대안이 될 수 없다’는 뼈아픈 경험칙을 가르쳐 준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인사 문제로 촉발된 노조의 분노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노조는 윤 원장의 과거 이력은 물론, 그간 원장으로서 보여준 행보에 대해서도 ‘정치행보’라고 규정하고 비판을 이어갔습니다. 급기야 이날은 금감원장에 대한 임명권자인 대통령이 있는 청와대까지 달려가 연임 반대 의사를 분명히 표시했습니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연합뉴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연합뉴스


그렇다면 윤 원장은 왜 이런 인사를 단행했을까요. 이번 인사의 배경에는 성과 평가에서 우월한 점수를 받은 이들을 무한정 배제할 순 없다는 윤 원장의 결단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미 징계를 내렸고, 더 이상의 징계수단이 없는 상황에서 법을 무시하면서까지 승진에서 배제할 수 없다는 이유죠.


과거엔 사이 좋은 '투톱'… 갈등 지켜보는 직원들은 '착잡'

윤 원장과 노조는 원래 사이가 좋았습니다. 특히 진보학자 출신으로 금융관료들에 비판적 시각을 견지했던 윤 원장에 대해 노조도 기대하는 바가 높았습니다. 이에 △근로자추천이사제 △금감원 독립론 등 윤 원장이 추진했던 정책들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는 순간마다 노조가 나서서 윤 원장을 엄호하고 지원사격도 했습니다. 금융권에서는 사측이 추진하면 노조가 밀어주는 ‘투톱’으로 양측 관계를 부르기도 했습니다.

이번 싸움을 지켜보는 직원들의 입장은 착잡합니다. 한편으로는 “노조의 비판이 도를 지나쳤다”는 우려가 있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이번 인사에 대한 실망감이 상당하다”는 분위기가 있는 것도 분명합니다. 금감원 한 관계자는 “노조든, 사측이든 결국에는 이번 싸움으로 양측 모두가 상처를 입게 될 것”이라며 "어느 한쪽이라도 서둘러 대화 물꼬를 터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김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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