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부터 13.5조원 던져
국내주식 비율 낮추려 "계속 팔아"
개미 "매도 중단 촉구" 집회 열기로
연기금이 44일째 주식 순매도 행진을 이어갔다. 지난해 말부터 코스피에서 팔아치운 매물 규모만 13조원에 달한다. 최근 코스피가 3,000선을 기점으로 극도의 변동성 장세를 보이는 가운데, 국내 증시의 '큰손'인 연기금의 역대 최장 기간 매도세에 개인 투자자들의 불만과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쉬지 않고 팔았지만 23조 더 팔아야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기금은 지난해 12월 24일 이후 이날까지 44거래일 연속 순매도 신기록을 새로 썼다. 역대 최장 기간이다. 이 기간 연기금은 코스피와 코스닥 양대시장에서 13조5,50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전체 기관 순매도액(약 24조원)의 44%에 이르는 규모다.
문제는 연기금이 팔아야 할 주식이 아직 많이 남았다는 점이다. 연기금의 '큰형' 격인 국민연금만 보더라도 지난해 말 금융자산 중 국내 주식 비율은 21.2%였다. 금액으로 따지면 약 177조원 규모다. 그런데 국민연금의 계획대로라면 이 비율을 올해 말까지 16.8%까지 줄여야 한다. 현재 주가 수준을 기준으로 주식 평가액이 약 37조원(4.4%포인트) 초과했기 때문이다. 쉬지 않고 팔았지만 연말까지 23조원 이상을 추가로 팔아야 목표치를 맞출 수 있다는 얘기다.
개미들의 원성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 기간 개인 투자자들은 약 33조원을 사들였는데, 연기금의 순매도가 주가 상승의 발목을 잡고 있어서다. 실제 연기금은 44일간 삼성전자(-4조2,500억원), LG화학(-9,000억원), SK하이닉스(-7,600억원) 등 시가총액 대형주 위주의 순매도를 이어갔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 회장은 "국민연금이 16.8%란 목표에 얽매여 연말까지 20조원 이상 기계적 매도를 이어가겠다는 건 지수 상승을 주도해 온 개인투자자들에 대한 명백한 이적행위"라고 비판했다. 한투연은 4일 전주 국민연금 본사 앞에서 매도 중단 촉구 집회까지 열기로 했다.
국민연금 "자산비중 재검토" 나설까
물론 국민연금이 운용 목표(16.8%)를 무조건 따라야 하는 건 아니다. 국민연금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기금위)에서 결정을 하면 현재 5%인 목표 이탈 허용치를 변경할 수도 있다.
이 경우 현재 국민연금의 매도세를 약화시킬 수 있는 여력이 생긴다. 국민연금 기금위 위원장인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도 최근 연기금 매도세와 관련해 "리밸런싱(자산 배분) 문제를 기금운용본부에서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단 국민연금 관계자는 "구체적인 검토 계획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최근 채권금리 상승(가격은 하락)에 따라 국민연금 포트폴리오에서 채권 비중이 작아진 만큼 주식 매도 압력은 더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현재 5%포인트인 목표 허용 한도를 확대한다고 해도 주식 순매도를 중단할 정도의 급격한 조정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국내 주식 비중을 축소하는 방향성은 유지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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