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대규모유통업 거래유형 분석과 정책방향' 보고서
납품업체에 불리한 '특약매입' 불공정 거래 빈도 높아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로 불리는 ‘코리아세일페스타(코세페)’ 행사가 자리매김하지 못하는 이유는 유통업계의 고질적인 '특약매입' 방식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특약매입'은 백화점 등 대형 유통사가 재고 부담을 떠안는 '직매입' 방식과 달리 납품업자가 이를 책임지는 방식이다. 대형 유통업체에 입점하고 싶은 납품 업체들이 손해를 떠안는 구조라 불공정거래 행위도 더 많이 발생한다.
이진국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3일 ‘대규모 유통업의 거래유형 분석과 정책방향’ 보고서에서 “특약매입에서 불공정거래행위 빈도가 다른 거래유형의 2~3.5배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 연구위원은 1998년부터 2020년 사이 공정거래위원회가 의결한 유통분야 불공정거래 사건 187건의 의결서를 전수 분석했다.
그 결과 특약매입에서 △부당한 납품가격 인하 △판매수수료율 인상 △일방적 거래 중지 등 불공정거래행위가 발생한 빈도는 거래 규모 1,000억원당 4.2건으로 직매입(2.1건), 매장임대차계약(1.9건) 등 보다 잦았다.
특약매입에서 불공정거래가 많이 발생하는 것은 유통업체와 납품업체 간의 거래상 지위, 즉 갑을관계 때문이다. 대형 유통업체 입점이 걸린 문제라 납품업체들은 부당한 일을 당하고도 감내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 연구위원은 코세페 행사에 대한 소비자의 체감도가 낮은 한 원인도 국내 유통업계의 고질적인 특약매입 구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직매입 상품 비중이 높을 경우 코세페 기간을 이용해 유통업체들이 재고를 처리할 수 있어 상품 가격을 큰 폭으로 할인할 요인이 있다. 직매입 비중이 높은 미국에서 블랙프라이데이 기간 70% 이상 할인된 제품이 매대에 등장하는 이유다. 하지만 국내처럼 특약매입 비중이 큰 상태에서 가격 할인을 요구하면 이는 납품업체에 부담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이 연구위원은 “직매입 비중이 낮은 국내 유통 구조에서는 할인율을 내세우기보다는 차라리 판매 여건에 변화를 주는 방향이 낫다”고도 제언했다. 유통업계 전반에서 직매입 비중이 뚜렷하게 확대되기 전까지는, 체감이 잘 안 되는 할인율을 내세우기보다 판매 여건과 구매성향에 변화를 주자는 것이다.
그는 "행사 기간을 줄이고 부처별로 산발적으로 진행되는 쇼핑 축제를 통합해 행사 집약도를 높이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다"며 "특히 행사 기간만이라도 대규모 영업시간 제한 등 규제를 걷어 낸 ‘규제 프리 쇼핑기간’으로 설정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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