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악의 한파로 보름 넘게 셧다운(일시 생산 중단)된 삼성전자의 미국 오스틴 반도체 공장이 빠르면 이달 말 재가동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공장이 재가동된 이후에도 완제품 생산까지엔 몇 주간의 추가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오스틴 공장과 연관된 거래선의 차질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3일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텍사스 오스틴시에 반도체 생산 공장을 둔 삼성전자와 차량용 반도체 분야 세계 1, 2위인 NXP·인피니언의 정상 가동엔 2주 넘게 소요될 것으로 관측된다.
재가동돼도 완제품 생산까지 2주 더 걸려
이들 공장은 지난달 16일부터 공장 가동을 멈췄다. 오스틴시를 덮친 최악의 한파로 전력과 용수 공급이 중단된 탓이다. 현재 전력과 수도 공급이 돌아오긴 했지만 생산설비 복구까지엔 보름가량의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공장 재가동 시점은 이르면 이달 말에나 가능할 것으로 점쳐진다.
다만 공장이 이달 말 재가동돼도 바로 완제품을 만들어 낼 순 없다. 통상 반도체 공장은 반도체 원판(웨이퍼) 투입 이후, 완성품이 나오는데 걸리는 시간은 2~3개월이다. 물론 오스틴의 반도체 공장 3곳은 사전에 오스틴시의 셧다운 요청을 받고 단계적으로 공장 가동을 멈춘 상황이어서 그나마 사정이 나은 형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들 공장은 갑자기 셧다운돼 공정에 투입된 웨이퍼를 모두 버린 게 아니어서 사정이 다르다"며 "그럼에도 완제품 생산까지 적어도 2주 넘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객사로선 완제품 생산이 늦어지면 그만큼 배달도 늦어져 생산 차질이 불가피해진다.
특히 자동차 업계가 올 하반기 또다시 심각한 부품난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 오스틴 공장은 고객사가 주문한 칩을 생산하는 파운드리(위탁생산)인데, 일부 라인에서 테슬라 등의 차량용 반도체를 생산한다. 로이터는 "몇 달 후 반도체 고객사들이 연쇄적인 부품난에 직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셧다운으로 4천억 매출 손실…실적 영향은 미미
지난해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 매출액 약 73조원 중 오스틴공장 비중은 5%, 약 3조6,000억원 수준이다. 반도체 회사는 하루도 쉬지 않고 공장을 돌리는데, 이를 감안하면 삼성이 40여일간 셧다운으로 발생하는 매출 손실은 4,000여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다만 오스틴 공장의 셧다운이 전체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D램 등 메모리 주력 회사인데, 최근 D램 가격이 가파른 상승세에 올라탔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선 삼성전자의 올해 메모리 부문 영업이익(26조원 추정)이 작년(17조7,000억원 추정)보다 46%가량 급증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전체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도 올해엔 27조~28조원(전년 18조8,000억원)선까지 내다보고 있다.
한편 삼성전자는 170억달러(약 19조원) 규모 오스틴공장 증설 검토도 계속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는 텍사스주·오스틴시 정부에 최근 '재산세 20년 감면' 등 인센티브를 요청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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