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취임한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장관 보고를 최소화하라"고 지시했다. 외교부 직원들은 정 장관의 '의중'을 파악하느라 애쓰고 있다.
정 장관은 얼마 전 '장관에 대한 보고를 최소화할 것'을 골자로 한 업무 지침을 직원들에게 보냈다. 장관에게 보고서를 꼭 올려야 할 경우엔 '각주' 같은 설명은 줄이고 핵심 내용만 압축해 담으라는 일종의 '가이드라인'도 제시했다. 디테일까지 챙기기보다는 큰 줄기에 집중하겠다는 취지다.
외교부는 '정의용 식 선택과 집중'이라고 설명한다. 외교부 고위 관계자는 3일 "장관이 외교부 안에서 이뤄지는 모든 업무를 하나하나 보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면서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웬만한 일은 1급(실장급) 중심으로 결정하고 추진하자는 뜻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도 "신임 장관에게 이른바 '얼굴 도장'을 찍기 위해 이뤄지는 불요불급한 보고들도 많다"면서 "반드시 해야 할 보고만 하라는 뜻이 아니겠느냐"고 했다.
실무 직원들 사이에선 다른 얘기도 오르내린다.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시절 북미 정상회담을 조율하는 등 정 장관의 '스케일'이 워낙 커졌기 때문에 통상 업무는 최소화하려 한다는 것이다. 1946년생인 정 장관이 '체력 비축'을 위해 보고를 줄이는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외교부 국장급 인사는 "대북 업무와 한미동맹, 한일관계 등 한반도 안보 상황과 곧바로 연결되는 굵직한 이슈만 직접 챙기겠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외교가에선 정 장관의 첫 번째 임무를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 성사'로 꼽는다.
정 장관의 '선택과 집중'이 문재인 정부 외교 공약인 '외교 다변화'와는 다소 어긋난다는 지적도 있다. 미중일러 등 한반도 주변 4강에 편중된 외교를 아세안(ASEAN)과 인도 등으로 확장하겠다고 문 대통령은 약속했지만, 정 장관의 지침은 '4강 중심 외교로 복귀'를 전제로 한 것이기 때문이다. 외교부 과장급 직원은 "북핵, 북미 등 소위 주요 파트를 제외한 다수 부서들의 업무가 위축될 수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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